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연예계 ‘노예계약’ 없앤다더니 뒷짐 지고 있는 공정위

연예계 ‘노예계약’ 없앤다더니 뒷짐 지고 있는 공정위

기사승인 2014. 09. 23. 12:07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표준전속계약서에 맡기고 연예계 실질적 불공정 관행 조사는 없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연예 산업계의 잘못된 계약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대중문화예술인 표준 전속계약서를 만들었으나 이를 기계적으로 해석, 실제 ‘노예계약’ 청산에는 뒷짐을 지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23일 공정위에 따르면, 2009년 제정된 표준계약서는 전속계약금과 계약 기간, 연예인들의 인권보호 등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며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SM엔터테인먼트와 그룹 JYJ의 전속 계약 분쟁 과정을 통해 과도한 장기계약 기간과 수익분배 문제는 ‘노예계약’ 논란으로까지 번지며 사회적 관심을 모았다.

그런데 표준계약서만으로는 시장을 왜곡하는 엔터업계의 불공정 관행이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많다.

계약서 자체가 이미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연예 산업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가수의 방송 출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권리관계나 문제점들에 대해선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아이돌 그룹 ‘제국의 아이들(제아)’의 리더 문준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이 미친 파장이 이를 대변한다.

“공정위에서 통과한 계약서 내용은 회사(스타제국)가 7, 저희(제아)가 3. 정확하게 7대 3입니다. 100만원을 벌면, 사장님이 7을 가져가고, 저희가 3을 가져갑니다. 저희는 9명입니다. 30만원에서 나누고, 또 나눠 갖습니다.”

현 연예계 관행상 수익배분율 7대 3은 전혀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 아니라고 한다.

가수들의 경우 기획사가 신인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드는 시간과 투자금, 음원 수익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9명의 멤버가 다시 수익을 쪼개는 구조는 지나치다는 의견이 많다.

더구나 문제를 제기한 문준영은 그룹 내 다른 멤버들과 달리 연기나 예능 등 개별 활동이 거의 없어 상대적으로 불만이 클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런데 공정위 차원에서는 이를 시정할 만한 마땅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대중문화예술인(가수중심) 표준전속계약서 12조는 연예활동과 관련된 수익의 분배 방식과 비율은 계약 당사자인 갑과 을이 별도로 합의해 정하도록 하고 있다.

공정위가 따로 약관심사를 할 여지가 없는 것.

불공정 거래행위 여부를 조사할 수도 없다.

공정위 서비스업감시과 관계자는 “수익배분은 개별 사례마다 다르다. 사적 자치의 영역인 만큼 공정위가 간여할 수 없다”면서 “당사자간 분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표준계약서가 자칫 형식적인 규제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또 공정위가 시대 흐름에 맞지 않은 표준계약서에 연예 산업계 계약 관계를 전적으로 맡기고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 기획사의 이사는 “표준계약서는 이미 일반화됐다. 그런데 대다수 기획사들이 분쟁 관계에서 불리한 입장에 서지 않기 위해 이를 채택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2012년 연예 산업의 공정한 거래환경 조성을 위해 ‘연예기획사·연예인(지망생)·제작사 간 모범거래기준’을 제정했다. 여기엔 수익을 공정하게 배분해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그러나 공정위 관계자는 “일반적인 원칙을 말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