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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재협상? 트럼프의 국내용 언론플레이 성격 다분”

“한·미 FTA 재협상? 트럼프의 국내용 언론플레이 성격 다분”

기사승인 2017. 07. 0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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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 '발언'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 언론 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9~30일(미국 동부시간) 취임 후 첫 한·미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문 대통령은 회담 직전만 하더라도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지역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결정으로 “사드를 번복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에 휩싸였다. 특히 국내 일부 언론에서 이같은 의혹 보도를 계속하면서 청와대는 “한·미정상회담을 두고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흔들고 있다”는 억울함을 토로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상견례, 환영만찬, 단독정상회담, 확대정상회담 등 이틀에 걸친 문 대통령과의 조우에서 최고의 예우를 선사하며 이같은 우려를 일축했다. 더욱이 회담 후 나온 한·미공동성명은 물론 회담에서도 사드 문제는 양국의 주의제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문 대통령은 폴 라이언 미 하원의장을 비롯한 미국 상·하원 지도부 인사들과의 간담회에서 “사드 번복이나 철회는 없다”, “다만 절차적 투명성 차원에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다”는 점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의회 지도자들로부터 “감사하다”는 발언까지 이끌어냈다.

더 나아가 한·미공동성명에서는 문 대통령이 강조해온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단계적 접근법에 트럼프 대통령의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6개 분야로 구성된 한·미공동성명 중 ‘북한 정책에 대한 긴밀한 공조 지속’ 부문에서 “양 정상은 제재가 외교의 수단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올바른 여건 하에서 북한과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특히 공동 성명에서 “두 정상은 한국과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으며 북한이 올바른 길을 선택한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에게 보다 밝은 미래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음을 강조했다”고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미국 내부에서도 웜비어 사망 사건 이후 북한에 대한 응징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진일보한 합의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두 정상은 “고위급 전략 협의체를 통해 비핵화 대화를 위해 필요한 여건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를 포함한 한·미 공동의 대북정책을 긴밀히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주의적 사안을 포함한 문제들에 대한 남북간 대화를 재개하려는 문 대통령의 열망을 지지하였다”고 공동성명에서 다시 한 번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지지했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단계적 북핵 접근법’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 낸 것으로 해석 가능한 대목이다.

이같은 적지않은 한·미정상회담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하나 때문에 정상회담 성과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백악관 만찬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한국 대통령과의 아주 좋은 만남을 막 끝냈다”며 “북한, 새로운 무역협정(new trade deal) 등을 포함한 많은 주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가 불평등한 조약이라며 재협상 필요성을 수차례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마치 FTA 재협상을 용인해줬다는 식의 언론보도가 이어졌다.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정상회담 직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연 ‘공동언론발표’에서 단단히 사고를 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미 FTA가 체결된 이래로 미국의 무역적자는 110억달러 이상 증가했다”며 “그다지 좋은 ‘딜’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한·미 FTA를 정면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굉장히 심각한 자동차라든지 철강의 무역 문제에 대해서 지난 밤에 이야기를 했다”며 “그리고 문 대통령께서는 이런 저의 우려 표명에 대해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겠다고 말씀해 주셨다”고 자동차·철강 분야에 대한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한국 측과 협력을 하고 한국뿐 아니라 미국한테도 좋은 ‘딜’을 만들어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국내외 언론은 “사실상 한·미 FTA 재협상이 선언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쏟아졌다.

그러자 청와대가 공식 해명에 나섰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오후 7시 워싱턴 현지에 마련된 기자실에 직접 들러 “국내 일부 언론매체에서 이번 정상회담 때 두 나라가 한·미 FTA 재협상에 합의하였다거나 재협상을 공식화하였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분명히 했다.

장 실장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큰 규모의 무역 적자와 특히 자동차·철강 분야에서의 무역 불균형에 대해문제를 제기하면서 일정한 조치를 취하거나 또는 새로운 협상을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면서 “이에 대하여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FTA의 상호 호혜성을 강조하면서 양측 실무진이 한·미 FTA 시행 이후에 효과를 공동으로 분석해 조사 평가할 것을 제의했다”고 설명했다.

또 장 실장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FTA 재협상에 대해 양측 간에 합의한 바가 없다”고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장 실장은 “무역과 관련 양측 간 합의 사항은 정상회담 후 발표된 공동선언문에 있는 내용이 전부”라고 밝혔다.

장 실장의 발언대로 한·미공동성명 조항 중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공정한 무역 발전’ 부분에서도 한·미 FTA 재협상을 시사하는 문구는 없다.

공동성명은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두 나라간 상호적 혜택과 공정한 대우를 창출하면서 확대되고 균형된 무역을 증진시키기로 공약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양측은 또한 철강 등 원자재의 전 세계적인 과잉설비와 무역에 대한 비관세 장벽의 축소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등 진정으로 공정하고 공평한 경쟁조건을 증진하기로 공약했다”는 언급이 전부다.

또 두 나라는 ‘여타 경제 분야에 있어서의 양자 협력 증진’ 부분에서 “고위급 경제협의회를 통해 여타 경제적 이슈에서의 협력을 증진 확대하며 민관합동 포럼을 통해 경제적 기회 증진을 모색해 나가는데 함께 노력하기로 공약했다”고만 합의했다.

이처럼 한·미 FTA 재협상 문제가 논의조차도 되지 않았음에도 마치 문 대통령이 재협상을 수용했다는 식의 보도가 쏟아지는데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한·미 정상이 논의되지 않은 일방적 희망사항을 열거했기 때문이고 이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용 ‘언론플레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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