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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시사상식] 위기 뒤에 기회?…한한령과 왕홍

[톡톡! 시사상식] 위기 뒤에 기회?…한한령과 왕홍

기사승인 2017. 03. 0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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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한령
중국의 SNS나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한한령 관련 이미지. 사드 배치 결정으로 인해 확산되는 중국의 반한정서를 상징하는 듯하다./이미지 출처=바이두(百度).
우리나라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의 보복조치가 점차 노골화돼 가고 있습니다. 지난 3일에는 중국 국가여유국이 베이징과 상하이 등 20개 지방정부 관광담당 책임자들을 소집해 오는 15일부터 한국여행상품 판매를 금지토록 통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그간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된 중국의 보복조치는 정부가 아닌 민간 차원에서 이뤄져 왔습니다. 대표적인 게 바로 ‘한류를 제한하는 명령’이란 뜻을 가진 ‘한한령(限韓令)’입니다. 이는 ‘한류(韓流)’로 통칭되는 한국 (대중)문화, 한국 연예인 등 한국과 관련된 콘텐츠의 소비를 제한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 어느 아시아 국가보다 한류 열기가 높던 중국에 한한령이 등장한 것은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논란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해 상반기 이후부터입니다. 중국 TV에서 방영되던 한국 드라마가 합당한 이유 없이 중도하차하거나 구체적 날짜까지 잡혀있던 아이돌그룹 공연이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했던 것이죠.

한한령으로 피해를 입은 것은 비단 엔터테인먼트 산업뿐만이 아닙니다. 그간 한류 인기를 바탕으로 중국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화장품을 비롯한 한국산 제품의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제조업 분야도 한한령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한국 기업 입장에서 단순히 매출이 줄어든 것보다 더 큰 일은 불매운동 등 한국산 제품에 대한 안티 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몇몇 중국 언론에서는 구체적인 한국 기업명까지 거론하면서 불매운동을 부추기고 있고, 알리바바 등 일부 온라인쇼핑몰에서는 한국 기업코너를 폐쇄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위생규제 등 비관세 수입장벽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한령이 민간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중국 정부 관계자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그 배후에 정부 입김이 강하게 씌워져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인 거죠. 이번 한국여행 금지령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신라면세점] 중국 왕홍 초청 한국 관광 투어
신라면세점이 지난 1월 실시한 중국 왕홍 초청 한국투어 포스터. /제공=신라면세점
이처럼 한한령에 따른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쪽에서는 중국의 인터넷스타를 활용해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이른바 ‘왕홍(網紅) 마케팅’을 통해 현지 소비자 공략에 나서는 사례도 늘면서 대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왕홍이란 ‘인터넷(網絡)에서 인기있는 사람(紅人)’을 뜻하는 신조어 ‘왕뤄홍런’을 줄인 말로, 중국의 파워블로거나 스타 BJ 등 SNS상의 유명인사를 일컫는 용어입니다. 이들은 웨이보나 웨이신 등과 같은 SNS를 통해 일반 대중들과 접촉하면서 팬을 끌어모으는 등 인기를 모았고, 이를 바탕으로 TV 광고, 톈마오 등 온라인쇼핑몰과 연계해 상품 구매 패턴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왕홍이 자신이 블로그나 개인방송에서 소개하는 제품은 어김없이 매진으로 이어질 정도로 이들이 미치는 영향은 막강합니다. 이 때문에 ‘왕홍경제’라는 파생용어까지 등장했습니다. 지난해 왕홍경제 규모가 530억위안, 우리나라 돈으로 9조원에 달한다는 중국 시장조사기관의 통계조사 보고서도 최근 나왔습니다.

현재 중국에서 활동 중인 왕홍의 수는 대략 100만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여기에 기존의 성공사례를 보고 왕홍이 되기 위해 TV방송국에서 실시하는 오디션 등을 통해 도전하는 일반인도 늘고 있고, 이들을 체계적으로 양성·관리하기 위한 전문 기획사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들의 패턴이 개별 관광객을 의미하는 ‘싼커(散客)’로 바뀌고 있습니다. 여행의 패러다임이 단체 중심에서 개인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죠. 이 같은 개인화는 왕홍 마케팅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소비 패턴 변화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왕홍을 통해 자신이 소비하고 싶은 욕구를 표출하는 것이죠.

국내에서도 민간기업들을 중심으로 왕홍 마케팅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대형 외식 브랜드업체인 제너시스비비큐그룹은 지난달 중순 유명 왕홍 50여명을 초대해 자사 브랜드와 치맥 문화를 소개하는 행사를 가진 바 있고, 이에 앞서 신라면세점은 1월 중국 음력 설 연휴인 춘제를 앞두고 중국 현지 왕홍 집단인 ‘신라따카’ 15명을 초청해 한국투어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민간기업뿐 아니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들도 왕홍 마케팅 대열에 가세하고 있습니다. 정부부처인 해양수산부도 최근 국내 수산물의 중국수출 확대를 위해 왕홍 마케팅의 적극 활용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사드배치와 관련된 중국 정부의 보복조치는 집요하게 이어지고 있지만, 언제나 그렇듯 위기 속에는 기회가 있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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