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윤 일병 사건’ 군대 부조리 ‘총집합’

‘윤 일병 사건’ 군대 부조리 ‘총집합’

기사승인 2014. 08. 10. 09:06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폐쇄적인 군대 문화 개선 시급
군사법원도 '재판독립 사각지대'

윤모 일병 사망 사건의 원인이 된 군대 문화가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가운데 ‘덮고 넘어가자’는 폐쇄적인 군대 문화가 이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권에서 병 인권 개선을 위한 각종 법안 발의에 나서고 있지만 군 문화의 이 같은 폐쇄성이 지속된다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입대한 청년들이 내무실 안에서 인권 유린 사태를 저지르고 있는데 이를 예방하기는커녕 적절한 해결도 하지 못하는 군형법과 군사법원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 ‘축소·은폐’도 군대 문화의 일부?

“부대 안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아무 것도 말하지 말라’는 교육을 휴가 나올 때마다 받게 된다.”

최근 육군 모 사단에서 전역한 박모씨(23·서울 중계동)는 자신은 아직도 ‘보안사항이 무엇인지’ 헷갈린다고 10일 밝혔다. 즉 군대 내에서 실시되고 있는 보안교육이란 사실상 군사기밀과 무관하게 군대 내 부조리 은폐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윤 일병 사망 사건’도 이러한 잘못된 ‘입 단속’ 교육에서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육군 28사단 소속 윤 일병(21)은 선임병들에게 계속된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하는 동안 외부에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전혀 말하지 않았다.

윤 일병은 부대 안에서 군인들이 군 생활에서의 고충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설치된 ‘마음의 편지함’에도 어떠한 글도 남기지 않았다. 윤 일병 폭행 현장을 직접 목격한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윤 일병이 사망한 뒤 헌병대 조사를 받는 과정에 이르러서야 현장을 봤다고 실토했다.

이에 대해 박씨는 “사실과 달리 ‘평온한 듯’한 부대 분위기를 깨는 행동을 하기란 쉽지 않다”며 “신고한 사람이 누군지 알려지고 관심병사로 낙인찍히는 상황에서 용기를 낼 병사는 없다”라고 말했다.

군형법에는 부하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사실을 알고도 진정을 위해 필요한 방법을 강구하지 않은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간부들조차 병사들 사이에 구타와 가혹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을 묵인하고 있는 것이 군대의 현실이다.

◇ ‘인권 사각지대’ 없애야 할 군사법원은…‘재판독립 사각지대’

부조리로 사건이 터지고 나서 이를 해결하는 단계도 문제다.

“사건을 하나 맡으면 여기저기서 전화가 많이 왔었다”며 군법무관으로 근무하던 시절을 떠올린 서울중앙지법 A판사는 “군사재판의 독립성이 보장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꼬집었다.

일반 사법체계와 달리 군 사법체계는 사단장 지휘아래 군 검찰과 군사법원이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심지어 재판부 3명 중에는 사단장이 지정하는 심판관 1명이 포함돼 있다. 형사재판을 진행하는데 마치 행정부 소속 공무원 한명이 법원 합의 재판부 소속으로 파견돼 있는 구조다.

게다가 지휘관은 판결이 선고된 사건의 형량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권한도 갖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포화상태에 이른 법조 시장도 군사법원의 독립성 문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법조 시장은 변호사 자격증을 갓 취득한 법조인 대부분이 군 복무 대체 수단으로 군 법무관 제도를 택하던 전과는 다른 상황이다.

변호사 개업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기 힘든 상황에서 10년 임기의 장기 군법무관에 신규 법조 인력의 지원이 대거 몰리고 있다.

A판사는 “이런 상황에서 군법무관으로 임관해 10년 근무와 그 이후까지 바라봐야 하는 입장에서 는 법과 상식에 따른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더욱 수월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근본적으로 삼권분립이 작동하지 않는 영역에서 인사권을 쥔 상관의 개입에서 자유롭기는 불가능한 일이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문제로 인해 최근 군인이 저지른 범죄더라도 군의 특수성과 관계없는 범죄는 일반법원에서 재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최근 새정치국민연합 서영교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군 검찰에서 다룬 사건 7530건 중 군사기밀보호법이나 국가보안 관련 사건은 15건에 불과했고, 탈영이나 군용물 범죄 등 군의 특수성과 관련된 사건도 1094건에 그쳤다.

나머지는 음주운전 같은 교통범죄, 폭행·상해·사기·절도 등 군대의 특수성과 무관한 범죄였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