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이 지난 17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승인되자 두 회사의 주가가 급락했다. 합병 기대감으로 상승했던 주가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그룹 내 지배구조 최정점 업체가 된 두 회사가 배당확대와 같은 구체적인 주주친화정책을 제시하고 시너지 효과도 구체화한다면 주가는 점진적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7일 삼성물산 주식은 전 거래일보다 10.39% 내린 6만2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면서 오전 한때 전 거래일보다 3.61%까지 올랐으나 낮 12시부터 급락세를 보였다.
제일모직도 급등락을 반복하다 낮 12시 무렵부터 급락해 7.73% 내린 17만9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주가 상승을 받쳐 줄 이벤트가 종료되면서 차익실현을 위한 매물이 많이 나왔던 게 주가가 빠진 이유로 꼽힌다. 두 회사의 합병이 무산되는 것에 비중을 두고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실망해서 내놓는 ‘실망매물’이 나왔기 때문이라는 입장도 다수다.
이선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순하게 합병 후 합병 회사가 그룹의 중심이 된다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아무런 펀드멘탈 없이 합병 발표만으로 주가가 급등했다”면서 “하지만 합병이 주총에서 최종 승인되자 주가를 들썩이게 한 기대감이 사라졌으니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가가 단기 조정을 거친 후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두 회사가 배당확대와 같은 구체적인 주주친화정책 등을 제시하고 사업 비전을 가시화한다면 주가는 점진적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것이라는 평가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부터는 이벤트 자체가 없다. 주가가 강하게 움직이려면 두 회사가 합병 이후에 어떤 사업적 시너지를 통해 기업 가치를 올릴 것인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정책이 노출돼야 한다”며 “이런 기대감들이 주가의 방향을 결정하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해외시장 개척 경험과 노하우가 있고, 제일모직은 규모는 작지만 내수 시장에 주력해온 안정적인 사업부가 있다. 두 회사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면서 합병 시너지를 시장에서 차츰 인정받기 시작한다면 그 가치가 주가에 ‘플러스’로 작용할 것이란 설명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에는 합병 법인의 사업가치를 봐야한다. 삼성그룹 내에 지배구조 최정점 업체가 됐기 때문에 유망한 사업들이 추가돼 기업가치가 올라간다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주가도 덩달아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금이 매수 타임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