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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의 커피소비자는 정말 ‘호갱’일까

[칼럼] 한국의 커피소비자는 정말 ‘호갱’일까

기사승인 2014. 11.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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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순 경민대 호텔외식조리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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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순 경민대 호텔외식조리과 겸임교수
커피가 비싸다고 난리다. 이런 아우성이 인지도 어느 새 10년이 넘었다. ‘밥값보다 비싼 커피’로 상징되는 이른바 ‘커피전문점 폭리 논란’이 점화된 것은 2004년이다.

당시 서울시청에 입주한 ‘자바시티’가 아메리카노 한 잔에 3500원을 받자, 언론이 “구내식당 밥값(3000원)보다 비싼 커피를 판다”고 꼬집었다. 2006년엔 점심을 라면으로 때우더라도 커피는 4000원짜리 스타벅스를 즐기는 ‘된장녀’가 입도마에 올랐다. 공방은 커피값보다 성차별적 발언에 대한 비난으로 번졌지만, 비싼 커피를 또 한 차례 소비자의 뇌리에 새긴 소동이었다.

2008년엔 한국소비자원이 국내 아메리카노 값을 1000원으로 환산해 미국(680원), 일본(570원) 등과 비교해보니 세계에서 가장 비쌌다고 발표하자, ‘한국의 소비자만 바보가 아닌가’하는 의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이듬해 한 경제연구소가 아메리카노의 제조원가가 판매가격의 10%로도 안 된다고 주장하고, 2011년에 들어서 한 언론이 아메리카노 한 잔의 원가가 150원이라고 보도한 뒤에는 급기야 커피전문점들이 30배 폭리를 취한다는 비난이 일었다.

이후 ‘커피값 폭리 논란’이 1년에 2~3번씩 4년째 반복되고 있지만, ‘폭리’는 시정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여론의 뭇매를 맞는 커피전문점들로서도 이골이 났는지 이젠 아파하는 시늉조차 하지 않는다. 둔감현상은 소비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파렴치하다고 손가락질 하던 소비자들도 “임대료, 인건비, 재료비를 고려하면 10배, 20배를 남겨 먹지는 못할 거야. 폭리가 사실이라면 나라가 그냥 뒀겠어. 잡아갔지”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진실은 무엇일까. 폭리일까, 오해일까. 하루에 커피를 100잔정도 파는 커피전문점의 원가를 추산한 커피비평가협회(CCA)의 자료를 인용해보자. 이 커피전문점은 kg당 3만 원 정도의 비교적 좋은 커피원두를 쓰고 있다.

한 잔에 원두 10g을 사용한다고 할 때 1잔당 원두의 원가는 300원이다. 1회용 컵 97원, 카드수수료 및 세금(50원)과 부가가치세(VAT) 150원, 쿠폰적립 300원 등을 합하면 커피와 직접 연관된 비용은 모두 900원이다.

여기에다 고정비용이 추가된다. 12시간 영업에 시급을 최저인 5210원 주는 직원이 시간당 평균 8.3잔 판매한다고 할 때 인건비가 628원이 든다. ‘임대료+전기요금+보증금’은 150만원 정도인데, 한 달에 26일 영업한다고 할 때 하루에 드는 비용이 5만7700원이고 이를 100잔으로 나누면 잔당 577원이 나온다.

감가상각비를 계산했더니 1잔당 192원이 산출됐다. 이게 끝이 아니다. 머신수리, 도구파손 등 가게 운용비용이 월평균 50만원이 들고 이를 한 달간 판 커피 2600잔으로 나누면 192원이 된다. 이들 항목을 모두 합한 2486원이 커피 한 잔의 원가다.

이 계산법에 대한 이견이 있겠지만, 적어도 ‘10배 폭리’라고 몰아붙이기는 힘들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5000원을 넘어서 6000원을 향해 치달리고 있는 가격을 운명처럼 받아들이자는 게 아니다. 커피값을 내릴 방법은 있다. 그것은 바로 좋은 커피를 가려 마시는 소비자 운동이다.

커피 맛에 인생을 걸고 생두의 선별부터 로스팅, 브루잉까지 매 순간 혼신을 다하면서도 ‘착한 가격’을 받는 바리스타를 찾아 제대로 값을 치러주는 지혜로운 소비가 커피값을 건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믿는다. 커피값을 비싸게 받을 만한지 집요하게 따지며 가려마시는 것은 건강을 위해서도 좋다.

좋은 커피는 향미만 좋은 게 아니라 몸에 유익한 성분이 적정량 우러나오기 때문이다. 나쁜 커피는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커피를 한 모금 머금을 때 비로소 만나는 존재의 행복과 관능의 미학을 망쳐버린다. 좋은 커피가 주는 행복은 가슴에 스며들어 그 누구도 빼앗아가지 못하는 소중한 나만의 행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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