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칼럼] 꼬리표가 없는 돈과 북한 수해지원 문제

[칼럼] 꼬리표가 없는 돈과 북한 수해지원 문제

기사승인 2016. 10. 17. 18:31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DJ정권에서 회자되던 우화가 바람과 해의 나그네 외투 벗기기 경쟁이다. 잘 알다시피 승자는 해다. 바람이 외투를 벗기려고 애쓸수록 나그네는 외투가 벗겨지지 않도록 안간힘을 썼다.

그렇지만 해가 햇볕을 내리쬐자 나그네는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외투를 벗었다. DJ정권과 노무현정권은 당시 우리나라 정부의 북한 정권에 대한 지원을 '햇볕정책'이라고 이름 붙였다. 남한이 대북지원이라는 햇볕을 쬐면 북한이 마음을 열어 평화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담긴 작명이다. 고 김대중 대통령은 당시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의 기대가 빗나갔음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탈북자에 의하면, 당시 북한에서는 이미 북한에 수령이란 태양이 있는데 무슨 햇볕이 남조선에서 온단 말이냐고 '햇볕정책'이란 이름을 조롱했다고 한다. 소위 '햇볕정책'은 나중에 집권한 MB정권과 현 정권에서 대북 '퍼주기'정책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원래 의도가 무엇이었든 북한의 핵 실험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과 실험이 계속되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거꾸로 돌아보면 '너그러운' 대북 지원으로 북한 정권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할 여유를 가지게 됐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어쩌면 당시 햇볕정책을 추진했던 사람들은 대북지원금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사용됐다는 증거가 있느냐고 반문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돈은 꼬리표가 없다. 현재 어떤 일에 일정액을 쓰는 예산안을 마련했는데 추가적인 재원이 들어오면 그만큼 다른 곳에 쓸 여유가 생길 뿐이다. 다른 곳에 쓸 돈을 늘리지 않는다면 당연히 햇볕정책으로 지원된 돈만큼 핵과 미사일 개발을 위해 투입될 수 있다. 그래서 '핵과 미사일 개발지원금'이란 이름을 붙이지 않고 '인도적 햇볕자금'이라고 적어서 보냈다고 해서 '평화적 목적'에 쓰였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최근 제기되고 있는 우리의 남아도는 쌀을 북한의 수해지역의 주민들에게 보내자는 인도적 제안은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물론 지금 이 제안을 하는 사람들은 과거 햇볕주의자들과는 달리 이로 인해 북한의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의 개발을 포기할 것이라고는 전혀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소위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하자는 정도일 것이다. 그렇지만 돈에 꼬리표가 없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에 대한 지원도 그리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물론 이번에는 돈이 아니라 현물인 쌀이다. 북한에 정통한 한 분은 이 쌀이 수재민들에게 제대로 공급되는지 아니면 군인들을 위한 식량으로 다시 갹출되는지 북한에서 모니터링 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만약 모니터링이 가능하다고 현실과 다르게 가정한다면 어떨까. 돈이 아닌 현물이 수재민들에게 공급되면 인도적 목적이 잘 달성될 수 있을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북한 정권이 수해복구를 위해 재정을 지출할 필요성이 그만큼 줄어들 것이고 그만큼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계속할 여지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한분의 북한문제 전문가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의견을 제시했다. 우리는 북한정권과 북한주민을 철저하게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는데, 남한 정부가 수재민들에게 직접 구호물품과 쌀 등을 주겠다고 북한 정권에 제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 정권이 거부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런 제안이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사는 데 기여할 것이고 이는 통일을 앞당기는 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분은 큰 안목의 인도주의 관점을 주문했다. 북한 주민의 고통은 현재의 북한 수령체제에서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을 이 체제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것만큼 인도주의적인 정책은 없다. 수재민들에게 대한 남한의 지원은 지극히 일시적이고 지극히 일부의 지역과 사람들에 국한될 수밖에 없어 여전히 무수한 사람들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안타깝게도 1회성 '인도적' 지원이 북한 현재 체제의 지속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반면, 북한 체제 변화라는 큰 안목의 '인도주의' 실천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