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북미 정상회담 앞두고 성사된 북중 회담…향후 한반도 정세는

우군 확보한 북한, 역할 확보한 중국…서로 이해관계 맞아 떨어져
북중협력 강화로 비핵화 논의 진통 가능성, 북핵대화 불안정성 커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25일부터 나흘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중국을 비공식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리설주가 지난 26일 환영 행사 참석을 위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인민대회당으로 들어서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전격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먼저 회담을 가진 것은 냉랭해진 북·중 관계를 다시 회복하고 남북, 북·미 연쇄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군’을 확보하기 위한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전 유엔대사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으로 내정하고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국무장관으로 임명했다. 북한에 적지 않은 불안감을 주는 상황에서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최대 조력자는 과거 혈맹이었던 중국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또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과의 접촉을 통해 현재 남·북·미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한반도 정세에서 ‘차이나 패싱’을 불식하고 대북 영향력에 대한 역할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북·중 회담은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특히 중국으로서는 미국이 무역이나 대만 문제를 제기하며 자꾸 자신들을 압박하면 북핵 문제에 있어 협조하지 않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 그런 만큼 향후 한반도 정세는 남·북·미·중의 복잡한 함수 관계로 전개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북·중 회담에 따라 앞으로 비핵화 대화 과정에서 북·중 간 협력이 한층 더 강화되고 중국이 향후 한반도 대화국면 전개에 있어 적극적인 역할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28일 “북·중 간 전략적 우호관계를 확인하고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는 것이 두 나라 모두에 이익이 되니 (이번 회담에서) 전략적 협력에 대한 논의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며 “향후 북·중 간 밀착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신종호 통일연구원 기조실장은 “중국과 북한은 향후 전략적 부분에 있어 비슷한 입장을 견지할 것”이라며 “이번에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했으니 보조를 맞출 것”이라고 관측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문제와 관련해 과거의 단계적 접근 방식이 아닌 일괄타결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중 간 밀착이 강화되면 서로 이득을 얻기 위한 미·중의 복잡한 수싸움으로 비핵화 논의가 다소 진통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만약 존 볼턴 내정자 등의 인사가 처음부터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하자고 한다면 합의가 이뤄지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미·중 사이에는 무역이나 대만 문제 등 민감한 이슈들이 산재해 있는 상황인데 중국이 북핵 대화에 본격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사안의 불안정성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북핵 해결을 둘러싼 논의에서 중국이 그동안 빠져 있었는데 앞으로 중국과 미국 간에 이 문제를 두고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미·중이 현재 통상문제 등으로 복잡한 상황이라 앞으로의 상황이 어디로 튈지 알기 어렵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