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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수 전 러시아 공사 “문재인 대통령, 북핵 해결 ‘러시아 역할론’ 적극 활용”

박종수 전 러시아 공사 “문재인 대통령, 북핵 해결 ‘러시아 역할론’ 적극 활용”

기사승인 2017. 09. 05.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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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외교안보 길을 묻다] 박종수 전 러시아 공사..."북핵·북한 문제 해결, 푸틴 대통령 '북한·미국·중국' 국제 중재자 역할 가능"..."내년 4차 동방경제포럼 계기, 문재인·김정은 남북정상회담 주선"
박종수 교수 2
박종수 전 러시아 공사(GEPI 이사장)는 5일 아시아투데이와의 단독인터뷰에서 북핵·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러시아 역할론’을 강조했다. 박 전 공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6~7일 첫 방러와 관련해 “북핵·북한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북·중·미 중재 역할을 당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김종원 기자
박종수 전 러시아 공사(GEPI 이사장)는 문재인 대통령의 6~7일 첫 방러와 관련해 “북핵·북한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북·중·미 중재 역할을 당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 전 공사는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문재인 대통령의 첫 러시아 방문을 하루 앞둔 5일 아시아투데이와의 단독인터뷰를 통해 북핵·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러시아 역할론’을 강조했다. 박 전 공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학 동문이기도 하며 러시아 전·현직 고위급 외교관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박 전 공사는 북한 해법과 관련해 러시아를 방문하는 문 대통령에게 “러시아와의 신뢰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박 전 공사는 “한·미 동맹과 북·중 혈맹의 틈새 전략으로 러시아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 전 공사는 “한반도 주변 4강 중에서 남은 것은 ‘러시아 카드’뿐”이라면서 문 대통령이 이번 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푸틴 대통령에게 북핵 해결을 위한 국제적 중재자 역할을 적극 요청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박 전 공사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는 러·북이 공히 미국의 제재 아래 있어 ‘동병상련’의 입장”이라면서 “푸틴 대통령이 내년 4차 동방경제포럼에 김정은의 참석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적극 유도하고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 전 공사는 “동방경제포럼을 전후로 제3의 장소에서 남북한 정상이 만날 수 있도록 주선을 요청해야 한다”면서 “푸틴 대통령은 이미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2차 정상회담을 위해 3차례나 남북간 중재역할을 자임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지난 3일 6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북핵·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러시아 역할론’이 더 중요해진 것 같은데?
“한·미 동맹과 북·중 ‘혈맹’의 틈새전략으로 러시아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한·미간 동맹에도 불구하고 북·미간 직접 조율 등 ‘코리아패싱’을 넘어 ‘코리아미싱(한국실종’)의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또 한·중간에도 사드 갈등으로 인해 대북공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일본에 대해서는 북한측이 전혀 고려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 그러면 결국 한반도 주변 4강 중에서 남은 것은 러시아 카드뿐이다. 러시아는 북핵 개발 지원국으로서 ‘결자해지’ 해야 한다. 또 국경인접 피해 대상국으로서 한국과 공조할 수 있다. 러시아는 북한정권을 만든 장본국으로서 북한 엘리트층의 속성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다.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냉전 당시 북한은 중·소간 등거리 외교를 능수능란하게 하면서 자국의 이익을 도모해 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소련 붕괴 후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다가 최근에는 축을 러시아로 돌리고 있다. 그동안 러시아와 북한의 최대 장애요소는 북한의 대러 채무 110억 달러 상환이었다. 하지만 2012년 90% 탕감에 합의함으로써 북·러간 경협장애 요인은 제거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6~7일 러시아를 찾아 푸틴 대통령과 한·러 정상회담을 한다. 화급한 북핵·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푸틴 대통령에게 어떤 요청을 해야 하나?
“푸틴 대통령에게 중재 역할을 당부할 필요가 있다. 푸틴 대통령은 주변 4강 ‘스트롱맨’들과 모두 우호적인 관계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는 ‘사흘이 멀다’ 하고 정상회동을 한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도 일본의 극동시베리아 진출에 공조하고 있다. 이번 동방포럼에도 참석한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도 개인적 친분은 견고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트럼프 조차도 미국 내 의회·언론의 견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계가 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는 러·북이 공히 미국의 제재 아래 있어 ‘동병상련’의 입장이다. 푸틴 대통령이 내년 4차 동방경제포럼에 김정은의 참석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유도하고 협조할 필요가 있다. 물론 쉽지는 않지만 동방경제포럼을 전후로 제3의 장소에서 남북한 정상이 만날 수 있도록 주선을 요청하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미 2000년 1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 2차 정상회담을 위해 3차례나 중재역할을 자임했었다.”

-푸틴 대통령이 북핵·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나?
“푸틴 대통령은 북한 핵문제 해결방식으로 대화에 의한 평화적 해결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러시아는 1946년부터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기술·시설·인원·재료 등 모든 분야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해왔다. 물론 전제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다. 하지만 소련 붕괴의 혼란기를 틈타 북한은 무기로 전용하는데 성공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고약한 아우’를 둔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6자 회담 출범 직전인 2003년 1월 북핵 해법으로 ‘일괄타결안’을 제시했다. 이것은 북한 정권 인정·경제 지원과 핵포기를 맞교환하는 것이다. 이는 최근 중국의 쌍궤병행·쌍중단과 동일한 개념이다. 하지만 미국·일본이 반대하고 한국·중국이 침묵함으로써 불발했다. 그 후 4반세기를 거치면서 북한은 명실상부한 핵보유국 반열에 들어섰다. 한반도 비핵화, 특히 북한 비핵화는 물 건너 갔다. 다만 더 이상 개발을 안 하도록 중단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도 푸틴 대통령에게 명분을 줘야 한다. 러시아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맹목적인 한·미 동맹이다. 냉전 당시의 ‘제로섬 게임적’ 흑백논리가 아니라 ‘넌제로섬 게임’의 윈윈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 김정은정권의 브레이크 없는 핵도발과 핵폭주가 현실화되고 있다. 향후 한·러 관계를 어떻게 이끌어 가야 북핵·북한 문제 해결은 물론 한·러 관계에도 서로 윈윈하는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나?
“러시아 해외정보부(KGB후신)는 1993년 백서를 통해 북한의 핵개발 능력을 ‘긍정’ 평가했었다. 서방이 공조해서 핵개발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그후 미국을 중심으로한 서방은 러시아의 이러한 조언을 ‘묵살’했다. 4반세기가 지난 지금 더 큰 비용을 치뤄야 북핵 해결을 할 수 있다. 한·러간 협력 아래 단계적 로드맵이 필요하다. 한국이 극동시베리아 개발에 적극 참여하면서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해야 한다. 그동안 논의해 온 시베리아횡단철도(TSR)·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을 위한 북한 철도 개·보수 문제, 가스관 북한 통과와 러시아 잉여 전력의 북한 통과 남한 공급 문제 등 남·북·러 3각 협력이 절실하다. 하지만 당장은 어렵다. 북핵 문제가 어느 정도 진정됐을 때 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이다. 선결돼야 하는 것은 한·러 두 나라간 상호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의 러시정책을 조언한다면?
“지난해 8월부터 ‘북방에서 길을 찾다-G7 통일한국을 향한 신북방정책’의 저서를 후배학자 6명과 함께 준비해 지난 5월 24일 출간했다. 그 저서에서 주장한 첫 번째 포인트는 신북방정책 추진을 위한 전담기구인 신북방정책위원회(가칭)의 대통령 직속 설치를 강력히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나의 예상을 뛰어 넘어 부총리급 위원장과 현직 장관 4명, 국회의원 3명을 포함한 장관급 위원 25명의 메머드 기구로 격상시켰다. 정말로 대단하고 반가운 소식이며 환영할 수 밖에 없는 정책적 큰 결단이었다. 한·러 수교 이후 27년 만의 처음 있는 ‘경사’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 마다 청와대 안에 러시아 전문가를 한 명이라도 둬야 한다고 제언했지만 단 1명도 없었다. 문재인정부의 신북방정책이 성공하기를 기원하며 개인적으로 기회가 된다면 적극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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