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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원자력 설비의 평균수명에 대한 의미

[칼럼] 원자력 설비의 평균수명에 대한 의미

기사승인 2015. 04. 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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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익병 사진
함익병·함익병&에스더 클리닉 원장
평균 수명이란 올해 태어난 우리 국민이 앞으로 살아갈 수 있는 평균 나이를 말하는 것인데, 특별한 사건·사고가 없다는 가정 아래 일반적으로 이 정도의 나이까지 살아가겠구나하고 예상하는 것이다. 그러나 각자 개개인의 수명에는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금주와 금연, 규칙적인 식습관과 수면, 적절한 운동을 통해 건강한 상태로 평균보다 20년 이상 장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건강을 해치는 생활 방식으로 평균 수명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기계의 수명도 마찬가지다. 동서 냉전기에 개발돼 실전 배치된 장거리 전략 폭격기 B-52 스트라토포트리스(Stratofortress : 하늘의 요새)는 1962년에 마지막으로 생산된 744대의 B-52H중 70여대가 아직도 미국 공군에 실전배치돼 운용 중이다. 나이로 치면 52세다. 놀라운 것은 이들 폭격기들이 2040년까지 운용 계획이 잡혀있다는 것이다. 취역 기준으로 78년을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만큼 끊임없는 성능개선과 철저한 관리를 통해 오랜 기간 안전성을 확보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 즉 사람이나 기계나 수명이란 나이보다는 관리와 보수를 통해 얼마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의 판단에 좌우된다.

얼마 전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통과된 월성 1호기 계속운전 설계수명 논란에서도 ‘수명’이라는 의미에 대해 이성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원전 설계 수명이라는 것이 처음 설계시 독점 방지와 막대한 투자에 대한 회수 기간을 고려해 경제적 관점에서 설정된 기간일 뿐이지, 그 자체가 기술적인 한계 수명은 아니다. 다른 구조물이나 기계 등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할지라도 평균수명을 다한 전투기를 반드시 처분하고 퇴역시켜야 하는 게 아닌 것처럼 설계 수명을 다한 원자로라도 안전하고 건강한 상태라면 계속운전을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력 생산의 절반 정도를 부담하고 있는 원전 발전에 대한 특별한 대안 없이 원전 발전을 포기할 수도 없는 현실이다. 기존 원전을 폐기하고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안전한 대체 전력 수단을 건설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산화탄소를 대량 방출하는 대단위 화력 발전을 제외하고는 대안이 없다. 그렇다고 지금의 전력 수요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도 마땅치 않다. 최소한 지금의 전력 수요를 만족시키면서 시간을 두고 대체 기술을 개발하는 동안 원자력 발전의 유지를 검토해보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물론 여기에는 반드시 단서가 붙어야 한다. 의사가 과학적 진단 근거를 가지고 환자의 건강수준을 확인하고 처방하듯 원전 계속운전도 전문가가 과학적으로 검토한 안전성 심의결과가 중요하다. 이번 월성 1호기 계속운전은 원자력안전기술원의 강화된 안전성 검토 결과를 토대로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다양한 이해 주체가 참여해 오랜 기간 심의를 진행했다. 승인과정 및 그 결과가 모두에게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으나 월성 1호기 계속운전 심사는 오랜 기간 안전성을 타진한 사례로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우리 몸이 철저한 자기관리와 운동을 통해 평균수명보다 훨씬 더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것처럼 사람이 만드는 모든 시설이나 물건 또한 끊임없는 관리와 보수를 통해 보다 높은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전력수급의 심장부 역할을 담당하는 원전이 앞으로도 철저한 관리와 완벽한 검사를 거쳐 더욱 건강하고 활기차게 도약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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