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이사회 임영록 해임 결정…사퇴의 기회 주겠다(종합)

해임결정 후 '자진사퇴' 최후통첩 기회준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KB금융 이사회가 임영록 회장에 대한 해임을 결정했다. 다만 사퇴의 기회를 주기 위해 해임에 대한 이사회 차원의 공식 입장은 보류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사외이사들은 이날 저녁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긴급이사회를 열고 임 회장의 해임을 결정했다.

단, 일부 사외이사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다시 한 번 자진사퇴의 기회를 주기로 했다.

이에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전체회의에서 임 회장에게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의결한 바 있다.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임 회장이 대표이사직에 복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졌다.

임 회장이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직무정지 효력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미 대표이사에서 해임된 사람의 가처분 신청은 의미가 없어졌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사진 왼쪽)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이날 회의는 무거운 분위기에서 계속됐다.

특히 사외이사들은 임 회장의 해임에 관한 언급을 피했다.

가장 먼저 자리를 뜬 황건호 사외이사는 “급한 일이 있어 먼저 간다”며 해임안에 대해 함구했다.

김영진 사외이사도 기자들에게 단 한마디 말없이 사라졌다.

이경재 이사회 의장은 “회의가 그냥 끝났다. 토의하다 끝났다. 결과가 없다. 해임의결도 아니다”고 답했다.

이처럼 사외이사들이 해임을 사실상 결정해 놓고도 임 회장 해임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문 건 금융당국의 압박에 물러나는 임 회장에 대해 자진해서 물러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를 주자는 의도로 읽힌다.

앞서 일부 사외이사들 가운데는 금융당국의 중징계에 강하게 반발하며 임 회장의 해임에 대해 ‘관치’라고 정면비판한 인사도 나온 바 있다.

해임 사유가 아닌데 금융당국이 너무 거칠게 임 회장을 몰아붙인다는 의견이 사외이사들 가운데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사회가 해임안을 의결함에 따라 결국 주 전산기 교체 사건으로 촉발된 KB사태는 행장, 회장 동반사퇴라는 초유의 사태를 빚게 됐다.

한편 임 회장이 사임하게 됨에 따라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차기 대표이사 회장 선출에 나설 전망이다.

차기 대표이사는 사외이사 9명으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 결정된다.

외부 공모, 헤드헌팅업체 추천, 이사회 추천을 받아 후보군을 가린 후 면접을 거쳐 최종 내정자를 선출할 계획이다. 이어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같은 금융사 종사자로서 참으로 부끄럽게 생각한다. KB사태가 빠른 시일내에 해결되길 바란다”며 “국민경제에도 미치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