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기고] 세상과 통하는 문 ‘우표’ 그리고 ‘수집’

[기고] 세상과 통하는 문 ‘우표’ 그리고 ‘수집’

기사승인 2015. 12. 01. 16:1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이영준 대전괴정동우체국장
이영준(대전둔산1)
디지털과 유비쿼터스를 지나 이제 사물인터넷시대로 들어서는 요즘. 필자에게 아날로그적 향수를 강하게 어필하는 게 있다면 단연코 우표수집이다.

어린 시절 우표는 나에게 있어 세상과 소통하는 인터넷과 같은 존재였고, 여기에 경제적인 이익의 개념이 더하여 진 게 수집이었다.

우표는 무슨 큰 일이 있을 땐 꼭 나왔다. 예비군이 창설했다고 나오고, UN기구에서 중요한 회의를 해도 우표가 나왔다. 대통령이 취임해도 나오고, 대통령이 외국을 나가거나 외국에서 다른 나라 대통령이 방문할 때도 우표는 어김없이 나오곤 했다.

또 우표는 우리나라 동·식물, 문화재, 음악, 미술, 체육, 산업, 교육 등등 모든 분야를 총망라하는 정보와 상식의 보물창고였다.

지금의 인터넷과도 같은, 세상을 바라보는 창문 역할을 했고, 우표와 같이 나오는 우표발행 안내카드는 한층 세부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전문자료로도 충분했을 정도다. 이렇듯 우표는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역사자료이기도 하다

이런 중요한 우표가, 발행하는 날 아침 일찍 우체국을 방문해서 사지 않으면 며칠 뒤, 아니 그 다음날 우표판매점에서 살 때는 웃돈을 얹어 사야만 했다.

당시 발행가 10원짜리 우표를 판매점에서는 15원이나 20원에나 팔았다. 몇 개월 혹은 몇 년이 자난 우표는 발행가보다 몇 배나 올려서 팔았고, 그땐 우표 수집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비싼데도 다들 그러려니 하며 사갔다.

나중에 더 비싸게 되팔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매년 우표가격표라는 책자가 발행돼 연도별 우표시세표가 나왔고 수익률도 금방 계산할 수가 있었다.

결국 이게 돈이 되겠다 싶어 중학생 때부터 우표를 수집하기 시작해서 남들 보다 훨씬 열심히 정성을 다해 모았다.

우표를 팔아야 돈이 되는데, 계속 모으기만 하다가 아이러니 하게도 우체국을 들어오면서, 우표 수집은 그만 두었다. 우표를 팔 곳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살 사람도 없었고, 시대가 바뀌면서 우표수집이 시들해 지자 시내 중심가에 있던 우표수집상들이 모두 문을 닫은 것이다.

지금 큰아이 방 책상 밑에 그동안 모아 놓은 우표가 수북하게 쌓여있는데, 지금은 팔 생각도 없고, 아이들에게 아나로그 시대 유물로 남겨주려고 한다. 너희가 태어나기 전 세상에 나왔던 우표를 통해 아빠가 살았던 그 시대를 기억해 달라고,

이렇게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져간 우표가 2013년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대통령인 박근혜대통령 취임우표가 나오면서 큰 홍역을 치렀다.

기념우표를 찾는 사람들이 워낙 적어 통신판매로만 취미우표를 판매했는데, 대통령우표를 사려고 아침 일찍부터 사람들이 우체국 앞에 긴 줄을 선 것이다. 특수한 상황이긴 하지만 잠시나마 우표가 부활한 것이다. 70년대 대전우체국 앞에 대기하며 우표를 구입하던 옛 추억이 재현된 것이다.

한때 독도우표가 세간의 관심을 끌기도 했지만, 우표가 옛날의 영화를 누리기는 어려울 거 같다. 다만 70년대 젊은 시절을 보냈던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계속되면서 옛 추억을 다시 돌아보는 모습들이 많이 감지된다.

당구장이 다시 문을 열고, 거리에 추억의 팝송이 흘러나오는가 하면, 자취를 감추었던 LP판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어느 순간 어떤 계기가 된다면 우표수집도 다시 성행하지 않을까? 고등학교 교련교복을 입고 돌아다니면서 말이다. 그나저나 내가 보관하고 있는 옛날 우표를 모두 팔면 얼마나 되려나?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