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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시사상식] 시작부터 꼬인 국내 탄소배출권시장

[톡톡! 시사상식] 시작부터 꼬인 국내 탄소배출권시장

기사승인 2017. 04. 0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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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12일 한국거래소 부산본사에서 개최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 개장식 /제공=한국거래소
특정한 재화나 서비스가 사고팔리는 시장의 작동원리는 간단합니다. 사고자 하는 수요가 있으면 그에 맞게 공급이 이뤄집니다. 때로는 공급하는 쪽의 노력(마케팅·판촉 등)에 따라 수요가 뒤늦게 형성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방향이 어느 쪽이든 수요와 공급이 서로 매칭되는 정도에 따라 재화나 서비스 가격이 정해지고, 이렇게 형성된 가격은 또다시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물론 수요와 공급의 차가 심해 시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5년 1월 12일 첫 개설된 이후 시장참여자들의 참여 부족으로 거래부진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온실가스(탄소) 배출권 거래시장입니다.

배출권거래제는 기업이 정부로부터 할당받은 배출권 범위 내에서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 등 온실가스를 배출한 후 잉여분 또는 부족분이 발생할 경우 장내시장을 통해 다른 기업과 사고팔 수 있도록 허용된 제도입니다.

각 기업들은 자신들의 감축 여력에 따라 할당받은 범위 내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하거나 다른 기업으로부터 배출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허용된 배출량을 준수해야 합니다. 다시말해 할당(허용)받은 배출권(배출량) 이상 온실가스를 배출하려면 그 부족한 물량만큼의 배출권을 장내시장을 통해 매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배출권거래시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공급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매년 초 정부로부터 할당받은 탄소 배출권을 다 쓰지 않고 남긴 여유분을 장내시장에 매도하지 않고 다음년도로 이월해 계속 보유하려는 기업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죠.

상황이 이렇다보니 발전, 석유화학, 시멘트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업종 기업들은 부족한 배출권을 매입하려고 해도 구할 수 없어 애만 태우고 있습니다. 심각한 수급불균형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돼야 할 시장 작동원리가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죠.

배출권거래제_개념도
자료=기획재정부
앞서도 언급했듯이 기업의 배출권은 정부로부터 할당받습니다. 정부는 2014년말 수립한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에 따라 525개 기업을 대상으로 1차 계획기간(2015~2017년) 동안 총배출권 및 각 이행연도별 배출권을 할당해 왔습니다. 1차 계획기간 마지막 해인 올해의 경우 6800만톤이 지난 1월 중순 추가할당됐습니다. 그간 공급량 부족으로 고심해온 기업 입장에서는 일단 아쉬우나마 숨통이 트일 만한 수준의 물량이었습니다.

문제는 2차 계획기간(2018~2020년) 이후 할당받게 될 배출권 물량이 그리 넉넉치 않을 것이란 점입니다. 우리나라는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30년 기준 배출전망치(BAU) 대비 37%로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국내 산업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9년 코펜하겐총회에서 제시한 2020년 기준 BAU 대비 30% 감축 목표를 더 확대한 것입니다.

국제사회에 감축목표를 확대키로 약속한 만큼 정부 할당량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이죠. 이런 이유 때문에 그간 기업들은 여유 배출권이 생겨도 이를 시장에 내다팔지 않고 다음연도로 이월하는 방식으로 계속 보유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2차 계획기간 이후 배출권이 부족해질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5일 배출권거래제 총괄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이월제한, 예비물량 공급 등 내용 담은 배출권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심각한 수급불균형 해소를 위해 불이익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여유 배출권 보유 기업의 다음연도 이월량을 제한하고, 필요할 경우 정부 보유 예비물량 1430만톤을 유상공급하겠다는 것입니다.

이월제한 조치의 경우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1차 계획기간 ‘연평균 할당량의 10% 수준에 2만톤을 더한 물량’을 넘는 이월량만큼 2차 계획기간 할당물량에서 차감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1차 계획기간 연평균 할당량이 100만톤인 기업이 20만톤을 이월할 경우 기준선인 12만톤(10%+2만톤)을 초과한 8만톤은 2차 계획기간 할당량에서 깎이게 되는 셈입니다.

산업계나 전문가들은 이번 시장안정화 방안이 우선 급한 불인 수급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고육지책인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부개입이 안그래도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배출권거래시장을 더 왜곡시키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제도가 도입된 후 불과 3년째를 맞는 초기시장인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정책적 불확실성 때문에 시작부터 꼬여버린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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