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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워라밸’ 앞장?...은행원들 ‘한숨’

[취재뒷담화]‘워라밸’ 앞장?...은행원들 ‘한숨’

기사승인 2018. 04.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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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연 경제산업부 기자
국내 은행들이 유연한 근무환경을 만들고 직원들의 복리후생을 늘리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최근 노타이(No-Tie) 근무를 확대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PC오프제·자율출퇴근제·유연근무제·정시퇴근제 등을 도입해 운영 중입니다.

그러나 정작 은행원들은 울상입니다. 일하는 ‘방식’은 변했지만 ‘양’이 줄지는 않았기 때문에 업무 강도는 변함이 없다고 토로하는데요. 오히려 부작용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입니다.

PC오프제가 대표적입니다. PC오프제는 근무시간이 지난 이후 PC가 자동으로 꺼지는 시스템으로, 시간 외 근무를 줄이고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우리은행이 2013년 도입한 후 KB국민·신한·기업은행 등도 운영 중이죠.

그러나 시행 후 오히려 야근을 하고도 업무 기록을 누락하거나, 시간 외 수당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겨나고 있다고 합니다. 또 새벽 출근 등을 요구하는 사례도 많아졌다는 전언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의 경우 퇴근 시간을 맞추기 위해 오후 4시 마감 후 2~3시간 안에 잔여 업무를 처리해야하는데 쉽지 않다”며 “사측에서는 야근을 자제하도록 지시하고 있어 지점장의 ‘일찍 출근해서 일하라’는 지시만 늘었다”고 토로했습니다.

유연근무제·자율출퇴근제 등의 근무 방식도 아직까지는 되레 비효율성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누군가가 자리를 비우면 그 업무 공백을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메워야 하는데,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만큼 고루 확산되지 못하는 분위기라는 것입니다.

‘워라밸((Work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 바람을 주도하며 유연한 업무 환경을 만들자는 은행들의 취지 자체는 좋으나, 좀 더 세심한 조율과 배려가 필요해 보입니다. 직종별 업무시간·방식 차등 적용과 함께 업무 프로세스 효율화를 위한 디지털 혁신도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은행들의 첫발이 사회의 좋은 선례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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