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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밀레니얼이 미래다] 일본, 연애·결혼 안하는 이유는 ‘여성아이돌’ 때문?

[아시아 밀레니얼이 미래다] 일본, 연애·결혼 안하는 이유는 ‘여성아이돌’ 때문?

기사승인 2017. 01. 0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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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공영방송 NHK는 젊은이들이 결혼은커녕 연애에서도 멀어져 가는 원인으로 일본 대표적 여성 아이돌인 ‘AKB48’의 악수회를 들었다가 논란이 됐다.

NHK는 최근 ‘클로즈업 현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연애에 소극적인 젊은이들을 분석하면서 ‘AKB48’의 악수회, 메이드카페·만화 등을 거론했다.

‘악수회’는 아이돌 등 가수가 팬과 만나 악수를 나누는 행사로, ‘연애’와 연결 짓기는 거리가 있다. 온라인 매체 로켓24는 NHK가 ‘AKB48’를 젊은이가 연애를 회피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은 것에 대해 인터넷에서 “너무나 헛다리를 짚어서 놀랐다” “이유는 AKB가 아닌 장시간노동이다! 연애할 시간이 없다”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전했다.

매체는 또한 “방송은 자세한 해설을 전하지는 않았으나 확실히 AKB48는 절대적 인기를 가지고 있어 연애보다 응원에 힘쓰는 젊은이들이 많을 것”이 라면서도 “다만 애초에 정말로 아이돌의 악수회가 젊은이들이 연애를 회피하는 원인인가”라고 지적했다. 수박 겉핥기식 분석으로 젊은이들의 비판을 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에서는 연애·결혼에서 멀어지고 출산에서 멀어지는 사회 현상이 오래전부터 만연화 됐다. 초식계(草食系·연애에 관심이 없는 것), 절식계(絶食系·연애 의지가 없는 것)라는 신조어가 이미 생겨난 지 오래됐고, 저출산·인구 감소 문제는 이제는 너무나 당연한 사회 문제로서 다뤄지고 있다.

후생노동성의 ‘2016년 인구동태조사 추계’에서 신생아 수는 98만 1000명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최근 언론들은 내다봤다. 이는 신생아 수를 통계 내기 시작한 1899년 이후 100만 명에 못 미치는 첫 수치다.

지난해 11월 독립행정법인 국립청소년교육진흥기구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20~30대 4000명 대상)에 따르면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답한 이들은 20.3%로 ‘결혼하고 싶다(16.9%)’를 웃돌았다. 또한 아이를 ‘가지고 싶지 않다’고 답한 이들은 24.8%로 ‘결혼을 하면 가지고 싶다(18.2%)’를 상회했다.

특히 이 조사에서 연인이 있는 미혼자의 경우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로 ‘경제적으로 어려워서(63.8%)’를 가장 많이 꼽았고, ‘혼자가 편하다(50.4%)’ ‘일이 바빠서(48.3%)’가 뒤를 이었다. 중복이 가능한 투표였다.

하지만 위의 ‘여성아이돌’ 논란을 불렀던 NHK의 방송은 연애하지 않는 젊은이들의 새로운 결혼형태로서 ‘갑자기 결혼족’을 조명해 주목됐다. ‘갑자기 결혼족’이란 연애를 생략하고 몰랐던 사람과 만나 바로 결혼을 하는 이들을 말한다.

야마다 마사히로(山田昌弘) 주오대학(中央大學) 사회학부 교수는 이에 대해 “(젊은이들 사이에) ‘경제적인 여유가 없다’는 생각이 확산하고 있다”면서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과 생활하는 것이 양립할 수 없게 되자 우선순위가 ‘좋은(조건에 맞는) 결혼생활’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경제적 여유가 없는 젊은이들이 연애와 결혼을 피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 내각부가 지난해 5월 발표한 ‘저출산사회대책백서’에 따르면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로 ‘결혼생활에 드는 돈(37.3%)’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 조사는 20~49세 7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에 일본 정부는 ‘희망출산율 1.8’을 내걸고 결혼 장려와 저출산 대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2015년 기준 일본의 출산율은 1.45명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부터 내각부 내에 ‘저출산대책검토회’를 설치하고 올해부터 기업이나 민간단체 등에 대책으로 제시하기 위한 제언을 정리하고 있다. 제언에는 저출산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 곤카쓰(婚活·혼활, 결혼활동의 준말)를 위한 ‘만남의 장’ 제공과 젊은 층의 결혼 지원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담긴다.

예를 들어 젊은층에게 교류 기회를 제공하도록 기업에게 요구하거나, 일하는 개혁을 통해 직원들이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춰 과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제안한다.

또한 일본 정부는 기업·지자체 주최의 곤카쓰 교류 이벤트에 대한 지원금을 지난해 5억엔(약 51억 3000만원)에서 2017년 11억엔으로 늘릴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결혼을 희망하는 23~49세 남녀의 결혼율을 2020년에는 80%까지 끌어올리려하고 있다.

또 젊은이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내각부에 설치된 ‘곤카쓰 지원에 대한 유식자 검토회’에 “젊은이들의 결혼에 대한 요구 사항을 반영해 논의해달라”고 요구했다. 내각부 간부는 마이니치 신문에 “근본적으로는 장시간노동이나 비정규직 처우 등 사회 환경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올해에는 저출산 대책을 담당하는 ‘어린이 가정국’도 신설된다. 일본 정부는 이미 결혼을 한 부부에 대한 지원도 지속할 방침이다. 일본은 2015년 4월부터 결혼·출산·양육을 위해 자금이 필요한 손자나 자녀에게 최대 1000만엔까지 비과세로 증여할 수 있도록 했다.

불임·장거리 부부에 대한 지원도 검토한다. 정부는 올해부터 직장에 다니면서 불임 치료를 받아야 하는 부부를 돕기 위해 기업 실태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휴가 제도 등의 새로운 제도를 만들기로 했다. 통원을 계속해야 하는 불임 치료와 일을 양립하기 어려워 이직이나 휴직을 강요 당하는 여성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커플이 결혼을 하는 경우 이사 비용 뿐만 아니라 부부가 서로 만나기 위해 드는 여행 비용도 세금 공제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커플이 장거리를 이유로 결혼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러한 방안을 검토해 2017년도 세재개정에서 실현할 계획이다.

기업들도 저출산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육아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이례적 대처에 나섰다. 히타치(日立) 제작소는 지난해 10월부터 직원 중 맞벌이 부부에게 아이가 있을 경우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연간 최대 10만 엔(약 109만 원)을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육아지원제도를 시작했다. 도요타자동차는 지난해 1월부터 배우자수당을 순차적으로 폐지하고 대신 자녀수당을 확충했다. 혼다는 본사와 자회사 등 직원들을 대상으로 18세 미만 자녀 1명당 2만 엔을 매달 지급하는 제도를 올해 4월부터 도입할 방침이다.

육아 휴직도 재검토된다. 후생노동성은 아이가 보육소(어린이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에 한해 육아휴직 기간을 최장 2년까지 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관련 법 개정안을 올해 정기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그러나 공격적인 곤까스 활동 지원은 부작용도 낳고 있다. 일본 내각부 검토회는 지난해 12월 결혼 장려를 위한 한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던 ‘기업 내 곤카쓰 멘토’ 방안을 폐기하기로 했다. 이 방안은 기업 내의 기혼자가 미혼자에게 결혼을 위한 준비 등에 대해 조언하는 제도였으나, 세간에서는 “상사의 조언에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이 생기는 직장에서 결혼 압박으로 변질될 수 있다” 등의 비판이 속출했다. 결국 내각부 검토회는 정책 제안서를 통해 “결혼은 인생의 선택지중 하나”라고 강조하고, “기업에 따른 결혼지원도 하지 않는 것도 포함해 기업의 자주적인 판단에 맡긴다”고 바꿔 명시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은 사설을 통해 일본에서는 “(결혼·출산)을 원해도 하지 못하거나, 미루게 만드는 장애물이 너무 많다”면서 정책의 한계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닛케이는 현재의 세금·사회보장제도를 유지하면서 근본적인 개혁은 불가능하다면서 사회보장을 효율성 있게 바꾸고,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고령자에게 어느 정도의 부담을 지게 하는 등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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