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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러시아 전투기 격추 이후...꼬이는 반IS 동맹, 푸틴 중동전략도 차질

터키의 러시아 전투기 격추 이후...꼬이는 반IS 동맹, 푸틴 중동전략도 차질

기사승인 2015. 11. 2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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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IS군사공조 난망
TURKEY-RUSSIA-SYRIA-CONFLICT <YONHAP NO-2631> (AFP)
24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 위치한 러시아 영사관 밖에서 시위대들이 터키의 국기를 흔들며 항의하고 있다. 출처=/AFP, 연합뉴스
터키와 시리아 국경에서 24일(현지시간) 터키 전투기가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한 사건으로 시리아 사태 해법은 더욱 꼬여버리게 됐다.

시리아 정부군과 여러 반군, 극단주의단체 이슬람국가(IS) 등이 얽혀 피아 구분조차 쉽지 않아진 시리아 전장에 지난 9월 러시아가 가세해 온건반군과 IS 모두를 상대로 ‘양다리 공습’을 펼치면서 이 같은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돼왔다.

이번 사건으로 터키와 러시아, 크게는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이 증폭돼 최근 파리 테러 이후 급물살을 타던 ‘IS 격퇴’를 위한 국제사회의 군사 공조 움직임에 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 “러시아, IS보다 온건반군에 공습 집중”…서방과 충돌
러시아가 지난 9월 말 ‘IS 격퇴’를 명분으로 시리아 공습을 시작한 이후 서방은 시리아 상공에서 러시아와 미군 주도 연합군의 전투기가 우발적으로 충돌하거나 러시아의 전투기가 시리아 인접국을 실수로 타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러시아의 실제 공습 대상이 IS보다는 서방의 지지를 받으며 시리아 정부군과 싸우는 온건반군에 집중돼 있다는 의혹을 서방이 끊임없이 제기하면서 갈등은 더 깊어졌다.

실제로 러시아는 시리아에서 IS 점령지보다는 반군 장악지역인 북서부를 주로 공습해왔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처음부터 끝까지 IS와 알누스라전선 등 테러조직 격퇴를 위한 공습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실제로 지난달 자국 여객기가 IS로 추정되는 테러조직의 공격으로 추락한 이후에는 IS 거점에 대한 공습도 더욱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온건 반군에 대한 공격 또한 멈추지 않고 지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공격 목표 중 시리아 투르크멘족 반군이 포함된 게 이번 전투기 격추 사건의 직접적인 발단이 됐다.

투르크멘족은 터키의 주요 민족인 투르크족과 가까운 종족으로, 투르크멘족을 주축으로 한 반군은 시리아 정부군에 위협적인 반군 중 하나다.

영국 BBC방송은 “투르크멘족에 대한 러시아의 공습은 러시아가 IS 격퇴전과는 무관하게 여전히 반군과 싸우는 시리아 정부군을 도우려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터키 정부는 지난 20일 러시아군이 시리아 북부의 투르크멘족 마을을 공습했다며 러시아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결국 이 같은 경고에도 러시아가 또다시 투르크멘족 반군을 타깃으로 삼자 이를 도발로 여긴 터키가 초강수로 맞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로서는 ‘절친’인 알아사드 대통령을 포기하지도 않으면서, 테러와 맞서 싸우는 정의로운 국가라는 이미지도 쌓고, 동시에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키워 고립을 탈피한다는 여러 노림수를 한꺼번에 추구해왔고, 실제로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중동 전략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푸틴 대통령이 주도하는 ‘반(反)테러 텐트’에 더 많은 서방 국가를 편입하고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회복을 모색하려던 계획이 이번 사건으로 위협받고 있다고 국제정치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 소재 싱크탱크인 정치기술센터(CPT)의 알렉세이 마카르킨 부소장은 “올랑드의 임무는 러시아와 일종의 조정을 끌어내는 것이었다”며 “현재로선 서로를 향해 총격을 가하는 일을 피하기 위한 대화가 최선”이라고 말했다.

◇ 미·러 군사공조 난망…시리아사태 해법 모색에도 차질
이번 격추 사건으로 터키와 러시아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지만 이것이 대규모 무력 충돌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데이비드 갤브레스 영국 배스대 교수는 일간 인디펜던트에 “러시아와 터키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개입 없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만 있다면 러시아는 이미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전쟁 상황을 악화시키기보다는 앞으로 좀 더 신중하게 비행하는 것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파리 테러 이후 속도를 내던 국제사회의 ‘테러와의 전쟁’ 공조 노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주춤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 전투기가 터키의 지지를 받는 온건 반군을 추격하다가 터키 국경을 가깝게 날아 이런 문제가 지속적으로 생기고 있다”며 “만일 러시아가 IS를 공습한다면 이런 실수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러시아 측에 책임을 돌렸다.

서방으로서는 러시아의 시리아 공습 ‘진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강한 증거가 또 하나 생긴 셈이고, 러시아는 이 같은 의혹을 거듭 부인하며 피해자를 자처하고 있기 때문에 안 그래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던 갈등의 골이 훨씬 깊어진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태로 “시리아 사태의 외교적 돌파구 마련이 어려워졌다”며 “프랑스와 미국은 러시아 여객기 테러로 인해 러시아가 IS 격퇴를 우선순위에 놓길 바랐지만 이제 이를 설득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미국을 방문해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26일 푸틴 대통령과도 만나 군사 공조를 도모할 예정이지만 지금으로서는 뚜렷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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