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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롯데 수사, 꼬리 자르기로 끝내지 말아야

[사설] 롯데 수사, 꼬리 자르기로 끝내지 말아야

기사승인 2016. 08. 25.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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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사장이 25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은 곧이어 26일 그룹 2인자로 불리는 이인원 그룹 정책본부장을 소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롯데수사에서 그룹전체의 컨드롤 타워 역할을 하는 정책본부에 대한 조사는 신동빈 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을 파헤치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검찰의 수사진행 상황을 보면 이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결정적인 진술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지 않고 꼬리자르기로 끝내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앞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소진세 사장에 이어 황 사장 역시 신 회장의 지시나 개입에 대해서는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지금까지 드러난 탈세와 횡령 등 모든 비리는 신 회장 등 총수 일가의 지시에 따라 그룹 정책본부가 주도했다고 보고 수사해왔다. 그런데 신 회장의 최측근들이 부인한다고 해서 그 연결고리를 밝혀내지 못하고 수사를 여기에서 서둘러 종결한다는 것은 전형적인 면죄부 봐주기 수사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이전의 대기업 수사와 비교해 보더라도 롯데그룹의 경우는 기업오너 개인차원의 비리가 아닌 그룹차원에서 저질러진 조직적인 범죄의 성격을 띠고 있어 죄질이 훨씬 더 중하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검찰이 신 회장의 역할을 규명하지 못하고 신병처리에 실패한다면 결국은 면죄부를 주는 격이 되고 말 것이다. 이렇게 보면 롯데수사는 보기에 따라서는 시작하지 않은 것보다 못한 결과가 될 수 있다.
 

두 달 이상 끌어온 롯데 수사는 이제 신 회장의 소환조사를 앞두고 종국을 향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의 분위기와 수사상황으로 봐서는 검찰이 애초 목표했던 정관계 로비수사는 고사하고 조직적인 범죄조차도 밝히지 못한 채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금 검찰은 현직검사장의 비리가 드러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제 검찰이 바닥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은 드러난 비리를 철저히 수사해서 검찰 본연의 소임을 다하는 길뿐이다. 검찰이 또 다시 봐주기나 꼬리자르기로 적당히 사건을 마무리한다면, 이는 머지않아 검찰에 감당하기 어려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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