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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저촉될까…” 눈치만 보는 국회의원들

“청탁금지법 저촉될까…” 눈치만 보는 국회의원들

기사승인 2016. 10. 2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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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예산' 법 위반 논란에 지역구 예산 챙기기 어려워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에 이어 청탁금지법까지…이중삼중의 규제에 막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성엽 위원장은 최근 교문위 소속 의원 등을 초청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 중인 창작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를 관람할 계획이었다.


대한제국 시기의 명성황후를 주인공으로 한 이 작품을 널리 알리려는 취지였다.


유성엽 교문위원장(맨 왼쪽)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에 따라 관람을 희망하는 의원들 수를 파악해 티켓을 일괄 구매한 뒤 공연을 함께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국민권익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티켓을 일괄 구매해 공짜로 주는 것은 동료 의원이라 하더라도 청탁금지법에 저촉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의원들도 티켓 제공을 원하지 않아 일괄 구매 계획을 접었다.


좌석에 따라 4만∼8만원인 관람료에 부담을 느낀 의원들이 "내 돈으로 (티켓을 구입해) 가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고상진 유성엽 의원 정무보좌관은 "무료 티켓에 부담을 느낀 의원들이 '각자 돈 내서 티켓을 사겠다'며 티켓 제공에 손사래를 쳤다"면서 "의원들이 (청탁금지법을) 무척 신경 쓰는 눈치였다"고 전했다.


유성엽 의원은 "교육문화위원장으로서 우리의 역사를 되새길 수 있는 이 작품을 의원들에게 소개하고 홍보하려 했으나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정동영(전주병) 국회의원은 최근 전북도의회 기자실에 들러 국정감사에서 제기한 이슈와 함께 새만금지구에 7조6천억원을 투자하려다 철회한 삼성그룹 사장단과 면담 소식을 전했다.


기자간담회를 마친 정동영 의원은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예닐곱 명의 기자들에게 "밥이나 먹으면서 뒷얘기를 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기자들이 "선약이 있다"거나 "(청탁금지법에 저촉돼) 과태료가 무섭다"며 모두 그 자리를 떴다.


그러자 정 의원은 "이것 참…밥 먹으며 자세한 설명을 하려 했는데…혼자 밥 먹어야 하나"라고 난감해 하며 기자실을 빠져나갔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정치인의 이런 공연티켓이나 음식 제공 등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국회의원과 언론사 기자는 업무상 밀접한 관계에 있는 만큼 어느 한쪽이 식사 나 티켓 비용 등을 제공하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정당의 대표나 각 지역 도당 대표자(위원장) 등이 정책 간담회를 겸한 식사나 장보기 행사 비용 등은 정당의 회계처리를 통해 가능하다.


정치자금법이나 공직선거법도 상시기부행위 금지 등을 통해 핵심 당원을 제외한 지역 구민에게 음식을 제공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정운천(전주을)·이춘석(익산갑) 의원 등도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기자들하고 식사 한번 하지 못했다"면서 "정책과 의정활동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홍보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손성준 새누리당 전북도당 정책실장은 "당 대표나 도당 위원장이 도민과 간단한 점심을 할 때도 참석한 핵심 당직자들의 명단을 일일이 확인하고 사인을 받는다"면서 "그 외는 원칙적으로 각자내기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의식한 듯 대권행보를 위해 이달 초 충북을 찾았던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시종 충북지사와 조찬간담회를 하고 그 비용을 각자 계산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관행처럼 해온 '쪽지예산'을 통한 지역구 예산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국회의원들이 예산 심사 막판에 지역구의 민원성 예산을 슬쩍 끼워 넣는 '쪽지예산'이 청탁금지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권익위가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이므로 부정청탁이 아니다"라고 유권해석했음에도 기획재정부는 쪽지예산이 부정청탁에 해당해 김영란법에 위반된다며 이를 신고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자 당장 내년도 예산안 심의를 앞둔 도내 국회의원들은 당혹스러운 분위기라고 한다.


이런 분위기는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북도-도내 국회의원 예산정책협의회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전북도 송하진 도지사를 비롯한 실·국장과 도내 국회의원 10명 전원은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국회 단계에서 3천500억원의 예산을 증액하도록 국회 심의단계에서 힘을 합치자"고 의기투합했다.


그러던 중 조배숙(익산을) 의원은 "'쪽지예산'이 논란이어서 감시가 심하고 이에 따라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움츠러들고 있다. 예산을 확보하는데 애로사항이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의원들이 "(쪽지예산은) 청탁금지법에 저촉되는 것이 아니다. 괜찮을 것"이라고 다독거렸으나 여느 때와 달리 적잖이 신경 쓰는 분위기였다.


허갑진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총무여성지원실장은 "청탁금지법이 어떤 것은 허용하고 어떤 것은 금지하는 등 애매모호해 국회의원이나 당직자들이 혼선을 빚고 있다"면서 "민감한 시기인 만큼 몸을 사리며 최대한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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