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희망 100세 시대]파스타로 제2의 인생 즐기는 전종규·이정임 ‘돈파스타’ 대표

[희망 100세 시대]파스타로 제2의 인생 즐기는 전종규·이정임 ‘돈파스타’ 대표

기사승인 2012. 12. 06. 23:59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인생 2막, 은퇴 앞둔 50대는 늦다! 40대부터 준비해야"

파스타로 성공적인 제2의 인생을 펼치고 있는 전종규(왼쪽), 이정임 ‘돈파스타’ 대표가 그동안의 인생 스토리를 이야기하며 밝게 웃고 있다. /사진=조준원 기자
아시아투데이 정희영 기자 = "이 다음에 아내와 작은 파스타집을 열고 싶어요. 저는 요리를 하고, 아내는 손님을 맞는 거죠. 손님 발길이 잦아드는 오후에는 아내의 손을 잡고 산책에 나서는 거예요. 강변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 즐거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1년에 한 달 정도는 아내와 해외여행을 떠날 겁니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이색 볼거리를 구경하며 아내와 즐거운 추억을 만드는 거죠."

만약 누군가 은퇴 후 꿈꾸는 삶이라며 이 같은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이라고.

직장인이면 한번쯤 은퇴 후의 인생을 그려본다. 그러나 서툴지만 정성을 다해 그렸던 밑그림을 '제2의 인생'이라는 작품으로 완성하는 경우는 드물다. 처음에는 이런 저런 장밋빛 청사진을 꺼내놓는다. 그러나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히는 순간, 활활 타오르던 자신감은 일순간에 사그라진다. 기쁨으로 그렸던 청사진도 마음 속 한 구석에 밀어 놓는다. 바로 눈앞에 닥친 현실만 쫓아가기에 바쁘다.

직장인들이 꿈꾸는 은퇴 후 삶에 대한 로망을 현실로 풀어낸 이들이 있다. 바로 '돈파스타'라는 파스타집을 운영하는 전종규(59), 이정임(57) 부부다. '부부가 함께 일하는 삶'을 꿈꿨던 이 부부는 시칠리아식 이탈리아 파스타집을 꾸려가며 소박하지만 매순간 행복을 느끼는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지난 4일 이들 부부의 삶이 궁금해 칼바람을 헤치고 경기 분당 서현동으로 향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부인 이씨가 반갑게 맞아준다. "날씨가 많이 춥죠?." 따뜻한 말 한마디에 추위에 얼었던 몸이 스르르 녹는다. 고향에 있는 어머니에게 느껴지는 온기와 닮았다.

24평 되는 작은 공간이 이 부부가 인생 2막을 펼치고 있는 무대다. 가게 곳곳에서 이 부부의 애정이 담겨 있다. 아탈리아 정취가 물씬 풍기는 그림에서부터 아기자기한 소품까지 부부의 손 때가 묻지 않은 것이 없다. 나뭇결 무늬가 멋들어지게 그려진 회벽도 전씨의 작품이란다.

전씨는 "돈 보다는 '부부가 함께 일하는 노후 생활'에 초점을 맞춰 제2의 인생을 계획했다"면서 "아내와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여행을 다니며 추억을 쌓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돈파스타의 대표 메뉴인 '시칠리 파스타'.
   
◇ "'돈' 아닌 '적성' 먼저 고려해야"

전씨 부부는 공기업에서 만나 결혼했다. 이후 전씨가 29세가 되던 해 부부가 함께하는 일을 찾기 위해 회사를 그만뒀다. 이후 복사집과 화장품 가게를 열기도 하고 공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년까지 하기엔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은 많이 벌었지만 노년까지 즐기면서 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당시 전씨 부부는 지인으로부터 대박 냉면집을 소개받기도 했다. 냉면집 주인은 전씨에게 노하우를 제공하겠다는 파격 제안을 했다. 그러나 손이 느린 부부에게는 맞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정중히 거절했다.

전씨는 "칡냉면이 유행할 때라 번호표를 받고 대기할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면서 "돈은 많이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침부터 밤까지 쉴 틈 없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는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적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씨는 "아마 냉면집을 열어 대박이 나더라도 오래 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은퇴 후 생활을 즐기기 위해서는 재미를 갖고 일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 "돈 버는 노후, '투자' 아닌 '직업'이어야"

전씨는 우연히 창업관련 아이템 중 파스타를 소개하는 잡지 기사를 봤다. 당시만 해도 서울에서 파스타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 손에 꼽혔다. 시장성도 있고 수입도 괜찮을 것으로 보였다. 

전씨는 파스타 사업하기로 마음을 먹은 후 곧바로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났다. 파스타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현지에서 직접 몸으로 배우고 싶었다. 그런데 언어가 문제였다. 전씨는 이탈리아어를 배우기 위해 4개월 동안 어학원에서 살다시피 했다.

전씨의 유학길은 평탄치 않았다. 이탈리아에 도착한 후 일주일 만에 IMF 외환위기가 터진 것이다. 환율이 2배로 뛰어오르면서 한국 유학생 3분의 1이 떠났다. 전씨도 유학기간을 6개월로 단축하기로 했다. 시간이 부족해진 전씨는 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파스타 요리 공부에 매진했다.

전씨는 귀국한 후 2000년 5월 분당 서현동에 파스타집을 열었다. 당시 7평 규모에 테이블 4개가 전부였다. 그래도 부부는 행복했다. 꿈꾸기만 했던 인생 2막을 눈앞에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씨는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거는 직업이 단순 '투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씨는 "은퇴 후 창업에 뛰어든 사람들을 보면 제대로 사업을 파악하지 않은 채 수익성만 보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사업 시작 전 충분히 검토하고 직접 경험해 보는 등 적성에 맞는지 알아보는 기회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직원 교육 등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제공하는 대로 아무것도 모른 채 따라 가는 것은 자금을 투자하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은퇴 후의 인생을 즐겁게 살려면 투자가 아니라 주체적으로 사업을 이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씨 부부가 지난 1997년 이탈리아 유학시절부터 2003년부터 시작된 레시피 여행 때 찍은 사진들을 모아 사진첩 만들었다. /사진=조준원 기자
◇ "제2의 인생, '여유'를 즐기는 것이 중요"

지난 2003년 장사가 안정기에 접어들자 전씨는 다시 이탈리아를 찾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번 여행에는 아내도 함께 했다. 전씨 부부는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다양한 파스타를 맛 보고 자신이 만드는 파스타 맛과 비교하는 등 레시피를 연구했다.

전씨는 "IMF 때문에 유학생활을 서둘러 접고 온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면서 "여행을 하면서 메뉴 개발도 하고 아내와 즐거운 추억도 만들었다"고 말했다.

전씨 부부의 레시피 여행은 매년 이어지고 있다. 9월이면 가게 문을 잠시 닫고 여행을 떠난다. 지난 9월에도 스페인을 다녀왔다. 전씨 부부는 지난 2003년 시칠리아를 시작으로 2005년 스페인, 2006년 프랑스 파리와 중부 이탈리아, 2007년 프로방스, 2008년 그리스, 2009년 터키, 2010년에는 다시 시칠리아를 여행했다.

레시피 여행 후 새롭게 등장하는 신메뉴를 맛보는 재미에 이제 손님들도 은근히 부부의 여행을 기다린다. 이씨는 "이제 손님들 때문이라도 여행을 가야 한다"면서 "벌써부터 손님들이 내년엔 어디를 여행할 것이냐고 물어 본다"고 말했다.

전씨 부부는 인생 2막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삶의 여유'라고 말한다. 자녀 양육 등으로 돈이 많이 들어가는 젊은 시절에는 시간에 쫓기듯 살았다. 그러나 경제적 짐이 줄어든 지금은 계절의 변화도 느끼고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도 관찰하면서 자신들에게 맞는 시간의 속도를 찾고 싶단다.

이에 전씨 부부는 매일 오후 3시부터 5시30분까지 가게 문을 잠시 닫고  휴식 시간을 갖는다. 부부는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거나 인근 탄천 산책로를 걷는다. 

이씨는 "삶의 여유를 찾는 것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이유이기도 하다"면서 "제2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전씨 부부에게 인생의 선배로서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해 조언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전씨는 "제2의 인생은 은퇴를 코앞에 둔 50대가 아닌 40대부터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인생 2막을 준비하다 보니 만만치 않다 생각이 들었다"면서 "젊은 세대와 치열하게 경쟁하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젊은 감각과 마인드가 있을 때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