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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방한] “가슴 아픈 영광입니다”…교황 맞이한 사람들

[교황 방한] “가슴 아픈 영광입니다”…교황 맞이한 사람들

기사승인 2014. 08. 1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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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아픈 영광입니다”

14일 오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맞이한 환영단은 감격스러웠던 첫 만남의 소회를 밝히며 교황 방한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단과 함께 이날 환영단에 포함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과 새터민, 이주노동자, 시복대상자 후손 등 32명은 상기된 표정으로 공항청사 대기실에서 대기하다 오전 10시15분께 일렬로 서서 교황을 맞았다.

세월호 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 남윤철 안산 단원고 교사의 아버지 남수현씨는 교황을 만나기에 앞서 “교황의 위로 말씀을 통해 모두가 회개하는 마음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 씨는 “아시시의 프란치스코의 평화의 기도문에 ‘미움 있는 곳에 사랑을, 분열 있는 곳에 일치를’이라는 구절이 있다”며 “잘못한 사람들이 고해성사하듯이 뉘우쳤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전적 보상이 먼저라기보다 심적인 위로, 진정한 위로를 받고 싶다”며 “대통령이 국가 개조 약속을 지켰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사고로 남편 정원재씨(61)를 잃은 김봉희씨(58)는 눈시울을 붉히며 “가슴 아픈 영광이다. 좋은 일로 만났으면 더없는 영광일텐데 가슴이 아프고 미안하다”고 교황을 맞이한 소감을 밝혔다.

이날 공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환영단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교황은 세월호 유가족을 소개받고는 왼손을 잠시 가슴에 얹고 슬픈 표정을 지으며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16일 복자품에 오르는 권상문·천례 남매의 6대손인 권혁훈씨(68)는 “200여년 전에 고초를 겪은 조상들이 복자로 선정된 것도 감격스러운데 교황을 직접 만날 수 있게 돼 행복하다”며 “교황이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남기든 천천히 음미하다 보면 각자의 위치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터민 김정현(58·가명)씨는 “북한이 평화적으로 통일되는 일에 기도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고, 어르신 대표로 환영단에 속한 권택진씨(79)는 “교황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얻게 돼 영광스럽다”며 “한국에 무사히 건강히 머물다 가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날 화동(花童)으로 나선 최우진·승원 남매 역시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미리 교황에게 직접 영어로 쓰고 그린 카드를 전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들 남매가 건네는 꽃다발을 받고 아이들을 안아준 뒤 “친절해서 고맙고 사랑합니다”라고 이탈리아어로 말했고 이들은 “우리는 교황님을 사랑합니다”라고 미리 준비한 인사말을 건넸다.

우진·승원 남매의 아버지 최용석 씨는 “아이들이 괜히 들뜰까봐 화동이 됐다는 말을 미리 하지 않고 지난 10일에 전했다”며 “교황님과의 만남이 단순히 좋은 기억이 아니라 교황님을 만날 준비로 다졌던 그 마음으로 평생을 올바르게 자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밖에 볼리비아 출신 이주노동자 아녜스 팔로메케 로마네트 씨는 스페인어로 교황을 위한 기도문을 작성해 왔으며, 필리핀 이주노동자 하이메 세라노 씨는 “교황이 내년에는 필리핀에 온다”면서 “한국과 필리핀 또한 교황 덕분에 하나로 이어지는 마음”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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