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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스포츠를 말하다] 기업, 스포츠와 궁합이 필요하다? (1)

[기업, 스포츠를 말하다] 기업, 스포츠와 궁합이 필요하다? (1)

기사승인 2014. 10. 2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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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스포츠마케팅 기업이미지와 어울리는 스포츠 물색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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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첼시 존 테리 선수가 잉글랜드 FA컵 (잉글랜드 축구 협회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출처 = 삼성전자
‘담배회사의 스포츠 후원’이라는 이슈가 2005년 스포츠 시장을 시끄럽게 만든 적이 있었다. KT&G가 프로배구 후원을 한 사건(?)이었다. KT&G는 프로배구 후원을 결정했고 세간에서는 건강에 나쁜 담배 회사가 건강과 활력을 나타내는 스포츠를 후원한다는 것은 문제라며 목소릴 높였다.

KT&G의 주력 상품이 단순 담배만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의 눈에는 담배를 많이 팔기 위한 손 쉬운 수단으로 스포츠를 택했다고 생각했다. 세계적으로도 담배회사가 스포츠를 후원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이런 반대의 목소리는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당시 KT&G는 한국배구연맹이 주최하는 2005 V리그에 12억원을 후원하며 타이틀 스폰서 권리를 가져갔다. 시민단체들의 반발에도 KT&G의 스포츠 사랑은 끊이지 않았고 그 해 8월 SBS농구단을 인수, KT&G 카이츠 농구단을 창단했다. 현재 KT&G는 농구·배구·탁구·배드민턴·골프팀을 운영중이다. 다만 이름을 담배 이미지를 뺀 KGC인삼공사 스포츠단으로 변경했다.

스포츠마케팅, 특히 스포츠스폰서십을 펼치는 기업에게 마케팅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꼭 확인해야 할 변수는 스폰서십을 추진하려는 대상 스포츠가 ‘기업의 이미지와 얼마나 잘 맞는 가?’를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일반 대중이 갖고 있는 기업 또는 기업제품의 이미지가 특정 스포츠와 연결고리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수억원 또는 수십·수백억원의 마케팅비용을 날리는 것과 다를게 없기 때문이다. 잘못된 연결고리는 오히려 기업에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앞에서 말한 KT&G의 사례는 단순히 기업과 어울리는 스포츠 종목의 문제가 아닌 기업이미지와 스포츠라는 콘텐츠 자체가 부합되지 않는 데서 온 결과였다. 일반적으로 운동·스포츠 하면 연상되는 단어가 건강이지만 담배는 그 정반대의 이미지로 머릿속에 떠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KT&G의 스포츠 스폰서십은 어찌 보면 잘못된 마케팅 전략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물론 스포츠를 이용한 마케팅으로 부정적인 기업이미지를 바꾸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이런 ‘안티 상쇄’ 효과를 내기 위해 스포츠를 적절히 이용해 왔다. 그런 맥락으로 이해하면 KT&G의 스포츠후원과 스포츠단 운영은 상당히 영리한(?) 전략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해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한 스포츠마케팅은 1990년대 들어오면서 삼성전자를 필두로 대기업들 위주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스포츠마케팅의 효과가 기대 이상이라는 점을 안 많은 여타 중견·중소기업들은 스포츠를 이용해 기업 이미지를 알리는 작업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기업의 이미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스포츠에 후원을 하며 대중들에게 웃음거리로 전락하고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유명스포츠 선수를 광고에 출연시키면서 기업보다는 광고에 나온 선수를 더 강하게 각인시키는 역효과를 내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기업이미지와 스포츠가 가장 잘 어울린 마케팅 사례중 하나는 삼성이 영국 프리미엄리그 구단인 첼시를 후원한 것이다. 초일류 기업이라는 명성을 만들어가고 있는 삼성전자와 프리미엄리그 최고 구단을 지향하는 첼시의 사상이 맞아 떨어졌고, 파란색으로 대변되는 삼성과 첼시의 만남은 말 그대로 ‘윈-윈(win-win)’한 사례다.


삼성전자는 지난 9년간 첼시를 후원하면서 유럽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봤다. 삼성전자는 2005년 첼시와 계약을 맺고 유니폼에 삼성 로고를 부착하는 조건으로 매년 1800만 파운드(약 300억 원)를 첼시에게 지급해 왔다. 물론 삼성과 첼시의 관계는 지난 시즌을 마지막으로 끝난 상태다.

국내 스포츠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삼성의 박세리 마케팅은 그다지 성공적인 마케팅은 아니었다. 박세리 선수로 인해 소위 ‘박세리 키즈’ 들이 등장해 스포츠마케팅 시장의 파이를 키운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고, 스포츠 시장에서 셀러브리티 마케팅(celebrity marketing)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 입장에서는 크게 만족할 만한 결과를 가져가지 못했다. 당시 삼성은 박세리 선수는 삼성물산의 골프브랜드 ‘아스트라’를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 했었다. 광고효과만도 1억달러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예상과 달리 대중들의 머리에는 ‘박세리’ 하면 생각나는 것이 삼성물산의 아스트라가 아닌 박세리 선수 그 자체였다.

박세리 선수가 양말을 벗고 경기중 골프장 헤저드에 들어가는 모습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장면에서 박세리 선수가 삼성로고 찍혀 있는 검은 색 모자와 ‘ASTRA’가 적혀 있는 상의를 기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얼마전 오뚜기가 맨체스터유나이트와 후원을 맺은 후 공개된 3분 요리 광고도 효과적인 기업과 스포츠의 만남이라 말하기에는 다소 부족함이 있다. 오뚜기 ‘3분 요리 광고’에는 주전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23, 스페인)가 던진 공이 미트볼로 변신하고, 야누자이(19, 벨기에)가 개인기를 부린 후 짜장이 등장한다. 반 페르시(30, 네덜란드)가 슈팅한 뒤에는 매운 카레를 보여준다. 광고를 보다보면 이 세계적인 선수와 이 제품이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 의문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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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러니하게도 이 광고를 통해 오뚜기는 상당한 광고효과를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억지스러운 설정으로 유명스포츠 선수들을 대중들의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이들 유명선수들의 후원이 핵심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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