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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체험마을’, 귀농창업의 대안으로 떠올라

‘농촌체험마을’, 귀농창업의 대안으로 떠올라

기사승인 2014. 10. 2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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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 준비하는 은퇴자들의 이유 있는 脫도시③
인생2막을 준비하는 은퇴자들이 최근 오랫동안 정착한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지방으로 향하는 까닭과 이들의 발길을 끌어 모은 창업모델은 무엇인지에 대해 3회에 걸쳐 집중적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농촌체험
화창한 가을 날씨를 보이던 평일 오전. 경기 외곽에 한 농촌마을로 들어서자 대형관광버스가 줄지어 들어왔다. 덕분에 2차선 마을 도로는 때 아닌 정체였다. 창문을 열고 빼꼼히 얼굴을 내미니 버스마다 초등학교 고학년쯤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서둘러 빠져나오니 사방이 산으로 병풍처럼 둘러 있고, 마을 가운데는 1급수 맑은 시냇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풍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눈을 돌리는 곳곳마다 아이들이 내는 즐거운 수다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뗏목놀이에 빠져 옷 젖는 줄 모르고 물에 첨벙첨벙 뛰어드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선 땅콩을 수확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직접 잡은 송어를 서로 나누어 먹기 바쁜 즐거운 장면 장면들이 계속되어 오버랩 되고 있었다. 바로 ‘영농조합법인 큰삼촌’ 농촌체험마을을 스케치한 모습이다.

농산어촌을 이끄는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콘 ‘체험마을’
농촌의 풍경이라고 하면 예전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나오는 전형적인 농가들을 연상할 수 있다. 그러나 2014년 현재의 농산어촌의 의미는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전통적인 벼농사·밭농사에 매진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수요 창출을 도모하는 형태의 사업 모델들이 쏟아지면서 전체 구조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농산어촌을 관통하는 화두는 단언컨대 ‘귀농’이다. 그 중에서도 체험마을 활성화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내건 6차 산업(융복합산업) 육성방안에 초점을 맞춘 국정과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한마디로 ‘농산어촌 잘살기’ 프로젝트가 펼쳐지고 있는 것. 농어촌 관광을 예로 들면, 2002년부터 ‘녹색농촌체험마을’을 선정하고 농촌관광 활성화를 위해 각종 지원을 펼치는데 역량을 집중시켰다. 농산어촌 현지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체험프로그램 등에 적용해 더 높은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 할 수 있다.

인프라가 비교적 탄탄한 강원지역 같은 경우 체험마을 조성에 가장 발 빠르게 정책을 흡수하고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업형 마을을 육성하고 농촌복합산업화 경영체도 만들었다. 농산어촌 체험마을은 각 마을마다 주민들이 협심해 체험프로그램을 자체 운영하기도 하고, 조합법인을 설립하거나 외부 전문 인력과의 협업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로 나타나고 있다.

농촌체험1
숙박 나들이 프로그램을 운영중인 큰삼촌 체험마을은 이색적인 추억을 남겨줄 캐라반(캠핑카)를 운영 중이다./사진=한수진 기자
농촌체험3
농촌체험 프로그램 중 하나인 땅콩캐기에 열중하고 있다. 호미질이 서투르지만 사먹기만 하던 땅콩이 주렁주렁 나오는 거을 보고 구슬땀을 흘리며 열심이다,/사진=한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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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것도 잊은 채 송어 잡기에 한창인 학생들. 스테프들의 사전 설명을 들으며 투입돼 10여분 사투끝에 방생되어 있던 송어 포획에 성공했다./사진=한수진 기자
“농촌의 문화자원을 활용한 체험을 팔아라!”
농촌체험마을이 갖는 특색은 농사를 놀이화해 신구세대가 쉽게 접근하고 구세대에게는 고향에 대한 향수를, 신세대에게는 우리 조상들의 슬기로운 지혜가 담긴 순박하면서도 과학적인 삶의 형태를 보여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각자의 생활 여건이나 여행 계획에 맞게 하루나들이 체험과 숙박 나들이 체험 중 마음에 맞는 프로그램을 신청, 참여하면 된다. 숙박시설 중 캐라반(캠핑카)도 갖춰 이색적인 추억을 경험하도록 했다. 계절 프로그램마다 각각의 체험 종류가 달라지는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봄·여름·가을·겨울마다의 각기 다른 특색이 녹아있는 프로그램으로 선보이고 있기 때문에 반복적인 방문이 이뤄지고 있다.

‘영농조합법인 큰삼촌’은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 신론리에 위치해 있다. 마을 전체가 체험마을로 특성화 됐다. 그 중 ‘큰삼촌 농촌체험마을’은 각기 다른 이름과 프로그램으로 타깃과 성격을 달리해 다채롭게 운영되는 4곳 중 한 곳이다.

큰삼촌 농촌체험마을은 △가족여행 △회사연수 △야유회 △동창회 △동호회 △각종모임 등을 체험마을 이용대상자로 정했다. 물론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소풍이나 농촌현장체험학습의 장으로 가장 많이 이용된다.

농촌에서 경험할 수 있는 △생활문화 체험 △농촌전통방식의 노동력 △전통 농사법의 농사체험 △전통놀이문화 △물놀이 △우리 음식을 직접 만들어 맛보는 먹을거리 체험 등이 공통적인 코스 매뉴얼이다. 여기에 세부적인 내용들이 계절과 고객 요구에 부합해 다른 형태로 서비스 프로그램에 추가된다.

안문태 큰삼촌체험마을 대표는 “고령화로 신음하는 우리의 농촌, 그 중심에서 미력한 힘으로나마 농촌재건의 활로를 열어보려는 다부진 결심을 하고 2003년 이곳 경기도 양평군 청운명 신론리에 오게 됐다”며 “그 당시의 고론녹색농촌체험마을 기획자로 무보수로 3년간 있어도 좋다는 약속을 얻어내며 본격적인 귀농의 길로 들어섰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결심의 배경에는 안 대표가 그동안 25년간 사회에서 쌓았던 경험의 가치를 농촌체험마을로 집대성 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다. 도시생활에서 마음의 여유를 잃어가고 고립화 되어가는 국민들에게 마음의 고향을 찾아주고, 핵가족으로 의지력이 약한 어린이들과 젊은이들에게는 넉넉하고 따뜻함이 느껴지는 마음의 고향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의지가 발단이 됐다. 그가 마을에서 제일 먼저 한 일은 마을 브랜드 변경이었다. 외갓집체험마을로 변경하고 교육일선에서 쓰이는 지도자 호칭을 ‘삼촌’ ‘이모’로 정해 아이들이 편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친근감을 강조했다.

안 대표는 “농촌에서 팔 수 있는 것은 농촌의 문화자원이라는 생각으로 ‘농촌체험이란 서비스를 팔자’라고 설정했고, 사업시작 2년차인 2004년에 전국의 농촌체험마을 중 성공한 모델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며 “그동안 여러 오해들과 외부인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 벌어지는 소통의 어려움으로 고통의 시간도 있었으나,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마을 경제가 살아나고 이용객의 호평이 쏟아지는 것에 보람을 느끼며 귀농한 것에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을을 맞아 하루 평균 300~400여명의 체험여행객이 방문하는 리딩 브랜드가 됐다.

이곳의 성공비결은 대략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기존의 농가들은 부가사업으로 밖에 여기지 않았던 것을 이곳은 ‘체험’을 온전히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1인당 2만원 내외의 회비만 내면 모든 프로그램을 참여할 수 있고 건강한 점심도 제공 받는다. 별도의 추가요금이 발생되는 부분이 없다. 재미있고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것에 맞춰 마을을 디자인 재설계 했다. 덕분에 마을 주민들 모두 스태프(staff)으로 참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체험마을을 시작하기 전과 비교해 농가수익도 3배 이상 뛰었다고 귀뜸했다. 무엇보다 젊은 인력들이 마을을 떠나지 않는다는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둘째는 편리한 접근성과 그림 같은 전원마을이란 점 때문이다. 수도권에서 1시간 30분이면 도착이 가능해 누구나 부담 없이 수려한 풍경에 빠질 수 있다.

한동안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가족농장에서 이젠 농업생산문화를 놀이를 통해 참여하고 이해하는 방향으로 트렌드가 바뀌어 가고 있다. 이러한 붐을 타고 4000곳으로 추정되는 체험마을들이 인증제 제도의 도입으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제도가 적용되면 서비스의 질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 수요층의 증가는 따라올 것으로 예상된다. 누가 차별화되고 좋은 서비스 프로그램으로 승부 하냐가 핵심 키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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