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 오른 종부세 ‘우여곡절’

기사승인 2008. 09. 22.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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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가 드디어 부과대상 부동산의 기준을 올리는 쪽으로 22일 열린 당정회의에서 결론이 났다. 아울러 고령자 부담완화와 세율인하도 함께 시행될 전망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인 세대별 합산 폐지-인별 합산 적용 문제는 종부세의 위헌심판을 진행중인 헌법재판소의 결론을 지켜보기로 하면서 당장 시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공시가격 9억원 이상'이라는 조건만 보면 종부세가 첫 시행됐던 2005년으로 되돌아가는 셈이다.


◇ 참여정부의 '적자' 종부세..2005년 첫 시행
1990년대 말∼2000년대 초에 걸쳐 'IT(정보기술) 거품' 붕괴를 겪자 세계 각국은 저금리 정책이라는 암묵적 정책공조로 대응했다.

경기를 버티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이는 필연적으로 세계적 자산거품으로 귀결됐고 김대중 정부 후반기부터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부동산 버블이 점차 커져가는 상황에서 정부는 경기 위축을 가져올 수 있는 '돈줄 죄기'보다는 '세금 강화'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지속적으로 전개했다.

세 부담 확대책의 하나로 도입된 것이 실거래가가 6억원이 넘으면 1세대 1주택이라도 면적에 상관없이 양도세를 물린다는 것이었지만 "양도세와 더불어 보유세를 늘려 부동산 보유의 비용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참여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2003년 1월 '1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참여복지와 삶의 질 향상'을 포함시키면서 여기에 '부동산 세제개편과 투기방지'를 집어넣어 부동산 보유세를 대폭 늘릴 것임을 예고했다.

참여정부는 2003년 들어서도 집값 상승이 계속되자 이 해 5월23일 주택가격 안정대책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과다보유자 5만∼10만명에 대해 인별과세 체제를 도입해 재산보유액에 따라 세부담이 누진적으로 늘어나도록 부동산세제를 개편하겠다는 방침을 공개 천명했다.

그리고 이로부터 3개월 가량 뒤에 '종합부동산세'라는 이름의 새로운 세금이 공식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방자치단체가 부과하는 재산세, 종합토지세와 별도로 국세인 종부세를 만들어 별도의 세금을 2005년부터 물리겠다는 것이었다.


◇ 시작은 9억원 이상-인별 합산
종부세 도입이 발표되자 적지 않은 사회적 논란이 일었지만 정부 내부의 의견차도 만만치 않았다.

종부세 시행방침이 확고하게 발표됐던 2003년 10월29일만 해도 정부는 종부세 과세를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을 내비치면서 이 세금의 '공격목표'가 소유자가 직접 살지 않는 주택, 즉 집값 안정을 위한 다주택 소유자 압박용 카드임을 시사했다.

1세대 1주택은 가급적 대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법 도입 과정에서 이런 흐름은 달라져 고가주택에 대해서는 제 아무리 1세대 1주택의 실수요자라도 세금을 무겁게 물리는 쪽으로 수정됐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2005년 처음으로 종부세가 부과됐으나 이 당시만해도 논란은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주택이 많지 않았고 부과도 세대별 기준이 아닌 사람 기준(인별 합산)이었기 때문이다.


◇ 대상 6억 인하에 '세금 폭탄론' 대두
'10.29대책'에도 집값 상승세가 멈추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 포커스는 여전히 '돈줄 죄기'보다는 '세금'에 잡혀있었다. 이런 대책의 결정판은 정부 스스로 부동산 대책의 결정판이라고 자평한 2005년의 이른바 '8.31 대책'이었다.

종부세의 부과대상을 2006년부터 공시가격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대폭 낮추고 인별 합산 대신 세대별 합산을 도입함으로써 서울 강남지역이나 신도시의 30평형선 아파트까지 모두 종부세 과세대상에 집어넣은 것이다.

부동산 보유세 강화를 주장해온 쪽으로서는 환영할 일이었지만 반대로 '세금폭탄론'이 힘을 얻은 것도 이 때였다.

자산 증식목적으로 여러 채의 집을 보유한 것도 아니고 오래 전부터 살아온 집 한 채가 저절로 가격이 올랐다는 이유로 세금을 중과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문제제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종부세에는 아무런 헌법적,경제이론적 문제가 없다"는 정부의 반박도 이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공중파 방송에 나와 "강남 재건축 아파트 사서 기분 좋은 사람들이 언제까지 웃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고 김병준 당시 대통령 정책실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헌법만큼 바꾸기 힘든 부동산정책을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노 대통령은 김 실장의 이런 인터뷰 내용에 대해 "지난주에 제일 좋았던 뉴스"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 시행 5년만에 대수술 들어간 종부세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종부세, 특히 주택분에 대해 대상을 축소하고 장기보유 1세대 1주택에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리고 올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종부세 과표기준 상향에 대해 "금년 하반기에 검토할 생각"이라고 종부세 수정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의 경제정책 실행자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는 나라는 없다"는 소신을 강조하면서 종부세를 어떤 형태로든 손을 볼 것임을 시사해왔다.

결국 22일 한나라당과 정부는 ▲과표기준 9억원으로 상향 ▲고령자 부담완화 ▲현행 3%인 최고세율의 인하 및 순차조정 등에 합의했다.

당정 합의안이 시행될 경우 종부세는 최소한 지금까지의 이른바 '세금 폭탄론'에서는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주택분 종부세를 낸 37만8000명 가운데 공시가격 6억∼9억원 범위의 집을 가진 사람이 전체의 59%인 22만3000명에 이르러 과표기준 상향만으로도 이들이 대상에서 빠지고 남는 사람들의 세부담도 줄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부세의 고비는 한 번 더 남아있다. 헌법재판소가 종부세에 대한 위헌심판을 올해가 가기 전에 마무리하기로 함에 따라 헌재의 결정에 따라 존폐의 향방이 갈리기 때문이다.

만약 전체적으로 위헌 결정이 내려진다면 종부세는 아예 존속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부과대상 축소와 장기보유 공제도입이 합의된 상태에서 세대별 합산 등 몇몇 요소에 대해서만 부분위헌 결정이 내려져도 그 효과는 마찬가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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