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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동남아시아 일대일로 사업, 말레이 정권교체로 흔들리나

중국의 동남아시아 일대일로 사업, 말레이 정권교체로 흔들리나

기사승인 2018. 05. 16.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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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laysia Brunei <YONHAP NO-5910> (AP)
사진출처=/AP, 연합
그간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적극 협조해왔던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가 실각하고 마하티르 모하메드가 새 총리로 등장하면서, 중국의 동남아시아 지역 일대일로 사업 방향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15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이제는 말레이시아의 전총리로 밀려난 나집 라작은 그간 서로 끈끈한 관계를 맺어왔다.

중국은 말레이시아에 수백억 달러의 차관과 투자를 제공해 말레이시아의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대신 나집 총리는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일대일로 이니셔티브’ 동남아시아 지역 정책의 일환으로 자국 내 철도와 항만 개발을 중국에 허락해준 것이다.

그러나 지난주 말레이시아가 독립 후 60여년 만에 처음으로 정권교체를 이루면서 굳건했던 이 관계는 흔들리게 됐다.

나집 총리의 낙마에는 국영펀드 1MDB를 통한 거액의 비자금 조성 의혹 외에도 중국에 ‘나라를 팔아치우고 있다’는 비난을 받은 것도 낙마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새로 정권을 잡게 된 마하티르 모하메드 총리는 그간 중국과 진행해 온 모든 사업을 재검토하고, ‘불공정한 협약’이 있다면 재협상하겠다고 선거기간부터 공공연히 밝혀왔다.

싱가포르 노무라 증권의 유벤 패러큘레스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은 말레이시아가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관점을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업들이 전면 취소되리라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최소한 상당 부분히 지연될 것이며 신규 사업은 한동안 승인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의 새 정부는 특히 140억 달러가 투입된 동부해안철도(ECRL) 건설사업에 대해 가장 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투자 대비 효율이나 말레이시아 국민들이 이 사업으로부터 얼마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것이다.

말레이시아의 베테랑 이코노미스트인 조모 콰메 순다람은 “이 사업은 경제적으로 전망이 있어보이지 않는다. 지속 가능할 만큼 수익성이 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CRL은 말레이시아 내 개발이 적게 이뤄진 지역인 동부해안을 통해 태국과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를 연결하는 사업이다. 나집 전 총리는 이 사업을 통해 일자리 8만개가 창출되고 산업 분야도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수출입은행이 자금의 85%를 대출을 통해 제공하고 중국교통건설유한회사(CCCC)가 건설을 맡았다.

이 사업이 이뤄지는 파항 주의 국회의원인 리치안청은 지역 주민들이 일자리와 지역 성장을 바라고는 있지만, 이 사업들이 지나치게 비용이 많이 들고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사업계약을 재검토함으로써 이 사업들이 지역 주민에게 이득이 되고 환경오염을 줄이며 더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확실히 해야한다”고 밝혔다.

다만 92세의 베테랑 정치인인 마하티르 총리에게도 공격적인 해외 확장 전략을 펴고 있는 ‘슈퍼파워’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

중국 정부는 현재까지 표면적으로는 마하티르 총리의 당선에 축하를 보내면서 “양국 관계는 앞으로도 꾸준하고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장 바오휘 홍콩 링난대 정치학 교수는 말레이시아의 중요도가 워낙 높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마하티르에게 한 발 양보해주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더 큰 게임 플랜을 가지고 중국의 부상이 아시아 지역 내 다른 나라들에게도 좋은 것이라는 이미지를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동남아 전문가인 머레이 히버트는 일대일로가 중국이 광고한 것 만큼 동남아에서 많은 족적을 남긴 것은 아니라면서 “특히 말레이시아는 다른 동남아 나라들보다도 경제사정이 훨씬 좋은 편이기 때문에 중국이 말레이시아에서 사업을 계속 진행하고 싶다면 그들은 타협을 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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