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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교처세왕’ 이열음, “유아로 살면서 외로워도 행복했어요”

[인터뷰] ‘고교처세왕’ 이열음, “유아로 살면서 외로워도 행복했어요”

기사승인 2014. 08. 19.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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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많이 외로웠지만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작고 가녀린 체구와 어딘가 신비로운 분위기가 풍기는 동양적인 마스크. 얼핏 보면 다소 차가워 보이지만 웃을 때만큼은 누구보다 해맑은 소녀로 돌아가는 배우 이열음의 눈빛에서 시원함보다 더 큰 섭섭함이 전해져 왔다.

이열음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고교처세왕’(극본 양희승·조성희, 연출 유제원)에서 이민석(서인국)을 열렬히 짝사랑하는 여고생 정유아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유아는 정식으로 교제를 하는 사이가 아님에도 민석을 ‘이서방’이라고 부르며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할 만큼 당돌한가 하면, 겉으로 보기엔 소위 말하는 ‘노는 아이’ 같지만 사실은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수재라는 반전 매력을 지닌 캐릭터였다.

전작을 통해 주로 내면의 아픔과 마음 속 어두운 부분을 감춘 무게감 있는 역할들을 소화해냈던 이열음에게 밝고 유쾌한 정유아라는 인물은 새로운 도전 과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사실 제가 밝고 명랑하기보다는 차분한 성격이라서, 굳이 따지자면 유아보다는 전작 ‘중학생 A양’의 은서가 더 잘 맞았어요. 초반에는 유아라는 인물의 성격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도 많았죠. 캐릭터에 몰입할 시간도 넉넉히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에 들어가야 해서 부담도 컸어요. 다행히 작가님께서 유아라는 인물을 정말 예쁘고 매력 있게 표현해주신 데다, 현장에서 감독님과 선배 배우들이 많이 조언해주신 덕분에 무사히 이번 작품을 마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열음이 연기한 정유아가 시청자들에게 뇌리에 더욱 깊이 박힌 이유는, 유아가 단순히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에 그치는 여타 서브 캐릭터들과 달리 작품 속에서 다양한 변화를 보여주는 입체적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극중 유아는 그토록 좋아하는 민석의 연인이 자신의 친언니인 수영(이하나)이라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에 빠져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민석의 곁에 있을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웃는 얼굴로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한다. 어리광쟁이에 응석받이였던 유아가 실연을 통해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었던 것.

이열음
“마냥 밝고 귀여웠던 유아가 극이 진행될수록 여러 가지 굴곡을 겪게 된다는 게 작품을 시작하기 전부터 굉장히 마음에 들었어요. ‘고교처세왕’을 통해 그간 보여드린 적 없는 색다른 모습들을 많이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후반에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초반에는 일부러 더 ‘앵앵’대며 철없게 굴기도 했어요. 드라마 관련 글들을 다 검색해서 읽어보는 편인데, 유아가 너무 얄밉다는 의견들을 봤을 땐 오히려 제가 바랐던 반응이란 생각이 들어 기쁘더라고요.(웃음)”

성장한 것은 드라마 속 유아만이 아니었다. 이열음은 이번 작품에서 빡빡한 촬영 일정 탓에 병원 신세까지 지게 되며 배우에게 체력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배우게 됐고, 처음으로 캐릭터에 완벽하게 몰입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됐다. 드라마 방영 중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짝사랑 연기가 외롭진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눈물을 펑펑 쏟은 이열음의 모습을 통해 그가 얼마나 유아라는 인물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제가 원래 다른 사람들 앞에서 눈물 보이는 걸 정말 싫어하는데, 당시에 민석이를 놔주기로 결심하는 감정 신을 연달아 촬영해서 굉장히 마음이 약해져 있는 상태였거든요. 그런데 마치 그런 제 마음을 다 안다는 듯이 공감해주시는 분들을 만나니까 갑자기 눈물이 터져 나왔어요. 그뿐만 아니라 주변 관계자들이나 친구들, 현장 스태프들도 모두 유아의 아픔을 이해해주고 공감해주시는 게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감사했어요. 누구보다 외로운 역할이었지만, 촬영장에서는 누구보다 행복한 인물이었던 것 같아요.(웃음)”

첫 미니시리즈에서 합격점을 받은 이열음은 한동안 대학 입시 준비에 집중할 예정이다. 현재 인문계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연기뿐만 아니라 학업에도 욕심이 많다. 당초 대학에 진학한 후 배우로서 데뷔하는 것이 이열음의 목표였지만, 조금 더 일찍 찾아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일단 학업에 집중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데뷔를 빨리 하고 싶다는 조급함은 없었어요. 하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 여러 곳에서 러브콜을 받았고, ‘지금 내게 기회가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계획보다는 이르지만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가기로 마음을 바꿨죠. 얼결에 데뷔했지만 연달아 좋은 작품들을 만났고, 덕분에 배우가 제 길이라는 확신이 더욱 강해졌어요. 촬영 일정 때문에 대입 시험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긴 했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만큼은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대학교에서 보다 본격적인 연기 공부도 해보고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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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갓 걸음마를 뗐지만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신예 이열음에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묻자 그는 수줍은 듯 생글생글 웃음을 지었다.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다’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등의 목표를 지닌 여타 배우들과 달리, 이열음은 “아직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아 제 바람을 얘기하는 것조차 부끄럽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든지, 연기력으로 꼭 인정받고 싶다든지. 그런 얘기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아직 제겐 너무나 부족한 부분이 많아요. 더 많이 배우고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기 때문에 대학교에서 연기 전공 수업을 듣고 싶다는 마음도 더 큰 거고요. 제가 잡을 수 있는 기회들을 놓치지 않고 계속해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제가 어떤 배우인지, 대중들이 직접 평가해주실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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