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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비금융자회사 패키지 매각…엇갈리는 투자자 반응

산은, 비금융자회사 패키지 매각…엇갈리는 투자자 반응

기사승인 2016. 10.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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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이 비금융 자회사의 조기 매각안을 두고 잠재적 투자자들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총 79개 중소·벤처기업의 주식을 묶어 파는 ‘패키지 매각’ 방식에 대해 투자은행(IB)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반면, 벤처캐피탈(VC)은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안정적인 자산운용을 중시하는 IB들과 달리 모험자본에 대한 투자가 익숙한 VC들에게는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보유한 비금융 자회사 79곳의 보유 지분을 한데 묶어 파는 ‘패키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입찰 마감일은 내달 23일까지로 같은 달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연내 매각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산은은 대우조선해양 부실 사태 책임론에 시달린 후 금융위원회의 ‘기업은행·산업은행 역할 강화 방안’에 따라 3년간 132개의 출자회사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산은이 올해 세 차례 일괄 매각 공고를 냈지만 현재까지 매각된 기업은 11곳에 불과했다.

산은은 매각 속도를 높이라는 정부의 압박에 매각안을 ‘패키지’로 선회했다. 기존 매각방식은 건별로 진행돼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 밖에 없고, 산은이 보유한 회사의 지분도 경영권이 담보되지 않는 15~30%대 수준에 불과해 관심업체가 많지않다는 판단에서다.

연내로 산은이 패키지 매각에 성공한다면 올해 총 90개의 비금융 자회사 지분을 정리하게 된다. 이는 연내 46개 기업을 팔기로 한 당초 계획의 2배 수준이다.

그러나 이 같은 매각안에 대해 IB 업계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업종 및 분야 등 관련 없는 기업들을 한 번에 묶어 사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한 외국계 IB업계 관계자는 “산은의 출자회사에 관심 가질 전략적 투자자가 있더라도 패키지로 묶어 파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기업들이 서로 연관이 없어 단순히 분산 투자효과를 기대하기 위해 참여하는 투자자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IB업계 관계자는 “패키지 매각의 경우 개개의 기업들에 대해 일일이 가치평가를 해야 하는데 그것이 가능한 인력과 조직을 갖춘 곳은 많지 않다”며 “리스크를 감수하고 큰 수익을 노릴 수도 있겠지만 일반 증권사들의 관심은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인수·합병(M&A)이나 세컨더리 펀드를 운용하는 VC 업계에서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세컨더리 펀드는 투자회사들이 이미 투자했던 벤처주식을 다시 매입해 수익을 올리는 펀드를 말한다.

VC업계 관계자는 “패키지 매각의 장점은 가격이 싸다는 점인데 이를 통해 벤처기업의 가치를 높여 재매각하거나 인수기업 간 M&A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며 “산은의 매각 대상인 기업들은 대개 작은 기업들이 대부분으로 대기업 지분 투자에 뛰어드는 사모펀드보다 VC가 관심을 가지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특히, 세컨더리 펀드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VC참여를 통한 매각 흥행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해 VC가 결성한 세컨더리펀드는 총 14건으로 약 5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이 관계자는 “VC가 지난해에도 좋은 성과를 냈고 올해에도 긍정적인 업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가격만 맞으면 이번 매각 건에 참여하는 업체가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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