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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 이이경, “퀴어 영화 출연 때문에 부모님과 갈등 심했었다”[인터뷰]

‘백야’ 이이경, “퀴어 영화 출연 때문에 부모님과 갈등 심했었다”[인터뷰]

기사승인 2012. 11. 25.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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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영화서 동성애자역 맡아 파격 연기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생각하게돼"
사진=조준원 기자wizard333@

아시아투데이 송지현 기자 =괜찮은 신인배우의 연기를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가 배우로서 첫걸음을 내딛는 것을 관객의 입장에서 함께할 수 있는데다 새로운 열정과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개봉한 이송희일 감독의 퀴어 영화  '백야'에서 태준 역할을 맡아 열연한 이이경을 서울 여의도 아시아투데이 본사에서 만났다. 스크린에서는 분명히 거칠고 대범한 면을 가진 퀵서비스맨이었는데, 실제로 보니 깔끔한 마스크에 약간은 수줍은 말투를 지닌 부드러운 청년이었다. 

-'백야'가 퀴어영화다 보니 역할을 맡기까지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부모님 몰래 휴학을 하고 영화를 찍었다. 아버지가 많이 화가 나셨다. 영화 내용을 말씀드렸더니 (집에서) 나가라고 하시더라. 촬영 중간에 어머니가 서랍 속 시나리오를 보고 전화하신 적도 있었다. '네가 찍는 게 이거 맞냐'고 물으신 후 하지 말라고 하셨다. 하지만 계속 부모님께 믿어달라고 말하면서 설득을 했다. 힘들었지만 '백야'라는 작품 때문에 아버지가 이해하시는 폭이 훨씬 넓어진 것 같다."

-'백야'가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됐으니 그래도 뿌듯하지 않나.

"이송희일 감독님께서 장난스럽게 '베를린에 가자'고 하셨는데 흘려들었다. 그런데 정말 간다고 하니까 믿어지지 않는다.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그런 생각을 해 볼 기회가 없이 살았는데, 연기를 하다 보니 성소수자의 인권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해 보게 됐다."

-가족들에게는 영화를 보여줬나.

"가족들은 안 봤다. '보기 좀 어렵다'고 하시더라. 하지만 아버지의 성격을 볼 때 몰래 보실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든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영화 개봉이 결정되고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쑥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자랑하는 것 같기도 하고.(웃음)"

-휴학까지 하고 연기를 선택하다니, 열정이 대단하다.

"아버지가 굉장한 엘리트시고, 누나도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나는 원래 체육도 했었고 음악도 했었다. 그런데 또 연기를 한다니까 정말 반대를 많이 하셨다. '이번엔 또 연기냐'고 하시더라. 그래서 그냥 혼자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아버지의 휴대전화에 내가 나온 광고가 저장되어 있더라. 이것이 부모님의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처음 봤다."

-스스로 본인의 연기를 봤을 때 기분이 어땠나.

"영화에서 제가 맡은 캐릭터가 헤비 스모커다. 그런데 실제로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그래서 담배를 들고 있으면 너무 어색한 거다. 연기가 눈에 들어가고 고생이 많았다. 그리고 일단 게이와 소수자의 감정을 다 이해하지 못하고 찍었다는 아쉬움이 계속 남는다."


사진=조준원 기자wizard333@


-드라마 '학교5'에 캐스팅됐다고 들었다. 

"악역이다. 막 때리는 연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연기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지 시원한 느낌이 든다. 함께 연기하는 배우들이 거의 또래다 보니 무척 친하다. 하지만 여배우들과는 많이 못 친해졌다. 배역 자체가 여자들과 거리를 두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학교'시리즈는 스타 등용문으로 유명한 드라마인데 기대하는 바가 있나.

"물론 등용문이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하지만 기대는 하고 있지 않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만약에 그걸 생각하고 연기를 한다면 무언가 바라는 것처럼 되지 않겠나. 또 아직은 단역이기 때문에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에 더욱 주안점을 두고 싶다. 제 연기로 저를 다시 봐 주시는 분들이 있으면 만족한다."

-그렇다면 신인으로서 본받고 싶은 롤모델이 있을 것 같다.

"이병헌 선배님이다. 제 방 한쪽 벽이 모두 이병헌 선배님 사진이다. 이병헌 선배님만이 할 수 있는 연기가 있고 그런 부분이 정말 좋다. 이병헌 선배님은 정말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하시는 모습이 보인다. 모든 게 완벽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연기해 보고 싶은 여자배우는 누구인지 알고 싶다.

"배두나 선배님과 연기해 보고 싶다. 제가 이런 말 하면 건방지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날 것의 느낌이 나는 연기를 할 줄 아는 분인 것 같다. 그래서 현장에서 연기로 서로 부딪혀 보고 싶다."

-요즘 연기 외에 다른 분야에 도전하는 배우들이 많은데, 본인은 그럴 생각 없나.

"예능은 적성에 안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게 있다. 연기자로서 스타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냥 공백기 없이 작은 역들을 꾸준히 이어가고, 시청자들의 뇌리에 꾸준히 새겨지고 싶다. 그래서 '이 사람이 출연하면 볼 만하다'는 믿음을 주고 싶다."

사진=조준원 기자wizard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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