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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파리 여행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하수도 박물관’

[칼럼] 파리 여행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하수도 박물관’

기사승인 2018. 06. 1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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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진
김하진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대부분의 파리 여행자는 루브르 박물관·노트르담 성당·샹제리제 거리·개선문·에펠탑·센 강변 그리고 성심성당 등을 둘러보면 파리구경을 다한 것처럼 생각한다(이것도 대단하지만). 그런데 파리에만 있는 중요한 명소가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파리에는 지상에 전신주가 전혀 없다. 모든 전기와 통신 케이블 등이 땅 밑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거대한 구조물인 ‘파리 하수도(Les egouts de Paris)’에 있기 때문이다.

‘파리 하수도’의 역사는 1200 년경 ‘오귀스트’가 설계한 노천하수도에서 시작되었다. 나폴레옹 3세(1808-1873) 때 파리를 재개발하면서 토목(불어에서는 토목을 ‘ponts et chaussees : 다리와 도로’로 표기한다)기사 ‘벨그랑’에 의해 근대식 하수도로 구축하기 시작하여 1400㎞의 도로아래 2400㎞의 하수도 망을 석재로 구축하여 모든 전선과 통신망을 하수도에 절연재로 연결하여 철저하게 관리해 오고 있다.

하수도 곳곳에는 지상과 똑같은 거리와 주소가 매겨져있다. 이 지하주소는 제2차 세계대전에 파리가 독일군에 점령당했을 때 대독 저항운동인 ‘레지스탕스’에 기여한 바 크고 또한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의 실제 배경으로 ‘장발장’이 부상당한 ‘마리우스’를 업고 피신한 곳이 바로 이 하수도였다. 이런 사실은 이 하수도가 파리의 관광명소가 되는데 일조를 했다.

지금도 우편물 배달에 이용한다고 하니 ‘파리 하수도’ 시스템은 지하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거대한 파리인 것이다. 파리의 지하에 이렇게 거대한 구조물을 큰 어려움이 없이 구축할 수 있는 것은 지하전체가 석회암 지대라 공사가 용이하였고 물과 반응하여 견고한 구조물이 되었다고 한다.

프랑스는 북대서양에서 여름에는 건조하고 겨울에는 습한 편서풍이 1년 내내 불어온다. 여름에는 그늘에만 들어서면 땀이 말라 시원하고 겨울에는 영하로 온도가 내려가는 경우가 별로 없다. 그리고 거의 모든 비와 눈은 주로 밤에 오고 낮에는 강한 햇빛이 내리쬔다.

이른 아침에 파리의 보도를 걸으면 하수구를 통해 적지 않은 물이 하수도로 유입되어 이 물이 ‘파리 하수도’를 통해 파리 교외에서 센 강에서 합류케 함으로써 파리에서는 센 강이 범람하지 않는 한 홍수가 없다고 한다.

이 ‘파리 하수도’ 방문은 에펠탑 부근 센 강 남쪽 강변의 ‘파리 하수도 공공 방문(Visite publique des egouts de Paris)’이란 매표소 옆 지하도 입구에서 시작한다. (필자 주 : 필자가 1984년에 방문 할 당시는 방문자 수의 제한으로 반드시 예약을 해야 했고 매 화요일에만 개방을 했다) 이 하수도는 파리 지하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파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거대한 박물관이다.

단지 냄새(충분히 견딜 만하지만) 때문에 식사 후에는 방문을 피할 필요가 있고 대부분 하수도가 미로로 되어있고 하수도 가운데로 하수가 흐르고 별로 밝지 않는 조명이 있으나 중간 중간에 작지 않은 펌프 장치가 설치되어 있어 반드시 안내인의 인도를 받아야 한다. 상당히 모험적인 탐방이다.

파리 시내에 공공 및 사설 박물관과 미술관이 어림잡아 300여 곳이 있다 한다. 그 중에 필자는 파리 시내의 하수를 시스템적으로 처리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는 ‘파리 하수도 박물관’ 방문을 추천한다. 19세기 중반을 살던 프랑스 사람들이 얼마나 앞을 내다보며 국토를 건설하였는지를 보여주고 있어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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