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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거래, 공식 문서보다 관행이 우선?

상거래, 공식 문서보다 관행이 우선?

기사승인 2014. 10. 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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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우월적 지위 이용했더라도 관행 범위면 괜찮아
중소기업 "대기업의 중소기업 죽이기 인정한 재판" 비난
에나멜동선
LS전선이 에나멜 동선 납품업체인 LMW의 거래처에 자사 제품을 직접 납입하며 일정 수수료를 지급키로 했으나, 이를 어겨 법정공방이 벌어졌다. 법원은 이에 대해 ‘LMW가 물품 납품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 일부승소 결정을 내려 대기업의 중소기업 죽이기를 법조계에서 방치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에나멜 동선.
물품 생산업체가 에이전트 계약을 맺은 후 해당 업체를 배제한 채 에이전트 거래업체와 직거래를 할 경우 수수료를 주지 않아도 되고,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거래라도 관행을 벗어나지 않으면 된다는 판결이 나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은 자사의 거래처를 대기업에 빼앗기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6일 법원과 중소기업 등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은 지난 7월 31일 LS전선이 엘엠더블유, 이륙테크, 지원메탈(이하 LMW) 등을 상대로 낸 100억원 규모의 대금지급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LMW는 LS전선 권선 대리점으로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의 납품업체에 에나멜 동선을 배송하고 있으나, 전직 김 모 영업이사 시절 부적절한 사업으로 체무불이행 상태다.

양 측은 채무변제 등을 위해 지난 2011년 12월 20일 계약방식을 대리점에서 에이전트 형태로 변경, 2016년까지 변제키로 하고, 합의서를 작성했다.

합의서에서 LS전선은 보쉬전장과 발레오에 대한 내수공급분과 나머지 LMW의 주거래업체에 납품하는 모든 권선에 대해서는 1㎏ 당 229원의 수수료를 LMW에 지급키로 했다.

수수료 가운데 절반은 기존 채무를 변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LS전선은 계약을 체결한 후 LMW와 상의 없이 효성전기 등의 업체에 직접납품하고,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았다.

LS전선 측은 수출품목에 대해서는 계약 이전부터 효성전기 등의 업체에 직접 납품해온 만큼 수수료를 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LS전선의 손을 들어줘 논란이 예상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LS전선이 주요거래처에 직접 권선을 납품하는데) LMW가 전혀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LS전선은 수수료를 지급할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는 에이전트 수수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한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갈등을 겪고 있는 단가조정에 대해서도 거래관행 범주에 있으면 문제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맺은 약정에 대해 LS전선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단가조정을 하더라도 정상적인 거래관행을 벗어나지 않으면 된다”고 판결했다.

반면 LS전선이 명목상 대표이사인 정모씨를 상대로 연대보증의 책임을 물은 점에 대해서는 “정모씨는 명목상 대표이사이며, LS전선도 이를 알고 있었다”며 LMW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LMW 측은 자금 부족으로 항소를 못 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결 소식이 전해지자 중소기업은 물론 법조계 조차 ‘법원이 중소기업 죽이기에 동조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중소기업 관계자 A모씨는 “에이전트는 거래처가 곧 자산이다”라며 “이번 판결로 에이전트 거래처를 뺏아가는 중소기업 죽이기가 합법화 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관계자 B모씨는 “재판부는 누구보다 객관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번 판결을 보면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라고 푸념했다.

반면, 법조인들은 이번 판결에 대한 본지 문의에 ”할 말이 없다“고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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