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완화...전문가들 “종부세 유명무실”

기사승인 2008. 09. 2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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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경제 나빠 당장 집값 상승은 없을 듯
거주요건 유예 방침에 계약자.건설사는 '안도'


정부와 한나라당이 23일 발표할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현행 공시가격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종부세율도 0.5-1% 수준으로 대폭 낮추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택시장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당초 6억원이었던 고가주택의 패러다임이 바뀜과 동시에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종부세 과세 대상 주택이 크게 줄어들고 종부세 자체도 대폭 축소됨에 따라 보유세 부담 때문에 위축됐던 고가주택 수요가 다시 살아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를 둘러싼 경제여건이 좋지 않아 이번 조치가 당장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 중대형.고가주택 '몸값 오르나' = 부동산 전문가들은 앞서 9.1세제개편안을 통해 양도세 비과세 기준이 되는 고가주택 기준금액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조정된데다 이번에 종부세 부과 기준까지 9억원으로 통일되면서 '고가주택'에 대한 개념이 9억원 초과로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고가주택에 대한 '꼬리표'가 사라지는 6억원 초과,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도 높아질 전망이다.

국토해양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 1월 1일 기준 현재 공시가격 6억원을 초과하는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은 총 28만6354가구, 9억원 초과는 총 10만3198가구로 종부세 기준이 상향되면 18만3156가구가 세제혜택을 받게 된다.

특히 '세금 폭탄'으로 불리던 종부세 대상과 세 부담이 크게 줄면서 고가주택을 보유하려는 심리도 커질 전망이다.

올해 9억원 초과 주택 10만3000여가구는 전체 가구수(공동.단독 포함) 1355만5701가구의 0.76%(6억원 초과는 2.1%)에 불과해 1주택자라면 사실상 강남권을 제외하고는 종부세 대상이 거의 없는 셈이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종부세 과세 대상이 크게 감소하면서 종부세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며 "다주택자가 아니라면 종부세 걱정 때문에 집을 못사는 경우는 없어진 만큼 고가주택에 대한 시각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시가격 6억-9억원 사이에 있는 비강남권과 수도권의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인기도 높아질 전망이다. 현재 수도권에는 발코니 확장 허용과 보유세 부담, 대출 규제 등으로 중대형 수요가 많이 감소한 상태다.

건설업계 역시 분양가 6억-9억원 초과 아파트 분양이 종전보다 쉬워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고양, 용인시 등 수도권 아파트 중대형 중에 분양가가 6억-9억원 사이에 걸린 것들이 많다"며 "앞으로 종부세 부담 때문에 투자를 꺼렸던 사람들이 분양을 받거나 주택을 매수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65세 이상 고령자는 종부세를 세대주의 나이별에 따라 낮춰줄 것으로 알려지면서 고가주택을 보유하려는 실수요자들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부동산114 김규정 차장은 "강남에 집을 한 채 장기 보유한 고령자들이 보유세의 짐을 덜 것으로 보인다"며 "고가 아파트에 대한 보유 부담이 감소하면서 사정상 집을 팔아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앞으로 매물이 더 안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 당장 집값 상승은 없을 듯 = 하지만 최근 거시경제 여건을 감안할 경우 이번 조치가 당장 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박사는 "6억-9억원 아파트가 크게 몰려 있는 강남권 거주자가 종부세 때문에 집을 파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심리적으로 해당 가격대 주택 보유자가 안도감을 느낄 수는 있지만 경제 여건상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종부세 9억원 상향 조정은 양도세의 고가주택 기준이 높아지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라며 "6억-9억원대 주택의 보유세 부담이 줄어들면서 매물이 감소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또 "지금 수요자들은 세금 때문이라기 보다는 집값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없고, 대출 규제, 금리 등 금융시장 환경이 좋지 않아 집을 사지 않는 것"이라며 "양도세 감면 혜택도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만큼 연말까지 버블세븐 지역의 고가주택에 대한 거래 두절 현상은 심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아직까지 이렇다할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의 경우 종부세 대상이 9억원으로 상향 조정되면 전체 3930가구 가운데 112㎡(공시가격 8억6000만원) 2280가구가 종부세 대상에서 빠지지만 문의전화가 거의 없다.

송파공인 최명섭 대표는 "최근 재건축 규제 완화, 양도세 감면 등 일련의 호재에도 불과하고 경기 탓인지 매수세는 여전히 침체돼 있다"며 "다만 집주인들이 가격 상승 기대감으로 급매물을 내놓거나 호가를 낮춰 내놓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도 공시가격 7억4000만원인 49㎡(전용면적 50.38㎡)가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시장에 큰 변화는 없다.

남도공인 이창훈 대표는 "최근 경기침체로 2천만-3천만원씩 낮춘 급매물이 나와도 팔리지 않는다"며 "재건축 조합원 전매제한이 풀리면 매물이 더 나올 것으로 예상돼 당장에 반영되는 종부세 완화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 이후 경제여건이 나아지면 강남권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다시 매수세가 살아나면서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양도세 거주요건 유예로 계약자 '안도' = 기획재정부가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거주요건을 내년 7월 이후 계약분부터 적용하기로 함에 따라 새 아파트 계약자와 건설사들은 안도하는 모습이다.

당초안대로 법 공포일 이후 취득하는 아파트에 대해 거주요건이 강화됐다면 내년 이후 입주를 앞둔 전국의 새 아파트와 분양예정인 아파트는 거주기간이 모두 최소 1년에서 3년까지 늘어날 판이었다.

D건설 관계자는 "내년 초 입주를 앞둔 계약자들 사이에 입주 날짜를 올 연말 이전으로 당겨줄 수 없냐는 등의 민원이 많았는데 유예기간이 생겨 다행"이라며 "내년 7월 이전에 분양될 아파트나 미분양 판매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용인, 김포, 파주, 의정부시 등 기존 주택시장도 거래 침체를 가중시켰던 '악재' 하나가 사라졌다며 반기고 있다.

의정부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거주요건이 강화되면 서울 등 원정투자가 어려웠을텐데 집을 팔려는 매도자들이 그나마 안도하는 모습"이라며 "하지만 거주요건이 완전히 없어진 게 아니고 내년 7월까지 유예해준 것에 불과해 침체된 시장기능이 완전히 회복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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