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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피랍 한국인 사망, 피랍자 모니터링은 구멍

필리핀 피랍 한국인 사망, 피랍자 모니터링은 구멍

기사승인 2015. 11. 01.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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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한국인 10개월만에 주검으로
정부, 측면지원 강조…"책임 회피할 여지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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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남부지역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반군 아부사야프가 지난 2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사진으로 지난 1월 피랍된 홍모씨(74)가 숨진 것으로 1일 전해졌다. /AFP=연합뉴스
지난 1월 필리핀서 피랍된 70대 한국인이 10개월 만에 주검으로 버려졌다는 외신보도가 나온 가운데 외교부가 피랍 국민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협상 대응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는지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외교부는 재외국민의 테러·납치사건의 경우 목숨이 달린 문제인만큼 협상 내용을 비공개로 진행한다. 하지만 최근 외교부가 비보도를 전제로 밝힌 일련의 과정을 보면 신병확보 과정을 제대로 모니터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피랍된 홍모씨(74)의 경우 혼절 상태에서 납치됐고 납치 한달 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깡마른 모습의 사진과 몸값을 요구한 글이 올라와 빠른 조치가 필요했지만 10개월이나 흘렀다.

31일 AP통신에 따르면, 필리핀 경찰 등은 이날 밤 홍모씨가 술루 지방의 인다난 마을의 한 길가에서 숨진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술루 지역은 필리핀 반군이 많고 외국인을 인근 산에 납치한 일이 여러차례 발생한 바 있다.

다음은 기사 내용 중 일부 원문.

Army Brig. Gen. Alan Arrojado and police say the body of Noi-seong Hong was found late Saturday on a roadside in Indanan town in Sulu province, where the militants have been holding several kidnapping victims in their jungle bases in the mountains.

그러나 외교부가 31일 외신 보도 전까지 홍씨의 건강상태 등에 대해 인지했는지 의문이다. 30일 저녁 외교부는 출입기자들에게 홍모씨(74)가 곧 풀려나 신병 인수중이라고 전달했기 때문이다. 비보도 사안이지만 구체적인 정보도 없었기에 출입 기자들은 홍씨가 살아있고 2시간 정도면 생존 상태의 신병 확보를 예상했었다.

당시 공지에는 ‘위독’이나 ‘병세 악화’ 등의 정보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 다만 십여분 뒤 신병확보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짧막한 공지와 더불어 오는 2일께 협상 내용 등에 대해 브리핑을 예고했다.

외교부는 전날 밤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한 후에야 1일 낮 12시45분께 부랴부랴 외교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자처했다. 외신은 홍모씨의 사망 소식과 더불어 실명까지 밝혔지만 외교부는 ‘사망 추정’ 상태로 확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이 상황이 급박하게 바뀌게 된 이유를 묻자 “기본적으로 가족들이 문제 해결의 중심에 있었고, 정부는 가족들을 측면 지원한다”고 측면 지원을 강조했다.

당국자는 이어 “필리핀 정부당국이 중심에 서서 문제 해결에 앞장서왔다”며 “필리핀 정부와 긴밀히 협조하려 했고, 공조도 필리핀 정부 주도하에 이뤄졌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당국자는 초기 공지 내용과 달라진 이유를 묻는 질문에 “상황이 많이 급박해진 것 같다”며 착오가 있었냐는 질문엔 “그렇다”고 말했다.

외교 당국의 모니터링에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인 아부사야프의 외국인 납치가 최근까지도 빈번히 발생할 만큼 치안 상태가 좋지않다.

그러나 반복적인 피랍 사태에 대해 외교부가 ‘측면지원’을 거론하자 군색한 변명이란 비판이 나왔다.

외교통인 한 여당 의원은 이날 아시아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외교부가 성급한 면이 있었던 것 같다”며 “정부가 재외국민 문제를 측면지원하는게 말이되나. 정부가 만에하나 안될 경우 책임 회피할 여지를 남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리 외교부는 납치범들이 돈을 요구할 경우 정부가 직접 협상하지 않고, 석방금을 주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직접적인 협상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빠른 시일내 필리핀 영사를 불러 보고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피랍된 홍모씨는 지난 1월 24일 아들을 만나러 필리핀 민다나오 섬을 방문한 것으로 이 지역은 은퇴 이민자, 자영업자 등 우리 교민 4000여 명이 살고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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