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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시사상식] 해외 유전자원 확보 비상…코 앞에 다가온 나고야의정서

[톡톡! 시사상식] 해외 유전자원 확보 비상…코 앞에 다가온 나고야의정서

기사승인 2017. 05. 28.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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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의정서_개념도
나고야의정서의 ‘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공유(ABS)’ 개념도 /이미지 출처=ABS정보서비스센터
설악산, 제주도, 신안 다도해, 광릉숲, 전북 고창... 이 다섯 지역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우리나라의 ‘생물권보전지역(Biosphere Reserve)’이라는 것입니다. 최근 들어서는 산림청이 백두대간(남한지역)을 새롭게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에 등재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생물권보전지역은 유네스코가 생물다양성의 보전과 이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조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뛰어난 생태계를 대상으로 지정하는 육상, 연안, 해양 생태계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단순히 자연(생태계)을 보호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경제적으로 가치있게 이용할 만한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는 곳이어야 생물권보전지역에 지정될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무언가는 바로 ‘유전자원(genetic resources)’입니다. 이는 생물이 갖고 있는 유전정보를 말하는 것으로, 장래품종 개량에 도움이 되는 유용한 유전자를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어서 최근 들어 그 자체가 하나의 중요한 자원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이 같은 유전자원의 중요성을 인식한 국가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대다수의 국가들은 눈앞에 무수한 자원보고가 펼쳐져 있어도 이를 이용하기는커녕 다른 국가로 유출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도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이 현재 콩 수출 세계 1위 국가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지난 100여년간 우리나라에서 수집한 4000종 이상의 콩 종자가 그 밑바탕이 됐습니다.

다른 나라의 유전자원을 무단 유출·이용하고 그에 따른 이익을 독점하는 것은 결코 옳은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전 세계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낸 국제협약이 바로 ‘나고야의정서’입니다.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에서 ‘한국 ABS 포럼’이라는 명칭의 행사가 개최됐습니다. 이번 행사는 최근 급변하고 있는 나고야의정서 관련 국내외 상황을 파악하고 산업분야별 구체적 대응 방안에 대해 토론하기 위해 마련된 것입니다. 여기서 ABS는 ‘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 공유(Access to genetic resources and Benefit Sharing)’라는 뜻의 영문 이니셜을 조합한 용어로, 나고야의정서의 기본개념이기도 합니다.

환경부장관, 나고야의정서 대응 생물자원 컨퍼런스 참석
지난해 11월 24일 인천 서구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열린 ‘나고야의정서 대응 생물자원 컨퍼런스’에 참석한 조경규 환경부 장관(가운데)이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오른쪽), 박일호 밀양시장과 함께 생물자원 샘플을 들고 관계자의 안내말을 듣고 있다. /제공=환경부
나고야의정서는 유전자원에 대한 접근 및 그 이용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을 제공국과 이용국이 공정하고 공평하게 공유토록 한 국제협약입니다. 생물다양성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 등의 내용을 담은 ‘생물다양성협약’의 세 번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보충협정으로서, 2010년 10월 29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됐고 이듬해인 2014년 10월 12일 발효됐습니다.

나고야의정서에 따르면 특정 국가의 기업(이용자)이 다른 나라의 유전자원을 이용할 경우 먼저 해당 국가(제공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유전자원을 활용해 제품을 생산한데 따른 이익을 의무적으로 제공국과 공유해야 합니다. 이용국 정부에게는 자국 이용자가 이 같은 절차를 준수했는지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각 국가별로 나고야의정서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도 나고야의정서 국내 이행법률인 ‘유전자원의 접근·이용 및 이익공유에 관한 법률(유전자원법)’이 올해 1월 제정·공포됐고, 3월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나고야의정서는 유전자원법 하위법령이 시행되고 우리나라가 유엔(UN)에 비준서를 기탁하면 90일 이후부터 효력이 발생됩니다.

나고야의정서의 국내 발효시기는 오는 8월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유전자원 보호·이용을 위한 길이 순탄하게 열리는 것은 아닙니다. 나고야의정서는 우리나라 생물자원 보호의 기회를 제공하지만, 해외 유전자원의 이용이 많은 우리나라 생물산업계 입장에서는 각국의 생물자원 보호조치 강화에 따른 수급 불안정, 연구개발 지연, 유전자원 사용료(로열티) 상승 등의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이 올해 3월 23일에 공개한 ‘생물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 공유 관리조례(초안)’를 보면 특허출원 시 출처공개 의무, 이익의 0.5%~10%의 추가 기금 납부 등 자국에 유리한 조항이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중국은 국내 수입 유전자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주요 수입국입니다.

국립생물자원관이 지난해 주요 바이오산업계 136개 업체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나고야의정서 관련 대응책 마련과 관련해 ‘현재 계획이 없다‘는 답변이 54.4%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고야의정서의 국내 발효를 코 앞에 두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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