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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MB, 이팔성 비망록 문제제기 ‘자충수’ 되나?

사면초가 MB, 이팔성 비망록 문제제기 ‘자충수’ 되나?

기사승인 2018. 08. 1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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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측, 애초 이팔성 비망록 증거동의
법조계 "감정 거쳐봐야 신뢰성만 강화"
속행공판 출석하는 이명박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손으로 벽을 짚으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
22억원 뇌물 혐의와 관련된 내용이 고스란히 적혀 있는 ‘이팔성 비망록’이 공개된 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관련 진술에 대해 전적으로 부인하며 비망록의 신뢰성을 문제 삼고 있지만, 불리한 증거만 강화시키는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속행 공판에서 직접 입을 열고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팔성씨가 나를 궁지에 몰기 위해서 (비망록에서) 그렇게 진술하지 않았나 싶다”며 “차라리 이씨를 (증인으로) 불러서 거짓말탐지기로 확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 사람들하고는 접촉이 많았나 본데 이씨는 선거 운동 때 전혀 나에게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 관심도 없었던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이 이처럼 이팔성의 진술을 강하게 부인하는 것은 비망록에 담긴 내용이 이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할 핵심 고리이기 때문이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2008년 1∼5월 작성한 비망록에는 이 전 회장이 인사 청탁을 위해 이 전 대통령 측과 접촉하고 금품 등을 건넸다는 내용이 일자별로 세세하게 담겼다. 최측근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역시 이 내용을 인정했으며, 이 전 대통령의 사위 이상주씨는 비망록 내용을 검찰이 제시하자 처음 진술을 번복하고 금품을 받은 사실을 밝혔다.

정황이 불리해지자 이 전 대통령 변호인은 비망록의 신뢰성을 문제 삼았다. 같은 색깔의 필기구가 계속 쓰인 점, 날짜를 수정한 점 등을 들어 “한 번에 몰아 쓰는 전형적 것(사후협박용)”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날짜별로 글씨의 굵기와 필압이 다르다. 이전에 작성된 비망록도 동일한 잉크색”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지난 14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비망록 감정을 의뢰했다.

법조계에선 이를 두고 이 전 대통령 측이 궁지에 몰려 궁여지책을 낸 것으로 해석한다. 앞서 변호인이 “검찰의 모든 증거에 동의하고 입증 취지만 부인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그것을 번복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또 이팔성 전 회장은 70대의 나이긴 하지만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달리 진료기록도 없고, 조사 당시 구속상태의 피고인도 아니어서 김 전 기획관과 같이 ‘인지장애’를 겪고 있다는 식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낮추는 전략도 먹히기 어렵다.

최진녕 법무법인 이경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 측이 이제 와서 비망록을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감정을 거쳐봐야 비망록의 신뢰성만 강화된다. 변호인이 오히려 자충수를 두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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