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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 르포] 지속되는 여진 속 공포와 불안으로 지샌 포항에서의 하룻밤

[포항 지진 르포] 지속되는 여진 속 공포와 불안으로 지샌 포항에서의 하룻밤

기사승인 2017. 11. 1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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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울릉주재 조준호 기자 지진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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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 북구 지진 피해 현장에 소방당국이 출동, 통제하고 있다. /조준호 기자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16일 0시21분께 발생한 규모 2.4의 여진을 시작으로 이날만 오후 2시31분까지 12차례나 찾아온 진동은 추위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공포로 다가왔다.

전날 지진이 엄습하자 두려움에 포항 북구 창포동 집을 비우고 나왔다. 아내는 아이들을 끌어 안고 차에서 새우잠을 잤다.

“괜찮을거야. 아무 일도 없을 거니 걱정하지마.”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말했지만, 떨리는 마음을 주체하기 어려웠다.

평소 지진 발생 시 대응요령을 익혀 왔다. 불과 1년여 전에 경주에서 발생했던 지진으로 수차례 교육도 받았던 터다. 하지만 실제 지진이 거주 아파트 인근에서 발생하자 머리 속이 하얗게 돼 버렸다.

날이 밝자, 지진 피해를 입은 포항시로 각계 지원이 밀려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해병대 1사단도 지진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북구 흥해지역에 병력 700여명을 투입해 대민지원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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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조준호 기자가 포항시 북구 지진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여벌 옷과 급하게 챙길 물건을 가져오기 위해 혼자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무너진 건물 옆을 지날 때마다 불안했다. 차가운 바람에 콘크리트 가루라도 떨어질 때면 지진이 또 났나 하는 생각으로 가슴을 쓸어 내렸다. 흥해 지역은 지진피해로 붕괴 위험건물이 많아 경찰들이 출입을 통제했다.

아파트에 도착해 계단으로 15층까지 올라갔다. 지진으로 인해 엘리베이터가 멈춰 계단을 사용해야 했다.

올라가는 중에 여진이 또 발생했다. 계단을 다시 뛰어 내려왔다. 전날 전시상황을 방불케 했던 지진의 공포가 다시 몰려왔다.

끼니를 때울 김밥을 사러 갔다. 인근 상가 식당에는 간단한 식사를 구매하려는 시민들이 몰려 30분가량을 기다려야 했다. 다른 사람들도 집에 갈 수 없으니 요리보다는 간단한 음식으로 요기를 하는 듯하다.

아파트 단지 등의 공터와 비상대피소에는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불안한 마음을 나누고 있었다. 이들은 휴대폰이나 라디오 등을 통해 지진 관련 소식에 귀를 기울였다.

지진 피해는 하루 사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포항시에 따르면 이날 기준 인명피해는 경상 53명, 중상 2명 등 55명이 부상을 입었다. 부상자 중 9명은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46명은 귀가했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다.

이재민은 1536명으로, 전날 오후 10시 기준 때보다 200명 넘게 늘어났다. 이들은 포항시 흥해실내체육관 등 27개소에 대피해 있다. 지진의 여파로 지붕 986곳이 파손되는 등 주택 1208동이 피해를 입었다. 이 가운데 주택 3곳은 전파되고 219곳은 반파됐다. 차량 38대도 파손됐다.

자매도시인 울릉군에서는 지진 피해를 본 포항시에 위문금 500만원을 전달키로 했으며 (주)울릉심층수에 심층수 5000병 지원을 요청했다. 또 시민 위문단 구성과 자원봉사단 지원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울릉도 주부들로 구성된 보물섬프리마켓 회원 20여명도 올해 모은 회비 100여만원을 위문금으로 군에 기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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