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퇴직연금펀드, 불완전판매 ‘시한폭탄’

퇴직연금펀드, 불완전판매 ‘시한폭탄’

기사승인 2014. 05. 23. 06:3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설명 소홀·투자성향 테스트 '받아쓰기' 사례 발견
#직장인 김모씨(29)는 얼마전 퇴직연금을 가입한 뒤 찜찜한 마음을 거둘 수 없었다.

최근 은행 금리를 감안할 때 약간의 부담이 있더라도 정기예금보다는 펀드가 낫겠다 싶어 채권혼합형펀드를 선택·가입했는데 가입 신청을 받으러 온 증권사 직원으로부터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증권사 직원은 김씨에게 배당주, 가치주, 성장주 등 몇 가지로 분류된 상품 라인업을 보여주며 원하는 상품을 고르라고 했다.

해당 상품의 특성은 물론이고 채권 및 주식투자에 따른 위험성에 대한 얘기도 없었다.

배당주 투자를 원하면 배당주펀드, 가치주 투자를 원하면 가치주펀드, 성장주 투자를 원하면 성장주펀드를 고르라고 했을 뿐이다.

이 증권사 직원은 가입신청이 마무리 된 후 김씨에게 설문조사를 한다며 종이를 내밀었고 ‘높은 점수가 나와야 나중에 편하니 불러주는 대로 작성해달라’고 했다.

김씨가 작성한 설문은 투자자에게 알맞은 전략 및 상품을 선택하는데 활용되는 ‘투자성향 테스트’였다.

22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퇴직연금펀드 불완전판매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불완전판매는 고객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상품에 대한 기본 내용 및 투자위험성 등에 대한 안내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

실례로 A증권사를 통해 퇴직연금을 가입한 김씨의 경우도 금융감독원 및 복수의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짙다고 판단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는 펀드 판매시 해당 상품에 대한 개요를 비롯해 위험에 대한 설명과 손익구조, 수수료, 환매제한 등에 대한 설명을 반드시 해야 한다”며 “투자자의 금융투자상품 가입 경험과 사전지식 등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지만 이번 경우는 불완전판매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은 금융상품 판매시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금융회사에게는 손해배상 책임이 따른다.

적합성원칙은 위험선호도 등 고객의 특성에 적합한 상품을 권하도록 하는 것이고 설명의무는 고객에게 상품의 내용과 투자에 따른 위험성 등을 충분히 설명해야 하는 의무다.

문제는 이 같은 사례가 이 증권사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B증권사 관계자는 “퇴직연금 초기 가입자들은 사회생활 및 금융투자상품 관련 경험이 적어 무엇을 묻고 따져봐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퇴직연금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낮아 적극성도 떨어진다”이라며 “투자자들의 이런 특성에 더해 주식형보다 위험성이 낮은 것으로 간주되는 채권혼합형 위주로 펀드 판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증권사 직원들이 설명의무를 소홀히 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퇴직연금 관련 부서의 담당자 대신 가입자의 근무지 근처 지점 직원이 신청서를 받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도록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아직 퇴직연금 판매와 관련돼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혼합형펀드의 위험성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는 행태가 지속될 경우 퇴직연금펀드는 불완전판매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