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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별이 떠났다’ 채시라 “세상과 단절된 전업주부, 머리길이까지 딱 저였죠”

[인터뷰] ‘이별이 떠났다’ 채시라 “세상과 단절된 전업주부, 머리길이까지 딱 저였죠”

기사승인 2018. 08. 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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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 떠났다' 채시라/사진=씨제스

 '여명의 눈동자' '서울의 달' '천추태후'만 들어도 떠오르는 배우는 채시라다. 배우로서 하나의 인생 작품을 만나는 것은 행운이지만, 채시라는 연기 인생 30년여 동안 수많은 인생 작품을 만났다. 최근 종영된 '이별이 떠났다'를 통해 또 하나의 강렬한 필모그래피를 남겼다. 그녀의 인생작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채시라는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MBC 주말드라마 '이별이 떠났다'(극본 소재원, 연출 김민식)의 종영 인터뷰를 가졌다. 커피 한잔과 함께 이야기를 시작한 채시라는 '이별이 떠났다'로 보냈던 시간들을 돌아보며, 조금씩 드라마를 떠날 준비를 했다.


'이별이 떠났다'는 동명 웹 소설 원작으로 엄마로 살면서 받은 상처로 인해 삶을 포기한 50대 여자와 이제 막 엄마가 돼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20대 여자가 함께 동거하며 벌어지는 드라마다. 채시라는 자신을 가두고 살아가는 여자 서영희 역을 맡아, 엄마로 살기 위해 포기했던 나를 되찾아가는 모습으로 시청자에게 힐링과 공감을 선사했다. 시청률에서는 조금 아쉽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채시라 역시 오랜만에 복귀한 작품이었고, 좋은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던 만큼 아쉬움이 컸다. 


"저번 메이킹 촬영 때에는 드라마가 끝나 '시원섭섭하다'라는 말을 했는데, 지금은 섭섭하기만 해요. 20부작이 짧다면 짧게 느껴질 수 있는데, 24부작은 더 빨리 지나간 것 같아요. 그 안에 작품에 밀집된 강도나 농도, 감정적인 부분은 30부작을 한 것 같아요."


결혼과 엄마의 삶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채시라가 집중한 것은 여자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었다. "모성애에 초점을 두기 보다는 시놉시스를 보니 여자의 이야기 같았어요. 예비 며느리, 시어머니 보다는 여자대여자의 이야기로 받아드렸죠. 제 입장에서 영희가 주인공으로 끌고 가는 드라마다 보니 한 여자의 성장기처럼 느껴졌어요. 그 과정에 모성도 깔릴 수밖에 없는 부분이고, 요즘 시대에 필요하고 보여줘야 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세월이 많이 흘렀고 여성상, 엄마의 상도 많이 달라졌어요. 조금은 새롭게 못 보던 엄마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그녀의 말처럼 채시라 보여준 엄마 서영희의 모습은 그동안 TV에서 보여준 엄마의 모습과는 달랐다. 자식들을 위해 끊임없이 헌신 하는 모습이 아닌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3년 동안 세상과 단절했다. 특히 채시라가 슬립 의상을 입은 채 변기에 앉아 담배를 펴고 있는 모습은 강렬했다. 서영희를 표현해주는 장면이자 채시라가 작품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다.


"그 삽화가 굉장히 눈에 들어왔어요. 영희를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장면이자 캐릭터라고 생각해 꼭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배우가 표현함에 있어서 그런 정도의 삽화에 나온 느낌을 그대로 표현하고 싶었죠. 머리는 어느 정도 길러놓은 상태에서 캐릭터를 준비하는 편이에요. 영희가 홀로 섰으면 좋겠다는 제작진의 의사가 있었고, 여자의 심리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헤어스타일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3년 동안 집밖에 나오지 않았던 여자의 머리 길이가 제 머리 길이었고 시작도 여기서 했으면, 변화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머리를 잘랐죠. 반응이 좋더라고요.(웃음)"



'이별이 떠났다' 채시라/사진=씨제스

데뷔 후 처음으로 단발머리로 변신했다. 작품과 캐릭터를 위해 준비한 일이지만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녀의 걱정과 달리 반응은 뜨거웠다. 포털 사이트에 채시라를 검색하면 헤어스타일과 의상에 관련된 연관 검색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저희 스태프나 스타일리스트, 헤어메이크업 하시는 분들도 전반적으로 좋게 이야기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죠. 남편 김태욱 씨는 워낙 잘 안 거르고 이야기하는 스타일이고, 웬만하면 칭찬은 잘 안 해요. 단발로 자른 사진을 보내줬더니 처음에는 말이 없다가 '잘랐네,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남편이 '괜찮다'고 하면 좋은 것이에요.(웃음)"


실제 아내이자 엄마인 채시라는 서영희가 처해진 상황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털어놨다. "남편을 출근 시키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혼자 있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커튼을 치고 잠을 잘 때가 있고, 텔레비전을 우두커니 볼 때도 있어요.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제 아이들이 민수(이준영), 정효(조보아)처럼 크지 않지만 미리 겪었다는 느낌이 들어요."


유난히 감정 소모가 큰 작품이었다. 전 작품들에서도 감정을 쏟아내는 명연기를 선보였지만 이번 작품은 대사도 많이 소화해야만 했다.


"눈물을 쏟아낸다는 것은 가슴에 고통을 갖고 있다가 나와야 하는 부분이에요. 저는 그것을 터트리기 전까지 담고 쌓아두고 집중하는 스타일이죠. 힘든 감정신들이 많았기 때문에 힘들었어요. 여덟 페이지의 대사를 외워야 했어요. 촬영장에서는 대사를 처리했지만, 백조가 물속에서 다리를 끊임없이 젓고 있는 것처럼 집에서도 내내 대사를 외웠죠."


작품에 집중하기 위해 채시라는 아이들도 멀리했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을 철저하게 멀리했어요. 집에서는 대충해도 되지만 일에서 만큼은 대충하면 안 되니까 캐릭터 표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멀리해야 했죠. 둘째 아이는 엄마와 뭘 하는 걸 좋아하는데 '엄마 좀 내버려둬, 공부해야 돼'라고 이야기 할 정도에요. 암기 과목처럼 대사를 외웠는데 좋은 점도 있었어요. 이를 빌미로 아이들에게 '공부 해야 한다'고 했죠.(웃음) 그만큼 대사량도 많았고 높은 집중도를 필요로 했어요."


채시라는 고부관계로 호흡을 맞춘 조보아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연말 시상식에서 꼭 수상을 했으면 좋겠다며 남다른 후배 사랑을 드러냈다.


"(조)보아가 촬영을 하면서 '선배님께 과외 받는 느낌이다'라고 이야기를 해주더라고요. 저는 시간이 있으면 있는 대로 대본을 함께 맞춰보는 스타일이에요. 열 번, 스무 번도 할수록 좋다고 생각하고, 장면의 완성도도 높아요. 그런 면에서 보아는 호흡이 좋았죠.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이 성장한 것 같아 함께 작품한 선배로서 뿌듯해요. 연말에 보아가 상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여명의 눈동자' '아들과 딸' '서울의 달' '아들의 여자' '천추태후' '착하지 않은 여자들' 등 끊임없이 연기 변신을 시도하며 굵직한 작품을 남긴 채시라의 인생 작품은 무엇일까. 아직 못 다한 캐릭터가 있을까.


"인생 작품에 대해 많이 물어보시는데, 그때마다 대답하기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도 선택해야 한다면 '여명의 눈동자' '서울의 달' '아들의 여자', 선택하기 어렵네요.(웃음) 저에게 남은 과제가 있다면 영화인 것 같아요. 외형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변할 수 없기 때문에 특수 분장을 받아 '채시라가 맞아?'라는 느낌도 주고 싶어요. 액션 연기도 하고 싶고, 제대로 된 악역 연기도 해보고 싶어요." 



'이별이 떠났다' 채시라/사진=씨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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