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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종교인이 왜 이석기 재판에 선처를 호소하나

[사설]종교인이 왜 이석기 재판에 선처를 호소하나

기사승인 2014. 07. 28.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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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기독교 불교 원불교 등 종교 지도자들이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 7명을 선처해줄 것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내 파문이 일고 있다. 먹고 살기 힘든 단순 생활사범도 아닌 내란음모 혐의자들에게 선처를 베풀어달고 탄원서를 낸 게 과연 종교인의 처신으로 맞는 것인지 아니면 범법자를 옹호하기 위한 것인지 탄원서를 낸 당사자들은 납득할 만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천주교 염수정 추기경,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자승 조계종총무원장, 남궁성 원불교 교정원장, 김근상 성공회 주교 등 7명은 "재판부가 원칙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해주시기를 기도하며 동시에 그들이 우리 사회의 한 일원으로 화해와 통합, 평화와 사랑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를 청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서울고법 형사9부에 제출했다. 이석기 의원 등은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8월 11일 항소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염 추기경은 탄원서를 내기 전 구속자 가족을 만났는데 이들은 "전염병이 두려워 나병 환자에게 아무도 가까이 하지 않을 때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종교인의 사명"이라며 "소위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으로 구속된 7명의 피고인들에도 우리 사회의 화해와 통합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부탁했다고 한다. 국가의 근간을 흔들 내란음모에 가담하고도 이를 전면 부인하면서 한편으론 사회의 화해와 통합에 기여하게 해달라고 선처를 부탁한 사람들이나 이를 받아들인 종교 지도자나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는 탄원서를 낸 7명의 생각이 이 땅의 종교인의 마음을 대변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신도의 생각과 관계없이 지도자가 자기 생각대로 행동하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불신 받는 종교 지도자가 많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탄원서를 낸 지도자들의 종교관과 그들의 처신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석기는 국회의원이다. 국회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재판을 받는데 이걸 선처해달고 하니 탄원서를 낸 사람들이 제정신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종교 지도자들이 진정으로 화해와 통합에 관심이 있었다면 선처를 호소하기보다 내란음모자들을 교도소로 찾아가 기도해주고, 그들이 마음을 돌리도록 하는 게 정상이다. 상황을 분별하지 못하고 재판에 영향을 미칠 탄원서를 내는 것은 큰 실수였다. 전혀 지도자답지 않은 행동이다. 종교 지도자는 국가와 국민, 어려운 사람을 위해 눈물로 기도하고 믿음의 길로 인도하는 게 사명이다. 범법자를 위해 단체로 탄원서를 낼 만큼 한가롭지 않다. 특히 천주교의 경우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말이 없으면서 이석기 등을 위해 탄원서를 낸 것은 비판받아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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