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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들이 지켜주는 퍼거슨 백인 상점...총 바지에 낀채 ‘우리 도와줬다’

흑인들이 지켜주는 퍼거슨 백인 상점...총 바지에 낀채 ‘우리 도와줬다’

기사승인 2014. 11. 2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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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갈등으로 폭동까지 일어나고 있는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의 한 상점에 한 청년이 들어왔다.

잠시 후 소란이 일더니 백인 주인이 청년의 팔을 잡아 밖으로 내쫓았다. 이어 상점에 있던 한 흑인이 청년에게 다가가 재킷의 권총을 내보이며 말했다.

“여기서 뭔가를 훔치려 하면 이렇게 되는 거야.”

최근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이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을 쏴 죽인 백인 경관을 불기소하기로 하자 퍼거슨에서 약탈·방화 등 과격 시위가 발생했다.

그러나 일부 흑인 주민은 총을 들고 지역 내 백인 소유 가게를 자발적으로 지키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 상점은 더그 머렐로(Doug Merello)가 운영하는 코노코 주유소와 편의점이다.

대배심의 불기소 결정 다음날인 25일 밤에도 AR-15 반자동 소총을 든 데릭 조던 등 흑인 주민 4명이 약탈자와 도둑으로부터 이곳을 지켜냈다.

이에 경찰과 군이 자리 잡은 다른 번화가 상점 주차장과는 달리 이 가게의 앞마당엔 손님이 붐볐다. 로이터는 “어둠이 짙어지고 인근에 혼란이 찾아오자 이곳은 상징적으로나 말 그대로나 안전등(beacon)과 같았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흑인 주민들은 가게를 지키는 이유는 머렐로에게 ‘빚’을 진 느낌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머렐로는 이들 몇 명을 수년간 고용해 인격적인 대우를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가게 인근에서 거의 평생을 지냈다는 R.J라는 29세 청년은 권총을 운동복 바지에 끼워 넣은채 “머렐로는 좋은 사람”이라며 “그동안 우리를 많이 도와줬다”고 말했다.

미주리 주방위군이 가게를 지키는 흑인 주민들을 약탈자로 오해해 수갑을 채우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주방위군은 머렐로의 설명을 듣고 이들을 풀어줬다.

머렐로는 “이들이 없었다면 가게가 몇 번이고 불에 다 타고 말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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