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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현대증권 인수전…‘마지막 대어’ 두고 KB·한국금융 재대결

막 오른 현대증권 인수전…‘마지막 대어’ 두고 KB·한국금융 재대결

기사승인 2016. 02.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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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의향서 제출" 공시…실사 후 최종 참여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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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KDB대우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미래에셋에 밀려 고배를 마신 KB금융지주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현대증권 인수전에서 또 다시 맞붙는다.

현대증권은 대우증권 매각이 마무리 단계에 있는 지금 남아 있는 유일한 대형 증권사 매물이다. 이 때문에 그룹의 ‘황금 포트폴리오’를 완성해야 할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글로벌 투자은행(IB)’ 도약의 발판이 필요한 김남구 한국금융 부회장이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증권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자기자본 3조2000억원에 달한다. 자본시장법상 IB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을 갖춘 국내 5대 증권사 중 하나다.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648.5% 증가한 2971억원을 기록했다.

KB금융과 한국금융지주는 지난 12일 각각 현대증권 매각 절차(실사) 참여를 위한 인수의향서를 제출했고, 실사를 통해 인수전 참여 여부 등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KB금융은 비(非)은행부문 강화를 위해 증권사 인수를 추진해왔다. 대우증권 인수에 실패한 뒤 이달 초 KB투자증권 유상증자를 결의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보류하고 현대증권 인수 검토에 착수했다. 현대증권 인수를 통해 고객의 자산관리(WM) 업무를 강화하는 등 은행업에 치우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풍부한 자본력은 KB금융의 절대적 강점이다. KB금융이 현대증권을 인수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KB투자증권과 합병하면 단숨에 대형 증권사에 뛰어오르게 된다. 또 대형 증권사를 통해 복합금융점포 등 전국적인 영업망을 활용한 새 사업모델도 구상할 수 있다.

하지만 몸집이 4조원 안팎에 그쳐 글로벌 IB로 성장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증권업계에 큰 도움이 안될 것이란 평가는 약점으로 지목된다.

한국금융의 경우 덩치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자기자본 3조3000억원 규모인 점을 감안했을 때 현대증권 인수에 성공하면 통합 미래에셋대우증권(가칭)에 버금가는 자본 6조5000억원의 초대형 증권사로 올라서게 된다.

은행을 둔 금융지주사들보다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한국금융지주는 현대증권 인수를 통해 입지를 넓힐 수 있다. 다만 인력 등 두 회사의 중복된 분야가 적지 않아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것은 물론, 의외로 시너지 효과도 생각보다 작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들 회사는 지난 현대증권 인수전에 뛰어들지는 않았지만, 이번에 다시 매물로 나오자 시장에서는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거론돼 왔다. 당분간 현대증권 수준의 큰 증권사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작은 데다 2조원을 넘어섰던 대우증권에 비해 가격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보고 있어서다.

실제 현대증권의 주가가 주당 5290원으로 연초 대비 18% 이상 하락하면서 가격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매각 대상은 현대상선 등이 보유한 지분 22.56%다. 지분의 시장 가치는 2800억원 수준이고,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더할 경우 3700억원 규모다. 증권업계에서는 4000억~5000억원 선에서 매각가가 결정될 것으로 추측했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증권 지분 43%가 주가순자산비율(PBR) 1.28배인 2조3853억원의 가격으로 미래에셋증권에 매각된 사례와 비교하면 현대증권(PBR 0.42배)은 대형 증권사로서 경영권 인수의 가격 메리트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대형화를 도모하려고 하는 증권사나 증권업 라이선스를 획득하려는 후보자, 향후 매각 차익을 얻으려는 PEF 등의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두 회사 외에 키움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도 인수 가능성과 시너지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현대증권 인수전에서 차순위 협상자에 선정된 파인스트리트를 포함한 국내 사모펀드와 중국계 금융 그룹도 잠재적 인수 후보군으로 언급된다.

그럼에도 업계 일각에선 현대증권 매각 흥행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무엇보다 현대그룹의 현대증권 매각 의지에 대한 진정성 논란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유한 우선매수청구권이 현대증권 매각의 부담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편, 현대그룹은 자금난에 빠진 현대상선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현대증권 매각을 추진해 왔다. 그룹 측은 오는 29일까지 인수의향서를 받아 이르면 3월 말까지 본계약 체결을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매각 자문은 EY한영 회계법인이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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