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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전셋값, 정부도 속수무책

미친 전셋값, 정부도 속수무책

기사승인 2015. 10.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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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보증금-추이
전세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한숨이 늘고 있다.

‘대란(大亂)’이란 단어가 떠오를 정도로 최근 전세가격의 상승세는 일부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적 현상이라는 점에서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13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전세가격 지수의 경우 전국 14.2포인트, 수도권 17.9포인트 각각 올랐다.

무서운 기세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전세가격을 따라잡기 위해 금융권에 손 벌리는 대출 비중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KEB하나·NH농협·신한·우리 등 5개 시중은행의 9월말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21조316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말(20조7900억원) 대비 약 5200억원 증가한 것이고, 전년 동월(16조336억원)에 비해서는 5조2828억원(32%) 늘어난 규모다.

전세보증금도 매년 증가세다.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원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세보증금은 2010년 257조9908억원, 2011년 286조3825억원, 2012년 361조9580억원, 2013년 392조5635억원, 2014년 393조4697억원으로 4년새 135조원(53%)이나 폭등했다.

사실상 빚 내고 전세가격을 돌려막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이에 따른 부작용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소득 수준이 전세가격 상승률에 못 미치면서 가계 경제사정을 압박하고 있어서다.

올해 1~9월까지 전세가격 상승률은 4.76%였지만 올해 1분기 가계소득 증가율은 3.6%에 그친 게 이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전세대출 부담은 소비여력을 감소시켜 경기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전세가격 상승 추세가 단기간에 멈출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저금리 기조로 인해 임대시장의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대시장에서 반전세·월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는 대신 전세 물량이 줄고 있는 게 단적이다.

KB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4년 전국 주택거래시장 총 규모 약 291만건 중 임대차거래(약 147만건) 비중이 50.3%를 차지했다. 임대차거래 중 월세의 비중은 약 41%로 2011년(33%)에 비해 10% 가량 증가했다.

월세거래 건수는 2011년 43만6000건에서 2014년 60만1000건으로 38%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전세거래는 88만5000건에서 86만5000건으로 약 2% 줄었다.

결국 전세 공급 물량 감소에 저금리까지 더해지면서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풍선효과를 초래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동한 KB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기존 전세매물이 월세전환에 따른 만성적인 전세공급 부족이 전세가격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즉 공급 물량의 축소와 저금리가 가격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이휘정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도 “저금리로 임대인들이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면서 공급이 부족해진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김완중 연구위원은 “(전세가격 상승은)구조적으로 주택시장의 시스템 전환 과정의 현상이지만 초저금리와 맞물리면서 증폭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 전세가격 상승세 속도를 조절하거나 막을 수 있는 ‘출구전략’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금리, 임대시장의 구조적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실타래와 같은 전세가격을 단순 처방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이휘정 수석연구원은 “(가격 상승)전세제도가 사라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정부의 정책수단과 쓸 수 있는 카드는 사실상 없다”면서 “임대주택을 늘려 전세를 공급하는 것도 쉽지 않아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수단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김완중 연구위원은 “정부가 개입한다고 해서 제대로 작동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주택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금리로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바꿔 말해 금리를 올리는 방안이 현재로서는 최선일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재의 금리를 인상할 경우 낮은 이율로 주택구입, 전세자금 등을 은행권 등에서 대출받은 서민 가계에 부담이 될 수 있어 정부가 이를 선택하기에는 쉽지 않은 카드다. 8월 중 주택담보대출은 6조7000억원 증가했다.

대신 전세가격이 연착륙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부상하고 있다. 시차를 둔 단계별 금리인상과 대출규제, 민간임대 시장 활성화를 위한 세제지원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서동한 연구원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전세제도는 단기간 내에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 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정부가 연착륙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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