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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싱가포르 장갑차 압류…대만 고립 전략의 ‘눈엣가시’ 싱가포르에 보복 조치?

중국 싱가포르 장갑차 압류…대만 고립 전략의 ‘눈엣가시’ 싱가포르에 보복 조치?

기사승인 2016. 11. 3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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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g Kong Singapore <YONHAP NO-3271> (AP)
사진출처=/AP, 연합
중국이 최근 홍콩에서 싱가포르군 장갑차 9대를 압류한 사건과 관련, 대만 고립 전략에 반대하는 싱가포르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현지시간) 이번 장갑차 억류 사건이 중국과 싱가포르 사이에 높아지고 있는 긴장관계를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홍콩 세관당국은 23일 대만을 출발해 홍콩 콰이충 화물터미널에 도착한 민간화물선에서 싱가포르군의 테렉스 공수 장갑차(ICV) 9대와 부품 등을 발견, 24일 압류조치를 취했다. 하루 뒤인 25일 싱가포르군은 이 장갑차들이 해외훈련을 마치고 본국으로 들여오던 것들이라고 밝혔다.

FT는 이번 사건이 최근 독립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는 대만과 군사적 관계를 맺고 있는 싱가포르에 대한 중국의 압박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정례브리핑에서 장갑차 억류 의도를 묻는 질문에 “중국 정부는 어떤 나라도 대만과 수교하거나 어떤 형식으로든 정부 간에 왕래해서는 안 된다는 일관된 입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최근 대만 차이잉웬 총통이 이끄는 민진당 정권을 고립시키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4월 대만의 무역 대표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철강위원회 회의 도중 중국의 항의로 쫓겨나는가 하면, 7월에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산하기구인 어업위원회(COFI)의 회의에 참석하려던 대만 측 대표 2명이 중국의 압력으로 건물 내부에 진입조차 못 한 사건이 보도되기도 했다.

싱가포르는 1974년 이후 정기적으로 대만과 연합훈련을 진행해왔지만 중국은 그동안 이 것을 문제삼지 않았다. 싱가포르는 그간 국토가 작다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해외 국가들과 합동 군사훈련을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약 2조 원을 들여 호주 퀸즐랜드 주에 군 막사와 훈련장 등의 시설을 대폭 확충하기도 했다.

그간 싱가포르는 중국과 대만 사이의 가교 역할을 자처해왔다. 장제스(蔣介石) 대만 주석과 가까운 사이였던 리콴유(李光耀) 싱가포르 전 총리가 1992년 중국과 대만 간의 회담을 주선하여 양안 교류 협력의 중요한 토대인 ‘92 컨센서스’에 큰 기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과 싱가포르의 긴장관계는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가 불거지면서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가 최근 남중국해와 관련해 필리핀의 손을 들어준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에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리 총리는 또 미국 워싱턴으로 건너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회담하고 양국간 관계를 강화하기로 하는가하면 미 해군 대잠함 초계기 ‘P8 포세이돈’을 싱가포르에 배치하기로 하는 등 친미 움직임을 보여왔다.

알렉산더 황 대만 탐캉(淡江) 대학교 국제관계학 교수는 이번 사건이 “싱가포르나 대만에 대한 신호일 뿐만 아니라 주변국 모두에게 보내는 신호”라며 “중국이 대만의 대외 관계를 옥죄기 위해 좀 더 직접적인 방법을 취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특히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에 있어 자국의 핵심 방어·외교 전략에 반항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더이상 참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중국은 친중 움직임을 보이는 필리핀과 말레이시아에 대해서는 막대한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FT는 중국이 경제적 보복부터 이번 사건과 같은 세관 압류까지 중국의 뜻에 순응하지 않을 국가들에는 어떤 수단도 불사할것임을 내비쳤다며 주변국들이 대응할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는 우선 중국 달래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싱가포르의 비비안 바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무장관은 29일 한 국제포럼에서 “1990년부터 이어져 온 중국과의 외교관계가 현재 진행 중인 장갑차 문제에 의해 장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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