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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란길 오른 ‘팔’난민들 “갈곳 없네”

피란길 오른 ‘팔’난민들 “갈곳 없네”

기사승인 2009. 01. 05.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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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가자 철저 봉쇄 ... 이집트 접한 국경도 폐쇄
가자지구의 최대 도시인 '가자시티'가 4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에 의해 포위되자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피란길에 올랐다. 이스라엘이 공습을 시작한 지난달 27일 이후 생사의 갈림길에서 극심한 공포에 시달려온 주민들은 이스라엘 지상군과 하마스 무장조직간의 시가전이 임박함에 따라 집을 버리고 길을 나섰지만 갈 곳이 없다.

지중해안 40㎞를 따라 남북으로 길쭉하게 뻗은 직사각형 모양의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에 의해 철저하게 봉쇄된 상태인데다 이집트와 접한 국경도 하마스가 집권한 지난해 6월부터 줄곧 폐쇄돼 왔기 때문이다. 인구는 150만 명에 이르지만 면적이 365㎢에 불과해 주민들이 아무리 숨을 곳을 찾으려 해도 마땅치가 않다. 이때문에 피란을 포기하고 코란에 의지해 기도로 밤을 지새우는 주민도 적지 않다.

세계 최고의 인구밀도 지역이다 보니 이스라엘 공습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컸고, 특히 지상전이 전개되면서 그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는 이들 사망자의 25% 이상이 민간인이며, 이 중에는 어린이가 80명 이상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살아남은 주민들의 고통도 나날이 가중되고 있다.

이스라엘이 1년 6개월째 진행하고 있는 봉쇄정책으로 식량과 의약품, 연료유 등은 거의 바닥이 난데다 전기도 끊긴 곳이 많아 추운 겨울을 근근이 버티고 있다. 주민 루브나 카람(28.여)은 가족과 함께 집안 통로에서 뜬눈으로 밤을 보내고 있다면서 벌써 일주일째 전기와 난방장치 없이 찬 음식을 먹으며 지내고 있다고 AP 통신에 호소했다. 그녀는 "우리가 내일까지 살아있을지 모르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집트와의 국경지대에 몰래 판 땅굴들도 이번 공습에 완전 파괴돼 외부로부터 생필품을 밀반입할 지하 통로도 막힌 상태다. 땅굴들은 이스라엘의 봉쇄정책 속에서 가자지구의 지하경제를 떠받쳐온 버팀목이었으나 이스라엘군이 땅굴 속에 하마스의 무기류가 은닉돼 있다며 여러 차례에 걸쳐 공습했다. 이곳 국경지대에 사는 주민 아부 알리는 "땅굴까지 파괴되어 가자지구에서 더 이상 살 수 없게 됐다"면서 전쟁이 끝나면 땅굴부터 보수할 것이라고 AFP 통신에 말했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주례 각료회의에서 "가자지구에 식량과 의약품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지상전이 확대되고 있어서 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려면 상당 시일을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UNRWA는 가자지구의 주민 150만 명 중 51.8%가 빈곤선 아래에서 살아가는 난민으로 파악하고 국제 구호품을 지원해왔으나 이스라엘의 봉쇄정책에 전쟁까지 겹쳐 구호품 전달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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