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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병’ 생긴 유병언 일가 수사

‘불신병’ 생긴 유병언 일가 수사

기사승인 2014. 08. 0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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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이 죽었다는 말을 믿기 어려운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유병언이 맞다고 확인했으니 믿어야겠죠.”

6월 12일 전남 순천 학구리의 매실밭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에 대한 국과수의 사망 확인 발표를 접한 회사원 김정현씨(34)의 발언이다.

검찰의 소환에 불응한 채 도주했던 유 전 회장이 변사체와 동일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국과원이 지난달 25일 발표했지만 3일 현재 대다수 국민들은 “시신 바꿔치기 아니냐” “그냥 믿기에는 석연치 않다”는 등의 반응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한 여론조사 전문기관이 19세이상 남녀 500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과원 발표 당일 ‘국과원의 유 전 회장 사망 발표를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신뢰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57.7%로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신뢰한다’는 의견은 24.3%에 불과했고, ‘모름·무응답’이 18%였다.

세월호 사고가 터진 직후 검찰은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 경영 비리에 주목하고 사고 총책임자로 청해진해운의 실질적 오너인 유 전 회장에 칼을 겨눴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유례 없는 속도전을 펼쳤다. 송국빈 다판다 대표(62), 변기춘 천해지 대표(42) 등 유 전 회장 측근들을 줄줄이 구속했다. 이어 부인 권윤자씨(71), 처남 권오균씨(64), 형 유병일씨(75), 동생 유병호씨(61) 등 경영 비리에 관련된 것으로 파악된 유 전 회장 일가도 대부분 잡아들였다.

해외에서 잠적한 인물들은 미국과 사법공조를 통해 검거를 시도하고 있고, 유 전 회장의 사망을 국과원이 발표한 당일 밤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씨를 검거해 구속 수사를 진행 중이다. 또 유 전 회장과 대균씨의 도주를 도운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들도 역시 잡아들였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의 사망으로 검찰 수사는 검거 답보 상황이 수사 답보 상황으로 옮겨간 듯한 모양새다. 자연스레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의혹어린 시선도 거두기 어려워졌다.

범행을 숨긴 채 도주하는 유 전 회장 뿐 아니라 범죄자를 숨겨준 구원파의 거대한 비호 움직임도 이 과정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막상 유 전 회장 사망에 대한 구원파의 별다른 입장이 없는 것도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매실밭 변사체의 신원을 검경이 뒤늦게 확인하면서 생긴 의혹도 해결될 기미가 없다. 유 전 회장의 사망까지 행적과 원인을 밝히려는 검경의 시도가 번번이 물거품 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유 전 회장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한 수사본부를 구성한 지 10일이 지났지만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검찰 역시 마찬가지다. 유 전 회장의 행적을 밝혀줄 ‘키맨’으로 꼽혀왔던 운전기사 양회정씨(55)가 검찰에 전격 자수했지만 궁금증은 해소되지 못한 채 ‘왜 자수했을까’라는 또다른 의문만 낳고 있다.

이 같은 의혹들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검찰 스스로 자초한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 관계자는 “애초부터 검찰이 유 전 회장을 속전속결로 검거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며 “유 전 회장 수사에 관한 분위기를 무르익게 만들어 놓고 제대로 밝히지 못한 채 마무리 될 상황이니 국민의 불신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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