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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 보다 관행 손들어준 재판부, 어찌 이런 일이

계약서 보다 관행 손들어준 재판부, 어찌 이런 일이

기사승인 2014. 10. 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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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이후 거래처 대기업에 전부 빼앗겨…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

수원지방법원이 LS전선과 지원메탈, LMW, 이륙테크(이하 LMW)와 맺은 계약서보다 관행이 우선된다는 판결에 대해 중소기업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는 명확한 법정서류가 있더라도 관행을 뛰어넘지 못하는 것으로 자칫 불공정 관행을 합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대리점과 에이전트 등 거래처를 자산으로 갖고 있는 중소기업은 존립위기에 놓일 판이다. 더욱이 공정거래위원회는 재판부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행태까지 보여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하지만 LMW 측은 자금 등의 문제로 항소를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 하고 있다.


◇무슨 계약 맺었나


LS전선의 권선제품을 납품받아 현대자동차 협력업체에 에나멜 동선을 납품해 온 LMW는 지난 2011년 12월 대리점 계약 방식을 에이전트 형태로 변경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대리점 계약은 생산업체로부터 물품을 납품 받은 뒤 일정 부분의 수수료를 얹어 대리점이 직접 거래처에 공급하는 형태다.


반면 에이전트 계약을 맺으면 생산업체가 에이전트 거래처에 직접 제품을 공급한 뒤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LS전선과 LMW는 대리점 계약을 에이전트 형식으로 바꾸면서 보쉬전장과 발레오의 납품물량은 내수 판매분에 대해서만 수수료를 지급키로 했다.


반면 LS전선이 우리산업, 태원전장, 효성정밀, 효성전기, 신한정밀 등의 업체에 납품하는 모든 물품에 대해서는 일정 수수료를 LMW 측에 지급키로 약속했다.


◇중소기업 거래업체 직접 납입 후 수수료 안 줘


계약서를 보면 LS전선이 보쉬전장과 발레오를 제외한 LMW 거래업체에 관선제품을 납품할 경우 모든 물량에 대해 1㎏당 229원의 수수료를 지급키로 돼 있다.


하지만 LS전선은 LMW 거래업체인 효성전기 등에 에나멜 동선을 직접 납품하면서도 수출품목에 대한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LMW가 LS전선의 권선제품을 구입해 효성전기와 효성정밀의 내수 물량만 판매해 왔고, LS전선은 독자적으로 이들 업체와 수출용 물량을 거래해 왔다'고 판단했다.


이는 LG전선이 효성전기에 에나멜 동선을 공급할 경우 내수와 수출에 관계없이 1㎏당 229원의 수수료를 LMW에 지급토록 한 계약서 대신 과거 관행만을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어 '효성전기에 수출물량을 직접 판매한 것은 대금회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이 과정에서 LMW는 관여한 바 없다'고도 했다.


이는 대기업과 대리점이 에이전트 계약을 맺더라도 생산업체가 에이전트 거래처에 직접 물품을 납입할 경우 수수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한 부분이다.


실제 이번 판결이후 LMW와 거래해 온 모든 업체들은 LS전선과 직접 거래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리점 계약을 에이전트계약으로 변경해 중소기업의 거래처를 직거래해 사실상 중소기업의 거래처를 대기업이 빼앗았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LMW 관계자는 "법원 판결로 인해 우리의 가장 큰 자산인 모든 거래처를 LS전선에 빼앗겼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중소기업을 죽이는데 재판부가 동조한 판결이라고 비난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사법에는 정의가 있어야 되는데, 대기업이 부당하게 중소기업을 죽이는데 재판부가 동조하는 행위는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푸념했다.


◇가공비 인상 손실… '거래 관행이면 괜찮아'


재판부는 또 LS전선이 지난 2008년 가공비 인상으로 LMW의 손실 보상 약속 이후 가공비 인상과 현금거래 강요 등의 행위도 대기업 손을 들어줬다.


대기업으로부터 물품을 제공받아 거래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가공비 인상과 현금거래 등은 손실로 연결되는 구조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더욱이 LS전선은 가공비 인상 등으로 인한 LMW 손실을 보존해 줄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지만, '관행'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공정거래위원회 또한 1심 재판부의 판결을 인용하며, '거래상 지위 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법원을 통해 이미 판단이 확정된 사안으로 별도로 판단할 사유가 없다'며 추가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소기업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재판부가 대기업의 손을 들어주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각종 비리는 불법적이고 부적절한 관행에서 비롯된 부분이 많은데, 재판부는 사회정의를 위해 노력할 의사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관계자 역시 "현행법을 적용할 수 있음에도 '관행'을 내세우는 행위는 같은 법조인으로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들은 이번 판결에 대한 본지 문의에 "할 말이 없다" "판사가 내린 판결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한다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며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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