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에볼라 ‘무조건’ 격리가 최선? 환자는 바이러스가 아니다

에볼라 ‘무조건’ 격리가 최선? 환자는 바이러스가 아니다

기사승인 2014. 10. 30. 11:01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미국 내 몇몇 주정부들이 에볼라 대응과 관련, 개별적으로 ‘21일간 의무격리’를 명령한 데 이어 호주가 발병국 입국자에 대해 비자 발급을 아예 중단하면서 국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무조건 격리’가 인권 문제와 결부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는 것.

호주 정부는 지난 27일 에볼라가 창궐한 서아프리카 3개국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국민에 발급된 일시 입국 비자를 취소하며 신규 입국 비자 신청 역시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호주 영주권자가 서아프리카를 거쳐 입국할 경우 미국처럼 21일 동안 의무 격리를 받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 선진국인 호주의 이같은 입국 금지 조치는 국제 구호 활동을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일종의 ‘낙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 서아프리카 및 국제 인권단체들이 강력 비난하고 나섰다.

알파 카누 시에라리온 공보장관은 “호주의 조치는 차별적이며 정당하지 못한 것이고 역효과만을 초래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오프워너 오폰도 우간다 정부 대변인 역시 “서방 국가들은 에볼라에 대한 집단 공포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는 에볼라와 같은 전염병을 억제하는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의료 종사자들까지 이러한 집단 공포에 사로잡히게 되면 결국 모든 인류에 해악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면위원회 호주 지부도 입국 비자 중단 조치에 대해 “근시안적”이라고 비난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7일 “의무격리 조치는 의학적인 사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것인 만큼 이들을 격리해서는 안 된다”면서 “(의학적) 지원이 필요한 이들에게 낙인을 찍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21일간 의무격리’ 지침을 놓고 주마다 다른 대응책을 내놓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뉴욕 주, 뉴저지 주, 일리노이 주는 에볼라 감염·의심 환자와 접촉한 뒤 귀국한 모든 의료진과 여행객에 대해 지난 24일부터 의무격리를 명령했다. 메릴랜드·버지니아 주 정부는 이날 에볼라 환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의 대중교통 이용 금지 등을 골자로 한 대책을 발표했다.

미 질병통제센터(CDC)은 자발적 ‘자가격리’를 권고하고 있지만, 주마다 다른 대응책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9일 성명을 통해 “의무격리 조치로 이들의 사기를 꺾어 서아프리카에 가지 못하게 하면 결국 우리 스스로 공중의 보건과 안전을 돌볼 책임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에볼라 근절 방법과 관련 “서아프리카에 에볼라를 막지 않으면 수주 또는 수개월 내에 미국에서도 또 다른 감염자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공화당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우리 (의무격리) 정책은 바뀌지 않았고, 앞으로도 안 바뀔 것”이라며 강경 입장을 고수해 논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에볼라 의무격리 1호 대상자’인 간호사 케이시 히콕스(33)가 거주하는 메인 주의 공화당 소속 폴 르페이지 주지사도 히콕스를 21일간 강제로 격리하는 방안을 법제화할 방침이다. 일부 미국민 사이에서는 호주에 이어 입국 금지 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밖에도 북한은 29일 자국으로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에 대해 21일간 격리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스페인을 에볼라 위험 국가로 간주해 스페인 출신 기자의 입국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에볼라 발병 국가로부터 입국한 사람들에 대해 21일 동안 자택 격리를 권고했다. 중국의 자택 격리 방침은 서아프라카와 직접 교류가 없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해 ‘무조건 격리’ 방침이 확산된다면 서아프리카에 이어 미국이 다음 격리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가운데 국제 사회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