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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발권력 13조원 동원..환란후 ‘최대’

한은 발권력 13조원 동원..환란후 ‘최대’

기사승인 2014. 09. 02.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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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일반 기업이나 공기업 등에 빌려준 대출액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 수준도 뛰어넘어 15년 6개월만에 최대치로 늘어났다.

세수 부족으로 재정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대출 증가에 정책금융공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 등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는 발권력이 자주 동원된 결과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현재 발권력을 동원한 한국은행의 대출금은 13조1571억원으로, 1년 전(7조9903억원)보다 64.7%나 증가했다.

정부의 회사채 시장 정상화 방안을 뒷받침하기 위한 재원 조달용으로 3조4590억원을 지난 3월 정책금융공사에 저리 대출해준 데다가 작년 6월부터 자금을 공급하기 시작한 기술형창업지원 프로그램 등 중소기업 대상의 금융중개지원대출을 확대해온 데 따른 것이다.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하는 신용대출 수단인 금융중개지원대출은 8월 말 현재 9조6981억원으로 1년 전보다 2조2024억원(29.4%) 증가했다. 한달 전과 견줘도 2137억원이 늘었다.

이에 따라 8월 말 현재 한은의 대출금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최고치인 2009년 11월의 13조1361억원을 뛰어넘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의 1999년 2월(15조884억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과거 한은이 ‘재무부의 남대문 출장소’로 불리던 시절에도 발권력을 동원한 대출금은 1992년 9월의 17조6365억원이 역대 최대 규모였다.

현재는 저물가 상황이고 발권력에 의해 공급된 유동성은 당장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화폐 가치의 하락과 물가 상승 부담으로 전이되는 만큼 한은의 발권력은 최대한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게 일반론이다.

그러나 재정 자금을 투입해도 되는 사안에 한은의 자금이 동원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어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은은 지난 7월 발표된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에 맞춰 금융지원대출의 한도를 이달 1일부터 종전 12조원에서 15조원으로 늘렸으며 증소기업의 설비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3조원 규모의 설비투자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또 정부가 지난 2월 발표한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 방안’에 따라 주택금융공사(주금공)의 보금자리론, 디딤돌 대출 등 정책 모기지 공급 확대에 필요한 재원 확충을 위해 올해부터 2017년까지 4000억원을 정부와 함께 추가 출자할 예정이다.

한은은 발권력을 동원해 자금을 풀면 기본적으로 통화안정증권 발행 등을 통해 그만큼 통화를 흡수하려 하지만 그 이자는 부담해야 하고 통화안정증권도 극한 상황에서는 국가 경제의 부채가 될 수가 있다. 통화안정증권 발행잔액은 지난 7월말 현재 176조419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조2490억원(6.2%) 증가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관료들이 아직도 중앙은행 돈을 ‘내 돈’ 끌어다 쓰듯이 쓰려는 인식에서 못 벗어난 때문인 것 같다”며 “특정부문에 대한 발권력 동원 등은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준재정 활동에 발권력을 동원하는 사례들이 있다”면서 “발권력 동원 자체를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제한적으로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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