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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내 동맹’ 끈 활용하는 아세안 기업들…글로벌 기업 침투 차단

‘역내 동맹’ 끈 활용하는 아세안 기업들…글로벌 기업 침투 차단

기사승인 2017. 07. 3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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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famart_KTM_Jonggol,_Cileungsi_-_panoramio
사진출처=/위키미디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시장 진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역내 기업들은 동맹을 통해 방어에 나섰다.

6억 명에 달하는 많은 인구와 빠른 경제 성장, 풍부한 천연 자원 등으로 아세안은 전세계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다국적 기업들이 현지 시장 진출을 노리는 사례가 많아지자, 토종 기업들은 역내 이웃 나라 기업과의 동맹 전선을 형성해 이러한 다국적 기업들의 침투에 맞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아세안 경제블록 내 투자액은 2015년 221억 달러를 기록해 동남아 지역으로 유입되는 투자금 전체의 18.1%를 차지했다.

최근 필리핀에서 빠르게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편의점 체인 알파마트는 이러한 전략의 선봉에 섰다. 세븐일레븐·미니스톱·패밀리마트 등 경쟁업체들이 일본계 브랜드인 것과는 달리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기업 간 합작으로 만들어진 이 브랜드는, 세계적으로는 그리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필리핀 전체 편의점 수보다 3배 이상 많은 1만 3000여개 매장을 운영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알파마트 운영업체인 ‘숨버 알파리아 트리자야(SAT)’는 국토가 수많은 섬으로 구성돼 ‘물류의 악몽’으로 불리는 등 제품의 이동과 배송이 어려운 인도네시아에서의 성공 노하우를 바탕으로 필리핀 최대 리테일 기업 SM인베스트먼트와 손잡고 마찬가지로 군도로 이뤄져 인프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필리핀 편의점 시장에 진출했다. SM인베스트먼트 프레디릭 디분치오 회장은 ”사업 확장 계획을 지방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인도네시아 파트너 사(SAT)와 함께 공격적인 계획을 통해 성장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SAT는 현재 필리핀 내 270여 개인 알파마트 매장을 올 연말까지 400개 수준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석유기업 찬드라아스리는 태국 대기업 시암시멘트의 자회사인 SCG케미컬과 손잡았다. SCG는 2011년 찬드라아스리의 지분 30%를 매입한 이후부터 찬드라아스리에 기술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쿨라체트 다라찬드라 찬드라아스리 부사장은 인도네시아의 석유 업계가 싱가포르나 태국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다면서 “SCG는 확장과 디보틀넥킹(Debottlenecking·병목현상이 발생하는 공정을 개선하여 생산효율을 높이는 것) 경험이 많기 때문에 우리는 기술적인 전문지식과 운영 부문의 노하우를 전수받고 있다”고 밝혔다. 찬드라 아스리는 나프타 공장 확장 등으로 인해 지난해 3억 달러의 기록적인 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프랑스 타이어기업 미쉐린과 합성고무 공장을 짓기도 한 찬드라아스리는 올해 40억 달러를 들인 두번째 에틸렌 공장 건설도 예정하고 있다.

또 다른 인도네시아 지열발전업체 스타에너지는 필리핀 대기업 아얄라 코퍼레이션, 태국의 전력업체 EGCO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미국 대형 정유사 쉐브론이 인도네시아에 보유하고 있던 지열 발전소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처럼 아세안 지역에 역내 기업간 협력이 두드러지는 원인은 우선 아세안 경제공동체가 형성되면서 물자와 노동력, 자본의 블록 내 이동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내 각국의 시장은 여전히 장벽이 높아 외국 기업이 진출을 위해서는 그 나라 기업과의 파트너 관계를 필수적으로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컨설팅 업체 베인앤코의 태국 파트너인 앨런 슐트는 “파트너십은 상대적으로 동남아시아에서 두드러지는 모델”이라면서 “이 지역은 언어의 차이가 상당한데다 당국의 규제도 나라별로 다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지역 대다수의 기업들이 가족 경영 방식을 택하고 있어, 폐쇄적인 내부 분위기로 인해 전혀 다른 기업 문화를 가진 역외 기업과는 파트너십을 맺기가 어려운 측면도 존재한다. 따라서 비슷하게 가족 경영으로 운영되는 역내 기업과의 협력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동남아 국가 중에서도 비교적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싱가포르와 태국이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이웃 개발도상국들에 강한 진출 의지를 보이는 것도 역내 기업간 협력이 가속화 되는 원인 중 하나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도 자국 내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주변 국가들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와 같은 역내 기업간 협력은 역외 다국적 기업들에게는 위협적 요소가 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차량공유서비스 우버는 기업가치가 700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적 대기업이지만, 동남아 시장에서는 인도네시아 리포 그룹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싱가포르 기업 그랩과의 싸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말레아시아의 저가항공사인 에어아시아나 필리핀의 식료품 업체인 유니버셜 로비나 등은 합작 투자나 기업 인수를 통해 선진국 시장 진출까지도 노리고 있다. 베인앤코의 슐트 파트너는 “앞으로 3~5년이면 우리는 동남아 기업들이 세계를 재패하는 모습을 보게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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