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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부실자재보다 부실한 국토부 해명

[기자의눈]부실자재보다 부실한 국토부 해명

기사승인 2015. 01. 27.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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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한 사항과 관련 없는 뚱딴지 해명
감사원과 감사관실은 직무유기한 거 아닌지 의문
기자수첩 황의중
황 의 중 건설부동산부 기자
“터널 록볼트 정착재료는 터널설계기준 등의 시공기준에 따라 현장시험 후 시공하고 있고 부실자재를 사용하지 않는다.”

‘부실자재’인 국산 록볼트 레진이 사용되고 있음에도 국토부가 팔짱만 끼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국토부가 내놓은 해명이다.

부실자재보다 더 부실한 해명이다.

기자는 국산 레진이 터널시방서에서 요구하는 강도가 전혀 없다는 것과 쉽게 부서지는 국산 제품들의 사진까지 첨부해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담당부처인 국토부는 정작 강도에 대한 언급은 없이 인발내력이 충족된다는 해명을 내놓은 것이다. 백번 양보하더라도 본질을 흐리는 전형적인 물타기로 밖에 볼 수 없다.

결국 결론은 담당자들조차 정작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규정을 국산 레진이 전혀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거나, 그냥 애써 진실을 외면하고 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그렇다면 더 큰 문제가 아닐까? 국토부의 이 같은 태도 때문에 10년 넘게 혈세는 혈세대로 들고 짝퉁 제품으로 인한 터널 부실공사는 계속되고 있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국토부 감사관실과 감사원은 도대체 무엇을 했단 말인가? 이들도 부실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토부에 엄연히 터널 시방서에서 요구하는 강성(强性)이 없는 제품이 부실자재가 아니라면 어떤 것이 부실자재인지 다시 한번 묻고 싶다.

한 눈에 봐도 쉽게 뜯어지는 자재를 ‘안전하고 문제 없다’고 한다면 누구도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터널 건설현장의 기술자들은 국산 레진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되도록 사용을 피하고 있다.

강도 특성이 전혀 없는 국산 레진은 외국의 레진 제품을 흉내낸 ‘짝퉁’ 제품이다. 당초 암벽에 물이 나와 단시간 내 록볼트 설치가 필요한 곳에 쓰기 위해 고안된 레진을 본땄지만 빠른 시공만 흉내 냈을 뿐 필수요소인 강도는 사라졌다.

해외 록볼트 레진의 강도 규정과 이에 대한 외국의 연구사례는 구글 검색만으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세계적 레진 제조사인 미국 Minova의 경우 제품 사양서에서 미국 재료시험협회(ASTM) 시험 방법에 따른 제품의 구조적 특성과 시험성적표를 기재하고 있다.

또한 ARMA(American Rock Mechanics Association)같은 미국 암반학회는 물론 남아프리카 학회에서도 레진의 강도시험방법·성적에 대한 논문을 내고 있는 현실이다.

접근하기 어려운 정보도 아닌 일반기자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보다. 건설공사 원칙을 정하는 국토부가 온라인 검색이라도 해보는 최소한의 성의만 보였더라도 ‘부실투성이 해명’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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