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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산은 회장 취임 6개월…한계기업 옥석가리기 박차

이동걸 산은 회장 취임 6개월…한계기업 옥석가리기 박차

기사승인 2018. 03.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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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제 산적…과감한 시장 설득·협상력 제고 기대
금호타이어·한국GM·STX조선해양 법정관리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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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초대 기업구조조정 사령탑인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11일로 취임 6개월차를 맞았다. 전 정권에서 추진하다 만 기업 구조조정 작업을 곧바로 바통터치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난제를 이어받았다는 평가다. 다만 산적한 난제들을 하나씩 차근차근히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이며 이 회장은 향후 한계기업 옥석가리기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를 위해선 좀더 과감한 시장 설득, 협상력 제고 등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굵직한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의 데드라인이 촉박한 가운데 이해관계자들의 이견을 조율해야 하는 이 회장으로선 앞으로의 발걸음이 더욱 바빠질 예정이다. 당장 이달 말엔 금호타이어와 한국GM의 채권 만기가 도래한다. 각각 1조3000억원, 2조원 규모로 양 사 모두 노사 합의가 전제돼야 하는 상황이다. STX조선해양의 경우 노사확약서 제출 시한이 내달 9일이다. 합의가 안되면 모두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 특히 금호타이어와 대우건설의 매각 불발은 뼈 아프다. 결론적으로 이해관계자들 간 협상과 의견 조율에 실패한 사례로 남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설득력 제고가 재조명 되는 까닭이다.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선 GM 군산공장과 금호타이어 대책 마련 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간담회엔 이대현 산은 수석부행장이 참석해 “금호타이어의 해외매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재차 전달했다. 앞서 산은이 이달 초 금호타이어 노사 간 자구안 합의를 전제로 한 중국 더블스타로부터 6500억원 규모 자본유치 말곤 대안이 없다고 밝힌 데 이은 것이다. 산은 등 채권단이 제시한 노사간 합의 시한은 오는 30일까지다.

그간 이 회장은 2년여를 끌어온 금호타이어 매각을 위해 이해관계자 설득 차 바삐 움직여 왔다. 상표권 문제로 난관에 봉착하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을 만나 설득했지만 실적 악화와 맞물리며 한 차례 매각이 불발돼 현재에 이르게 됐다.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발표로 촉발된 ‘GM사태’도 이 회장의 셈법을 어지럽힌다. 다만 지난 7일 방한한 배리 엥글 GM 인터내셔널(해외사업부문) 사장과의 면담을 통해 합의를 이끌며 실무자 간 킥오프(Kick-off) 미팅과 재무실사를 할 수 있게 됐다. 산은과 미국 GM 본사가 자료 제출 범위와 실사 범위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감사를 중단한 채 20여일의 시간을 더 끌어온 상황에서 이뤄낸 쾌거다.

지난 8일 발표된 STX조선 처리 방안도 마감 시한을 한달여 벌어뒀지만 이 회장은 여기서도 이해관계자들 간 합의를 조율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 회장은 산업경쟁력장관회의를 끝내고 STX조선에 대해 절반 가까이 넘는 인력을 구조조정하는 고강도 자구안에 대한 노사확약서 제출을 전제로 회생지원을 하겠다고 못 박은 상태다.

그간 이 회장은 ‘독자생존’ 원칙을 내세워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취임 직후 가진 언론 간담회에서도 “독자생존이 가능한 기업이라야 일자리도 유지될 수 있고, 지역사회는 물론 국가경제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며 ‘회생가능성’이 기업 구조조정의 최우선 원칙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산은 체제에서 적자만 봤던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733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6년 만에 흑자로 돌아선 게 성과다. 산은과 정부는 대우조선 경영정상화 후 기업 규모를 줄이는 다운사이징 작업을 진행해 시장에 재매각할 방침이다.

그러나 함께 내세운 ‘시장 매각가 원칙’은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설득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 매각 실패가 그 예다. 올 초까지 진행된 대우건설 매각 작업은 호반건설을 우선매수협상대상자로 선정하기에 이르렀지만 산은이 투입한 3조20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매각가와 해외사업 부실로 무산됐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에 대해선 해외사업 정상화 후 기업가치를 제고해 시장에 재매각하기로 했다.

최근 마무리된 KDB생명에 대한 3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또한 시장 설득이 지속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이번 유상증자를 포함해 1조원 넘게 공적자금이 투입된 셈인데 이 자금에 대한 평가가 그리 우호적이진 않다. 보험업 전망이 비관적인데다 세 차례나 유찰됐던 만큼 매력적인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공적자금 회수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지원이란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한편 기업 구조조정 외에 산은의 경영철학 방향성에 대해선 기업금융(IB) 부문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2022년까지 중견·중소기업 200여곳을 선정해 2조5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 프로그램 ‘KDB 글로벌 챌린저스 200’을 최근 도입했다. 그는 “해외 유수의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부분이 필요하다”며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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