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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헌재, 삼일절 대규모 태극기 집회의 의미 성찰해 보길

[사설] 헌재, 삼일절 대규모 태극기 집회의 의미 성찰해 보길

기사승인 2017. 03. 02.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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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의 탄핵판결이 임박하면서 삼일절에 서울 도심에서 역대 최대인 500만명(주최측 추산)의 대규모 태극기 집회가 열려 '탄핵 각하'를 외쳤다. 이에 대응해 광화문에서는 상대적으로 초라한 30만명 규모(주최측 추산)의 촛불집회가 열려 '탄핵 인용'을 외쳤다. 두 집회가 시차를 두고 열렸지만 집회장소가 바로 곁인데다가 행진코스도 겹칠 수 있어 물리적 충돌도 우려됐지만 큰 불상사는 없었다.
 

최근의 두 집회에서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시간이 갈수록 탄핵 인용을 주장하는 촛불집회의 인원은 줄어들고 있는데 비해 탄핵 각하를 외치는 태극기 집회의 물결은 점차 성난 파도처럼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 언론에서 최순실 사태가 보도될 때 촛불시위에 갔던 사람들 중 일부는 태극기 집회에 나오고 있다고 한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과 특검의 수사과정 그리고 헌재의 탄핵심리 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정의롭지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느껴 이를 막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 결과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심지어 기부를 해가면서 구국의 심정으로 태극기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최근 최순실 관련 보도들이 허위와 과정 왜곡임이 드러났고, 특히 고영태 녹음파일 등을 통해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한 기획이 있었음이 확인되었지만 야당이 추천한 박영수 특검은 이들을 수사하지 않았다. 그 대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업인들을 뇌물죄로 구속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였다. 이것도 결국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덮어씌우려는 짜맞추기 수사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헌재가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들에게 충분한 변론의 기회를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정미 권한대행의 퇴임일 이전에 판결을 내리겠다고 하는 데 대한 불만도 작용하고 있다. 특히 김평우 변호사를 비롯한 대통령 변호인들이 꾸준히 신문 지면의 광고, 인터넷 뉴스, 사회관계망 서비스 등을 통해 헌재 심판과정의 편파적 성격을 알리고 있다. 이에 태극기 집회에 나온 사람들이 "정의와 진실을 위해 태극기를 들었으며 결코 불의와 거짓에는 타협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다. 헌재의 판결에도 승복하지 않을 태세다.
 

우리는 이런 사태의 전개가 바람직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는 헌법재판관들이 태극기 집회에 나온 사람들이 왜 어떤 부분에 분개하고 있는지를 잘 성찰해서 현명한 판단을 내릴 필요가 어느 때보다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헌법재판관들이 대통령 변호인단에서 주장한 법리들과 주장들을 철저히 검토해서 설득력 있는 답변이 들어간 판결을 내리기를 바란다. 그럴 때 국민들도 수긍할 것이고 저항도 최소화할 것이다.
 

만약 그렇게 하기 어렵다면 헌법재판소로서는 '각하' 결정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단순히 어떤 판결을 내리더라도 불만을 가진 세력은 있기 마련이라면서 성실한 답변 노력을 하지 않은 채 고압적인 판결을 내려서는 커다란 후폭풍을 피할 수 없음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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